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주요자산 및 건설 사업권 매각 등으로 태영건설 후방지원
태영건설 사장, 부사장 등 수뇌부 교체...내부 분위기 쇄신 시도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 [사진=태영그룹 제공]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 [사진=태영그룹 제공]

[뉴스캔=박진용 기자] 태영건설이 우발적 채무에 위기설이 돌자 윤세영(90) 태영그룹 창업주가 경영 일선에 복귀할 전망이다.

태영건설은 최근 업계 안팎에서 자금난 리스크가 깊어졌다는 루머가 확산하면서, 그룹 법무팀이 워크아웃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는 후문까지 나돌았다. 다만 회사 측은 워크아웃설을 전면 부인하며 그룹사 지원을 비롯해 자구책 마련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일축하고 나선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윤 회장이 태영그룹의 뿌리인 태영건설 회생에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선 모양새다. 자신의 오랜 경영 노하우를 토대로 2조5000억원 규모의 채무 해소를 진두지휘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그룹 및 태영건설의 고위직 인사들에 대한 전면 개편도 바람도 불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윤 회장의 복귀와 동시에 그룹 전략·기획 조직을 집중 가동해 내부 인적 쇄신 등 이번 사태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윤 회장은 4일 일선경영 복귀 의사를 내비쳤다. 1933년생인 그는 올해 90세의 고령으로, 현직 활동이 쉽지 않은 연령임에도 직접 그룹 핵심사의 리스크 해소 지휘봉을 잡았다. 현재 건설업계에서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80세 이상 고령 창업주는 이중근(82세) 부영그룹 회장 정도라는 점에서, 90대 노장의 경영 재개 신호탄은 태영그룹의 돌발 리스크가 심상찮음을 방증한다.


◆ 90세 고령에도 그룹 리스크 해소 위해 다시 지휘봉


이에 태영그룹 측은 윤 회장의 경영 복귀와 관련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등으로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태영건설의 사회적 책무를 완수하기 위해 윤 회장이 경영 일선 복귀를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윤 회장이 다시 경영권을 쥐자, 자연스레 업계에선 태영 그룹이 주요 자산을 매각하거나 그룹 차원의 대대적 구조 개편에 나서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잇따른다. 2019년 그룹 회장직을 아들인 윤석민 회장에게 넘겨줬으나 이번 돌발 사태 수습 전면에 직접 나선 만큼, 사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는 평가다.

아울러 그룹의 모태인 태영건설에 대한 윤 회장의 각별한 애정도 경영 복귀 결심을 굳힌 배경으로 지목된다.

이로써 윤 회장은 당면한 우발채무와 부채 해소를 위해 조직력을 풀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조직 개편도 유력시된다. 금융계와 기업 신용평가기관 등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태영건설의 PF 우발채무는 2조5000억원에 달한다.

태영건설 사옥. [사진=태영건설 제공]
태영건설 사옥. [사진=태영건설 제공]

기업 부채도 선결과제로 지목된다. 3분기 연결기준 태영건설의 부채비율은 무려 478.7%에 달한다. 통상 건설사의 부채비율이 200%를 상회하면 재무건전성 개선이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오는데, 태영건설 부채비율은 그 두 배 이상인 만큼 재무리스크 뇌관을 품고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태영건설의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다는 점은 긍정적인 측면이다. 기업공시에 따르면 태영건설은 3분기 누적 매출 2조3891억원, 영업이익 977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32.4%, 310.5% 오른 수치다. 최근 건설경기 침체 속에서 매출 상승 폭도 양호하지만, 영업이익이 3배 이상 오른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는 평가다.

다만 PF 채무 해소는 여전히 태영건설이 넘어야 할 거산이다. 태영건설은 그룹 차원의 자산 처분 등을 통해 자금 지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윤 회장은 복귀와 동시에 주력 계열사인 태영인더스트리의 매각을 결정했고, 또 다른 그룹 계열사인 에코비트 역시 담보가 잡힌 상황이라 매각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태영그룹이 소유한 SBS 지분도 정리될 공산이 크다는 게 중평이다. 아울러 현재 착공에 들어가지 않은 각종 건설현장 사업권도 매각 대상으로 꼽힌다.   


◆ PF 채무 해소 넘어야할 산... 태영인더스트리 이어 타 계열사 매각도 예상


조직 개편도 불가피 할 전망이다. 실제 윤 회장은 복귀 전 태영건설 수뇌부를 전면 교체했다. 태영건설은 지난달 24일 최진국 전무를 사장으로 승진시킨 한편, 경영본부장 부사장에는 지주사 TY홀딩스의 황선호 전무를 선임했다. TY홀딩스 경영관리실장에는 정세형 에코비트 전무를 발탁했다.

최진국 태영건설 대표는 40여 년의 근속 기간으로 태영건설에서 잔뼈가 굵은 정통파로, 서울 마곡지구 개발사업 등 굵직한 사업을 두루 거친 실무형 최고경영자(CEO)다. 윤 회장이 현역 시절 실무형 인재를 선호했던 것으로 알려진 만큼, 최 사장 취임도 예견된 수순이라는 평가다. 최 대표의 취임 후 과제는 매각 사업권 선별작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태영건설 수뇌부로 영전한 황 부사장은 그룹 내 전략통으로 손꼽힌다. 황 부사장은 그룹 지주체제 확립을 주도한 이력으로 윤 회장 일가의 각별한 신임을 얻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익명의 건설업계 관계자는 <뉴스캔>과의 통화에서 "결국 90세 창업주가 복귀했다는 것은 그룹 모태인 태영건설을 대규모 수술대에 올리려는 움직임"이라며 "그룹 계열사 매각은 기본이고, 전국구 건설현장 사업권 매각도 태영건설의 주요 개선작업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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