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농협중앙회 강종성 유류판매팀장]

[석유가스신문/이지폴뉴스]

- 유통센터내 ´마트주유소´ 기대해 볼 만 -

농협중앙회가 석유대리점 사업에 착수했다.

전국 800여 석유 판매 네트워크를 거느린 국내 최대 석유 딜러인 농협중앙회가 직접 석유 유통사업에 나서는 것에 대해 시장은 비상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범 정부 차원에서 내수 기름 값 안정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이어서 농협중앙회의 석유유통업 진출이 경쟁촉진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크다.

농협 할인마트인 하나로마트에 주유소를 연계한 이른 바 ‘마트 주유소’가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의 기대와는 달리 석유 사업자들의 반응은 민감하다.

정유업계는 농협중앙회의 바잉 파워가 극대화되는 것을 경계하는 눈치이고 주유소 업계는 농협 주유소를 경쟁자로 의식하는 분위기다.

석유유통사업 진출 의미를 확대 해석하지 말 것을 주문하는 농협중앙회의 강종성 유류판매팀장을 통해 석유 유통 사업 진출 배경과 향후 사업 계획 등을 들어 봤다.
농협중앙회 강종성 유류판매팀장

▲농협이 석유 유통사업에 진출한 것을 두고 그 배경에 시장의 관심이 높다. 어떤지.

-잘 알려져 있는 것처럼 농협은 계통구매 사업을 통해 비료나 농약처럼 농민들에게 필요한 물품을 생산자나 중간 공급자로부터 직접 구매해 공급하고 있다. 계통구매사업은 농협의 수익 확보가 목적이 아니다. 구매 교섭력을 높여 농민들의 지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석유도 마찬가지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2001년 이후 계통구매 대상에 석유제품을 포함시켰다. 정유사와 농협 계열 주유소들 사이의 거래를 중앙회가 알선하는 형태의 계통구매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이번에 석유대리점 사업에 나서게 된 배경은 해당 사업을 보다 안정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다. 농협중앙회는 저장시설 등 석유 유통과 관련된 시설을 아무것도 갖추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석유 계통구매 사업을 벌일 수 있는 것은 2001년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의 유권해석에 근거해서다. 당시 농협중앙회는 석유유통사업자로 등록하지 않고도 지역농협 주유소를 대신해 제품 구매와 자금 정산 같은 일종의 알선 사업이 가능한지를 산업자원부에 질의했는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얻었다. 당시 해석을 근거로 농협중앙회는 지금까지 석유 계통 구매 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정부의 유권해석은 여건 변화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아예 석유대리점 사업에 진출하게 된 것이다. 석유 유통 사업자의 법적 지위를 갖게 되면 정부의 유권해석과 무관하게 농협중앙회가 안정적으로 계통구매사업을 벌일 수 있기 때문이다.

▲농협 계열 석유 판매업소 현황은?

-지난 해 말 기준으로 농협 계열 석유 판매업소는 총 862곳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중 주유소는 368곳이고 나머지가 석유일반판매소다. 시장에서는 농협 계열 석유 판매업소의 ‘수(數)’에 상당한 의미를 두고 중앙회가 대리점 사업에 진출했으니 막강한 바잉 파워를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하는데 실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농협 주유소들은 해당 지역농협 소유로 농협중앙회가 지역농협의 기름 구매나 판매에 개입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 현재도 농협중앙회의 계통 구매 사업을 통해 기름을 공급받는 비율은 60% 수준에 불과하다.

중앙회가 석유대리점 사업을 본격적으로 벌이더라도 현재 지역농협 차원에서 공급받는 조건보다 유리하지 않으면 거래선을 바꾸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정유사들이 농협중앙회에 대해서만 메리트를 주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시장의 기대처럼 농협중앙회가 석유대리점 사업에 진출한다고 곧바로 바잉 파워가 높아지고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시장의 이런 기대들이 오히려 정유사나 일반 주유소 업계의 불안감만 증폭시켜 농협중앙회의 석유 유통 사업에 방해가 될 수 있다.

▲실용 정부는 농협의 석유 구매협상력을 극대화하고 시장 경쟁을 촉진시키기를 희망하고 있는데 어떻게 평가하는지.

-농협이 석유유통사업을 벌이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농민들이 양질의 석유제품을 안정적으로 적정한 비용에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데 있다. 하지만 유가가 크게 오르면서 정부는 농협이 주도적으로 시장 경쟁을 촉진하는 역할에 나서 줄 것을 희망하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요구들을 취합해 농협중앙회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고민한 결과로 ‘1농협 1주유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농협 중앙회 산하 전국 지역농협은 총 997곳인데 이중 주유소를 운영하는 지역농협은 300여 곳에 불과하다. 중앙회는 자금을 포함한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모든 지역농협에서 최소한 1개 이상의 주유소를 확보하려 한다. 그 일환으로 올해도 100곳 이상의 지역농협에 주유소 유치를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수립하고 있다. 물론 조합원의 수가 적거나 석유 소비량이 많지 않아 주유소를 운영하기가 어려운 한계 농협도 있겠지만 가능한 수준까지 주유소를 확대하면 농민들의 기름 구입 여건이 개선되고 석유 유통시장의 경쟁이 촉진되는 효과 모두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희망하고 있는 마트 주유소 역시 농협이 대규모 유통센터(하나로마트)를 운영하고 있어 원론적으로는 기대할 만 하다고 본다. 특히 유통센터가 들어서는 부지가 지자체 소유인 곳들이 적지 않은데 최근 기름값이 크게 오르면서 마트 주유소에 대한 기대가 커져 석유 판매사업장을 병설 운영하는 것에 대한 협조를 받기도 쉬울 것으로 보인다.

석유가스신문 김신기자
저작권자 © 뉴스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