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투심위 앞두고 ‘대출 실행’ 회의론

디아지오가 판매 중인 윈저글로벌의 제품. [사진=디아지오 제공]
디아지오가 판매 중인 윈저글로벌의 제품. [사진=디아지오 제공]

[뉴스캔=이동림 기자] “디아지오가 오늘 윈저글로벌 매각 계약을 체결하고 매각을 완료했다.” 지난해 10월27일 글로벌 스카치위스키 브랜드 ‘윈저’ 매각 주체인 ‘디아지오’가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이같이 발표하자 시장에서는 윈저글로벌의 매각이 이미 종결됐다는 걸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 왔다.

일반적으로 매각 완료는 인수대금 납입이 끝나고 소유권이 이전됐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윈저글로벌 매각이 완료됐다는 공식 발표와 달리 디아지오가 아직 매각대금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번 딜의 성공 여부에 의문부호가 달린다.

18일 본지 취재 결과, 인수금융을 단독으로 주선하는 우리은행은 총 1200억원을 지원키로 했지만, 아직 인수금융 대금을 납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매각대금 2000억원 중 500억원을 원매자인 파인트리자산운용(파인트리운용)이 부담하고 1200억원을 인수금융으로 조달하는 것이다. 


◆ “LTV 지나치게 높다”...부정여론 감지


그렇다면 왜 인수금융을 하기로 했던 우리은행은 3개월이 다 되도록 대출 실행을 하지 않고 있는 걸까.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인수금융 1200억원 가운데 일부를 직접 투자하고 나머지는 금융 회사들이 차관단을 꾸려 공통의 조건으로 단일 차주에게 일정 금액을 대출해주는 ‘신디케이션’ 방식으로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그러나 우리은행 내부와 신디케이션으로 참여하기로 한 일부 금융사 관계자들 사이에 윈저글로벌 인수금융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감지되고 있다. 담보인정비율(LTV)이 지나치게 높다는 이유에서다. 통상 인수금융 LTV는 40~60% 수준으로 책정되는 데 반해 이번 윈저글로벌의 경우 최고치인 60%가 적용됐다.

LTV는 자산의 담보가치에 대한 대출 비율로 흔히 주택가격에 대한 대출 비율로 많이 비교된다. 예를 들어 아파트 감정가격이 5억원이고 담보인정비율이 70%이면 금융기관으로부터 3억5000만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번 윈저글로벌 매각의 경우 레버리지(차입) 비율이 지나치게 높다. 즉 저렴한 자본금으로 비싼 차입금을 대체했다는 얘기다. 실제 윈저글로벌 인수를 위해 자본금 1000만원짜리 법인 PT W가 설립되고 불과 열흘 뒤 파인트리운용이 전환사채(CB) 형태로 500억원을 출자(투자)했다.

CB는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발행하는 채권의 일종이다. 일반적으로 특정 기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다. 일종의 보험 차원인 셈이다. 즉 CB를 보통주로 전환하기 전까진 지분 1000만원에 500억원 이상의 부채로 윈저글로벌을 인수한 초고도 레버리지 거래를 한 셈이다. 이런 부실(?)한 딜에 LTV 60%를 적용해 주는 게 과연 합당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측은 25일 최종 투자심의위원회(투심위)를 통해 1200억 집행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만약 투심위에서 이번 인수금융이 무산된다면, 최악의 경우 윈저글로벌 매각 딜 자체가 엎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공통된 시각이다.

또 결과에 따라 윈저글로벌의 원매자인 파인트리운용은 이미 납입한 인수대금 중 최소 200억원을 날릴 위험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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