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산소함량 하한치 폐지 검토

[석유가스신문/이지폴뉴스]


 


불완전 연소로 일산화탄소 배출 증가 경고


 


석유 수입을 인위적으로 늘리려는 정부 정책이 물의를 빚고 있다.


 


석유수입업 등록 절차와 비축 의무를 완화하고 원유와 석유제품간 관세까지 동일하게 책정하며 석유수입 장려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었던 정부는 그래도 석유 수입이 늘어나지 않자 이번에는 석유 환경 품질 기준 완화까지 고민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휘발유 산소 함량 기준 완화 방안을 검토중이다.


 


석유사업법상 휘발유 산소 함량은 여름철은 최소 0.5%, 겨울철은 1% 이상을 유지해야 하는데 최대 함량 기준인 2.3%만 유지하고 하한치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사실상 산소함량이 ´제로´여도 규제할 수 있는 방법이 없게 된다.


 


정부는 그 배경으로 미국의 경우 휘발유의 산소함량 기준을 없앴고 일본은 하한치 규제가 아예 없다는 대목을 꼽고 있다.


 


선진국들의 휘발유 품질 기준에 비해 굳이 높은 스펙(SPEC)을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휘발유 수입을 장려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기획재정부 김종열 산업관세과장은 “휘발유를 포함한 석유제품의 내수 시장 진입 장벽이 될 수 있는 것들이 어떤 것들인지를 점검하는 차원으로 석유제품의 품질 기준 완화 가능성을 관련 부처와 사실 확인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기획재정부는 20일 환경부, 지식경제부 등과 부처 협의도 진행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 불완전 연소로 대기 오염 될 것


 


이에 대해 환경과 석유품질 전문가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수입 석유의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해 환경 품질을 낮추는 것은 부작용이 더 클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석유품질관리원의 김동길 검사처장은 “미국의 경우 휘발유 산소함량 기준을 폐지한 것은 맞지만 산소함량 기재인 MTBE를 바이오에탄올 등으로 대체하면서 산소함량과 관련한 법정 기준을 유지할 필요가 없어졌을 뿐 관련 기준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2005년 EPACT(Energy Policy Act of 2005, 에너지정책법)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서 ´RFS(renewable Fuel Standards)´ 즉 신재생연료 스탠다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휘발유 산소함량 기준을 삭제했다.


 


다만 바이오에탄올 같은 RFS를 의무적으로 일정량 이상 혼합하도록 했는데 자국 농민들을 보호할 수 있고 RFG 혼합으로 차량 배출가스를 충분히 저감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특히 바이오에탄올 등 RFG는 그 자체에 함산소 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휘발유 품질 기준중 산소함량 기준만 없앴을 뿐이지 결과적으로는 이전 보다 오히려 더 강력한 품질 기준을 유지하고 있다.


 


휘발유가 이원화되어 있는 일본은 우리나라의 보통 휘발유에 해당되는 휘발유의 옥탄가를 89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보통 휘발유의 옥탄가가 91~94에 해당되는 것과 비교하면 약간 낮다.


 


국산 휘발유는 산소함량 기준을 최소 0.5% 이상으로 규정하고 있고 일본은 상한치만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이와 관련해 국산 휘발유의 품질 기준중 산소함량 하한치를 없애게 되면 일본산 휘발유는 옥탄가만 상향 조정하면 곧바로 수입이 가능하다.


 


이때 옥탄가 상향 기재로 방향족 화합물 등을 사용하게 되면 대기나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에너지기술연구원의 이영재 자동차에너지환경연구센터장은 “휘발유에 함산소기재가 포함되지 않으면 불완전 연소로 일산화탄소가 많이 배출된다”고 말했다.


 


석유품질관리원 김동길 처장은 “국내 정유사들이 실제 생산하는 휘발유의 평균 옥탄가가 93 정도로 환경품질 기준중 산소함량 하한치가 없어진다고 해도 일본산 휘발유를 수입하기 위해서는 옥탄가 조정이 필요한데 이 경우 전 세계적으로 규제하고 있는 방향족 기재를 혼합할 것이고 대기 환경에 유해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 일본은 석유 순수입국, 수입 기대 효과 장담 못해


 


휘발유 산소함량 하한치를 없앤다고 수입이 늘어날 지도 의문이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달 발표한 일본 석유산업 자유화 관련 자료에 따르면 석유산업 효율화 작업의 일환으로 하루 535만 배럴의 정제 능력이 지난 해 1월 483만 배럴로 크게 줄어 들었다.


