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경영연구소, ‘2024년 일반산업 전망’ 보고서 발간
중국 성장둔화로…석화·해운은 ‘흐림’, 자동차는 ‘맑음’ 전망

중국의 성장둔화로 자동차, 조선 등의 수혜가 예상된다. [사진=프리픽 제공]
중국의 성장둔화로 자동차, 조선 등의 수혜가 예상된다. [사진=프리픽 제공]

[뉴스캔=이동림 기자] 내년 한국 산업경제는 회복세를 보일 전망이다. 특히 중국의 성장둔화로 자동차, 조선 등은 수혜를 볼 것으로 관측된다. 18일 하나은행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24년 일반산업 전망’ 보고서를 통해 국내 산업의 현황과 미래를 조명했다. 

연구소는 국내 산업이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중국 고성장의 한계,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 디지털 기술 적응이라는 3대 항목에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며,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다만, 이러한 중장기 변화가 2024년 일반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요인별로 다를 것으로 추정했다. 


◆ 중국 성장둔화에 석유화학·해운 ‘흐림’, 자동차 ‘맑음’


먼저 ‘중국 고성장의 한계’는 미국·중국 갈등 심화로 글로벌 가치사슬(GVC)을 약화해 내년에도 악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또 ‘글로벌 환경규제 강화’가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겠지만, 당장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중장기적으로 매우 큰 비용을 초래할 것으로 예측했다.

‘디지털 기술 적응’의 경우 중장기 산업 성장을 이끌 핵심 요소임은 틀림없지만,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과도한 관심을 받은 영향으로 잠시 소강상태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소는 중국이 시진핑 3기 출범 이후 국가 통제를 강화하고 있는 점을 주목했다. 부동산, 빅테크, 사교육 등 민간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했을 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 분절화, 서방과의 갈등 등이 겹치면서 향후 중국의 장기성장률이 팬데믹 이전(7.9%)의 절반 수준으로 둔화가 불가피하다고 봤다.

중국의 성장둔화에 따른 구매력 약화와 금융 변동성 확대는 전 세계 경제와 산업구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대중국 의존도가 높은 국내 산업에는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핵심 산업 중에서 석유화학과 해운은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겠지만, 자동차는 수혜를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의 자동차 산업은 꾸준히 글로벌 진출을 모색할 것으로 보이지만, 갈등 관계에 있는 미국·인도와 같은 대형 시장 시장으로의 접근은 제한될 것으로 관측했다.

반면, 충분한 전기차(EV) 상품성을 보유한 국내 자동차 기업들은 미국·인도 등의 진출에 걸림돌이 적다는 점, 비교적 양호한 재무 투자 여력이 있다는 점에서 유리한 입장에 설 것으로 판단했다. 또한, 석유화학은 중국의 자체 생산역량 확충에 따른 국내 제품의 수출 감소와 중국 제품과 국내 제품 간 역내 경쟁 심화로 2030년 국내 석유화학 제품의 수출량이 2010년 수준으로 후퇴할 것으로 예상했다. 

해운 역시 중국으로부터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됐다. 중국의 경제성장 둔화는 해상 운송 수요 감소와 운항 거리 축소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미·중 갈등 심화로 태평양 항로의 물동량 감소가 불가피한데 이 항로는 국내 선사들의 의존도가 높아 운임하락에 따른 실적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 환경규제 강화로 석화 체질개선 요구…조선은 반사이익 기대


연구소는 환경 문제와 관해 현 추세대로라면 지구 평균 온도가 2040년에는 산업화 이전 대비 1.5℃ 더 높아질 것으로 봤다. [사진=프리픽 제공]
연구소는 환경 문제와 관해 현 추세대로라면 지구 평균 온도가 2040년에는 산업화 이전 대비 1.5℃ 더 높아질 것으로 봤다. [사진=프리픽 제공]

연구소는 환경 문제와 관해 현 추세대로라면 지구 평균 온도가 2040년에는 산업화 이전 대비 1.5℃ 더 높아질 것으로 봤다. 기후 변화로 인한 피해액도 그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1.2%, 2080년에는 3.4%를 넘을 수 있어 각국이 규제강화에 나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유 업계는 국내 석유 수요가 2025년에 정점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친환경 사업 전환과 같은 체질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업계에서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석유화학, 배터리, 수소, 재활용, 바이오플라스틱 등 친환경 사업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그 결과, 본업인 정유업 비중은 2023년 77%에서 2035년에는 45%까지 축소될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조선업계는 환경 이슈에 따른 수혜를 기대했다. 국제해사기구(IMO)에서는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탄소감축을 본격 실현하기 위해 7월 2050년까지 탄소 감축목표를 최대 100%로 강화하기로 했다면서 이로 인해 액화천연가스(LNG), 메탄올 추진선과 같은 친환경 선박의 수주 확대를 예상했다.

연구소는 최근 3년간 수주실적을 기준으로 볼 때 국내 조선사의 친환경 선박 수주 비중은 50%를 상회하고 있다. 생산역량의 한계로 중국이 부수적인 수주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 향후 국내 조선업계의 중장기 체질 개선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 디지털 전환 늦어지던 ‘뿌리산업’, ‘건설업’ 본격적인 전환 예상


연구소는 국내 산업계에 중장기 영향을 미칠 항목 중 하나로 ‘디지털 기술 적응’을 지목했다. 코로나19 대유행 시기만큼 열기가 뜨겁지는 않지만, 인공지능·사물인터넷·로보틱스·가상현실 등의 도입이 확대되면서 생산 공정 최적화, 적절한 재고관리, 작업 프로세서의 변환이 기대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단순한 생산현장 외 인간과의 직접적인 협업 등 서비스 영역에서의 진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빠르게 변화 중인 디지털 기술에 대한 적응 여부가 향후 국내 산업계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직결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러한 디지털 기술 적응은 모든 산업계에 공통으로 영향을 주겠지만,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뿌리산업의 변화 가능성에 주목했다. ‘뿌리산업’이란 제조 산업의 근간을 이루는 주조·금형·용접 등 6개 산업을 뜻한다.

해당 분야는 아직 디지털 전환이 더딘 상태이지만, 로봇·센서 가격의 하락과 정부의 정책적 지원 등으로 디지털 기술의 적용이 확대될 것으로 보았다. 또 뿌리산업이 국내 산업계의 경쟁력 유지에 필수적인 산업인 만큼 디지털 전환을 통해 고질적인 인력난과 효율 문제를 개선함으로써 디지털 산업과 전통 제조업 모두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건설업계에도 디지털 기술이 접목된 첨단 공법이 도입되면서 효율성을 개선할 것으로 예상됐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글로벌 전반적으로 건설업은 노동 효율성이 낮은 편인 관계로 이를 해소하기 위해 모듈러 공법, 3D 프린팅 공법이 주목받고 있다는 게 연구소의 분석이다. 그 외 ‘BIM’과 같은 디지털 통합 관리를 통해 건축물 생애주기 전반의 효율적 관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구소는 “중국 이슈는 단기적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주겠지만, 환경규제 강화는 단기적 영향은 미미한 반면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성장과 생존을 결정짓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어 국내 산업계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며 “향후 쇠퇴가 예견되는 정유, 석유화학 분야는 친환경 산업으로의 적극적인 확장을 모색, 그 결과 순환경제의 중요한 축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자료=하나금융경영연구소 제공]
저작권자 © 뉴스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