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1억원 낭비하고도…징계는 ‘경고’ 수준

주택도시보증공사 홍보 이미지. [이미지=HUG 제공]
주택도시보증공사 홍보 이미지. [이미지=HUG 제공]

[뉴스캔=이동림 기자] 공기업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임직원이 1억원이 넘는 출장비를 부당하게 청구하고도 징계는 솜방망이에 그쳤다.

특히, 가장 많은 출장비를 받아 챙겼던 고위 간부는 ‘계고’ 수준의 경징계를 받고, 지금도 같은 직책으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HUG는 올해 초 국토교통부(국토부)의 대대적인 감사 처분을 받았다. 임직원들이 관행처럼 허위로 출장비를 청구해 빼돌리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실제 127명이 2년 9개월 동안 1억 5000만원이 넘는 출장비를 부풀린 것으로 감사에서 드러났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수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국토부는 올해 초 복무 감사를 통해 HUG가 2020년 1월1일부터 2022년 9월30일까지 이 같은 규모의 출장 여비를 부당하게 집행한 사실을 확인했다.

부당 행위가 적발된 임직원 수는 127명, 출장 건수는 총 1573건이다. 이 가운데 금융사업본부장 A씨는 2020년부터 2년 9개월 동안 백 번 넘게 출장을 다니면서 800만원이 넘는 교통비를 더 받아냈다. 본사가 있는 부산에서 서울로 출장을 갈 때 실제로는 비행기나 자동차를 이용해 놓곤, 기차를 탔다고 거짓 서류를 제출하는 식이었다. 

HUG는 또 공무원 여비 규정을 준용하라는 정부의 권고에도 공무원 대비 높은 수준의 교통비·숙박비·일비 등을 지급해왔다. 공무원은 2급(국장급) 이상만 KTX 특실을 이용할 수 있지만, HUG는 여비 규정상 4급 이상이면 특실 이용이 가능했다. 일비·식비(공무원은 2만원)의 경우 HUG는 각 3만원과 2만5000원을 준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HUG는 과다 지급된 예산을 모두 회수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정부 산하 기관으로서 기강 해이를 다잡기 위한 노력이 미온적이라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그도 그럴 게 감사는 팀장급 이상에 대해서만 진행돼, 출장비를 부정하게 받은 직원이 더 있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더구나, 127명 가운데 징계처분에 이른 직원은 4명뿐이고, 그마저도 경고 수준의 ‘계고’였다.

계고는 문책의 성격을 가진 견책과 유사한 경징계에 해당한다. 특히, 부당하게 받은 출장비가 가장 많은 본부장 A 씨는 지금도 같은 직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와 관련 HUG 측은 감사 이후 과도하게 집행된 출장비는 모두 회수했고, 여비 규정도 공무원 수준으로 개정을 완료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징계 요구를 받은 직원들에 대해서는 모두 징계를 받은 상태라면서도 징계 수위는 밝히기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한편 HUG는 국토부 산하 기관으로 개인보증, 기업보증, 보증이행, 보증업무지원 업무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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