 


하지만 하루 석유 소비량은 500만 배럴이 넘어 일본 정유사의 정제 능력은 내수 기준 88%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특히 휘발유 수입 비중은 2006년 기준 3.7%에 달했던 것으로 기획재정부는 파악하고 있다.결국 일본은 휘발유 순 수입국인 셈인데 다만 일부 정제사들이 스팟(spot)개념으로 수출하는 경우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와 달리 지진의 영향으로 송유관이 건설되지 못한 일본은 해안을 따라 건설된 정제 시설에서 일부 과잉 생산된 석유제품이 해상 수송 경로로 자국내에서 판매되는 것 보다 우리나라에 수출하는 것이 더 경제적인 경우가 간헐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정제사들과 장기 공급 계약을 맺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며 실제 수입 가능 물량도 극히 제한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기획재정부 김종열 산업관세과장은 “올해 초 석유제품 관세율을 2% 낮춰 원유와 동일하게 책정했지만 국제 석유 가격과 내수 석유 가격간의 격차가 커서 당장의 석유수입 효과를 기대하지는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전 세계적으로 정제시설 건설이 진행중이어서 문턱을 낮춰 놓으면 장기적으로 석유 수입이 늘어나고 정유사들이 마음대로 석유 가격을 올리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석유 수입 경제성이 확보되기 위한 가장 큰 전제 조건인 국제 석유 가격 안정은 요원한데도 일단 수입 장벽을 낮추고 보자는 전시행정식의 논리가 동원되며 석유 환경 품질 기준 완화까지 검토되고 있는 셈인데 일본산 휘발유 수입 실적이 저조하면 동남아산 휘발유 수입을 위한 추가적인 환경 품질 기준 완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정부 환경 정책에도 역행한다는 비난을 살 수 있다.


 


환경부는 내년 1월을 기해 수송연료의 추가적인 환경 품질 개선을 예고한 상태로 휘발유와 경유의 황함량은 10ppm까지 낮춰지며 사실상 극 초 저유황 연료가 생산된다.


 


발암물질인 방향족 물질 함량 규제도 심해진다.


 


한편에서는 석유 공급자의 수송연료 환경 품질을 개선하기 위해 환경품질등급제도를 시행중인데 국내 휘발유와 경유 환경 품질은 미국의 캘리포니아나 유럽 최고 수준을 만족시키고 있다는 것이 환경부의 자랑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휘발유 수입 장려를 목적으로 환경 품질 기준까지 완화한다는 것은 환경 정책 기조가 흔들린다는 비난을 살 수 있다.


 


이와 관련해 관련 정부부처도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신 정부 들어 물가 안정이 최우선 국정 추진 과제로 부상하면서 기획재정부가 주도하는 다양한 물가안정정책에 타 정부 부처가 이견을 제기하기가 어려운 분위기 때문이다.


 


석유사업법을 통해 석유품질기준을 운용하고 있는 지식경제부는 ‘휘발유 산소 함량 문제는 결국 환경 품질과 관련된 것으로 환경부의 결정에 따르겠다’며 한발 물러나 있는 모습이다.


 


환경부도 노선 결정이 쉽지 않은 모습이다.


 


환경부 박천규 기후변화정책과장은 “지난 회의(기획재정부 주도로 열린 5월 30일 회의) 때 기획재정부로부터 검토 설명을 들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휘발유 산소함량 기준 완화와 관련해 기획재정부에서 구체적인 법 개정 요구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고 전제하면서도 “미국의 경우 산소함량 하한치를 왜 없앴는지 등 국제적인 동향을 확인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수송 연료 환경 품질 강화 정책에 속도를 내왔고 최근에는 산소함량 기재인 MTBE를 대체할 바이오연료의 타당성 연구 용역까지 발주했던 환경부의 입장 치고는 지나치게 신중한 모습이다.


 


이와 관련해 환경 관련 제도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현행 석유 수입 관련 제도를 충분히 살려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행 법령에서 석유수입사들은 보세구역내에서 자유롭게 수입 석유의 품질을 보정할 수 있고 특히 MTBE를 비롯한 첨가제들을 혼합하는 것은 특별한 장치 없이도 브랜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식경제부는 석유수입을 장려하기 위해 등록 기준과 비축의무를 완화하고 원유와 동일하게 관세율을 낮춘데 이어 석유수입 실적이 없더라도 내수 시장에서 자유롭게 석유를 구매해 판매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석유가스신문 김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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