비자금·채용비리 이어 고객계좌 도용까지
추락하는 고객 신뢰…재발방지는 ‘공염불’
시중은행 전환 인가 계획도 차질 불가피?

대구은행 제1본점 전경. [사진=대구은행 제공]
대구은행 제1본점 전경. [사진=대구은행 제공]

[뉴스캔=이동림 기자] 대구은행 증권계좌 부당 개설이 대규모로 벌어진 조직적 일탈로 확인됐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이 8월 9일부터 지난달 22일까지 대구은행에 대한 현장검사를 진행한 결과, 최근 2년간 대구은행에서 부당 개설된 증권계좌는 1662건에 달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대구은행 영업점(56개) 직원들(114명)은 2021년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고객이 직접 서명하지 않은 신청서 사본(출력본)을 이용해 이 같은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 

일부 직원은 고객 연락처 정보를 허위 연락처로 바꿔, 고객이 증권사로부터 증권계좌 개설 사실과 관련 약관 등을 안내받지 못하도록 했다. 이렇게 도용된 고객 정보는 1552명에 달한다. 이들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명의도용 피해자가 됐다. 다만 해당 증권계좌에서 발생한 자금 이체나 주식 매매 같은 실제 거래 내역은 없었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그렇다면 왜 이러한 비위가 터진 걸까. 금감원은 이번 금융사고가 대구은행의 ‘실적 압박’과 와 ‘내부통제 기능 상실’에서 기인했다고 봤다. 실제 대구은행은 비이자이익 증대를 위해 2021년 8월부터 ‘증권계좌 다수 개설 서비스’를 시작하고, 증권계좌 개설 실적을 영업점 핵심성과지표(KPI)와 개인 실적에 반영했다. 특히 부당 개설 계좌 1662건 중 90.5%는 KPI가 변경된 시점인 2022년 중에 발생했다.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장치도 없었다. 고객이 전자 서명한 서류를 전산오류 등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데도 출력할 수 있는 등 전산 통제가 미비했다. 즉 증권계좌 개설 업무와 관련해 위법·부당 행위를 방치한 셈이다.

사후 점검도 엉망이었다. 대구은행은 지난해 4월 고객이 직접 기재하지 않은 인쇄 서류를 이용하거나 고객 휴대전화 번호를 몰래 변경한 사실을 확인하고도 전 영업점에 유사 사례를 방지해달라는 공문만 발송했다. 아울러 이들 직원의 행위가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가 있는데도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이번 사고 및 관련 내부통제 소홀에 책임이 있는 임직원들에 대해 관련 법규에 따라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 불법 계좌개설 후폭풍…시중은행 전환 ‘암초’


지난 8월 17일 이준수 금융감독원 은행·중소서민 부원장 주재로 내부통제 강화 방안 마련을 위한 은행장 간단회가 개최된 모습.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지난 8월 17일 이준수 금융감독원 은행·중소서민 부원장 주재로 내부통제 강화 방안 마련을 위한 은행장 간단회가 개최된 모습.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채용 비리, 비자금 조성 등 문제가 터진 바 있는 대구은행에 이번 사태까지 불거지면서 파장은 거셀 전망이다. 당장 금융권에서는 대구은행이 그때마다 재발 방지를 외쳤지만 결국 ‘공염불’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신뢰가 생명인 금융 거래에서, 직원들이 수천명의 고객의 정보를 이용해 계좌를 불법 개설했다는 점에서 적잖은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분위기다.

시중은행 인가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금융위원회가 국정감사에서 검토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1일 열린 국감에서 불법 계좌개설 등 대구은행의 일탈이 언급되자 “시중은행 전환 신청을 하면 법에서 정해진 사업계획 타당성, 건전성, 대주주 적격성 등을 보게 돼 있다”며 “이번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심사 과정에서 이런 점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은행 측은 본지에 “이번 일로 금감원 검사 및 후속 절차가 진행 중이며,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증권계좌를 추가 개설한 부분에 있어 현재 고객 동의에 대한 소명 절차가 이뤄지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검사 기간 중 증권계좌 개설 업무와 관련된 절차 및 전산 통제 부분 등 관련 내부 문제에 대해서는 보완을 마쳤다”고 밝혔다. 

향후 내부통제 마련 계획도 밝혔다. 대구은행은 이사회 하부위원회로 구성된 내부통제혁신위원회를 신설하고 실효성 있는 임직원 통제를 위해 각 임원 별로 내부통제 책임을 배분한 책무구조 조기 도입을 추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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