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자 카톨릭대 교수 "양치기소년 같은 상황...민주주의 하겠다는 진정성 보여야"


3일 이명박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아 백낙청, 박원순, 이효재 등 각계 사회원로 100여명이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을 비판하는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시국선언에 동참한 이영자 환경연대 이사장(카톨릭대 교수)은 2일 저녁 CBS 라디오 <시사자키 고성국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지난 100일간의 통치는 단순한 실수나 국정실책이 아닌 근본적이고 총체적인 실패라고 할 수 있다”며 “이 정부가 민주주의를 하겠다는 건지, 민주주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에 깊은 의구심을 자아내게 하는 상황”이라고 시국선언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 교수는 “국민들이 완전히 무력감에 빠져있고 자존심을 상실당한 상태”라며 “대통령이 소통을 하겠다고 하는데 과연 소통의 의지가 있는 건지 의심스럽다, 또 진실을 말하지 않는 상태에서 속임수만 가지고 국민을 대상으로 기습작전 하듯이 정책을 편다는 게 국민들에겐 아주 불안하고 불신의 대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정쇄신으로 몇몇 인적쇄신보다는 대통령부터 변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교수는 “대통령 지시 하에서 움직인 모든 일들이 과연 측근들을 멀리하고 다른 분들이 온다고 해서 달라지겠느냐”며 “국정쇄신이라는 건 대통령 자신이 스스로 어떻게 변할 수 있느냐, 다시 말해 자기반성과 자기변혁을 할 수 있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특히 “정말 민주주의를 하겠다는 진정성을 실천으로 보여야 한다”며 “이를 위해 대운하를 포함한 일련의 정책들이 밀실에서 이뤄지는 일에 종지부를 찍고 국민의 여론을 진정으로 수렴하겠다는 조치들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이 도무지 믿질 않는다, 지금은 양치기 소년과 같은 상황”이라며 “외양적으로 사람을 바꾸지 말고 대통령 스스로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주문했다.


 


 


 


 


 


 


 


 


 


( 인터뷰 내용 )


 


- 여러 원로들이 모여서 시국선언을 할 만큼 심각한 상태라고 보나?


 


지난 100일간의 통치는 총체적 실패라고 할 수 있다. 이건 단순한 실수나 국정실책이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다. 이 정부가 민주주의를 하겠다는 건지, 민주주의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에 대한 깊은 의구심을 자아내게 하는 상황이다. 민주주의 가치에 있어서 또는 민주주의 절차에 있어서 양쪽 다 굉장히 절망적이다. 민주주의는 자유평등의 가치가 중요한데, 지금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 하는 것은 소수의 돈 있는 사람 또는 권력 있는 사람의 자유만을 얘기하는 것이다. 또한 신자유주의 시대, 양극화 시대에서 다수가 약자다. 그럼 약자를 위한 정책은 무엇을 할 것이냐에서 오히려 시장화, 민영화를 통해 교육이나 보험이나 기간산업을 전부 사유화하겠다고 했을 때 국민들이 얼마나 불안한지. 지금 집회현장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노래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이다. 이건 국민들이 완전히 무력감에 빠져있고 자존심을 상실당한 상태에서 나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이 소통을 하겠다고 하는데 과연 소통의 의지가 있는 건지 의심스럽다. 또 진실을 말하지 않는 상태에서 속임수만 가지고 국민을 대상으로 기습작전 하듯이 정책을 편다는 게 국민들에겐 아주 불안하고 불신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 이번 시국선언엔 어떤 분들이 참여했나?


 


다양한 분야다. 학계, 시민단체, 그리고 개인 자격으로 법조계에 있는 분들도 참여했고, 그동안 나라를 걱정하는 각 분야에 있는 분들이 참여하셨다. 사실 오늘 발표한 내용은 새삼스러운 게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는 것을 집약시킨 정도라고 생각한다.


 


- 정부여당이 민심을 제대로 읽고 있다고 보나?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건 국민이 뽑은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이 국민을 대신해서 하는 게 없기 때문에 직접 거리에 나선 것이다. 국민이 자기 생활을 스스로 보호해야만 하는 절박한 심정에서 나온 것인데, 정당에선 그 문제를 제대로 짚고 있지 못하다. 그리고 지금까지 문제가 됐던 여러 가지 사안들에 대해 한나라당이 어떤 입장인지를 국민들은 알지 못한다. 그리고 제1야당인 통합민주당에 대해서도 그 방향성이나 정책에 신뢰를 갖지 못한다. 이렇게 국민의 열기를 떠안을 수 있는 책임 있는 정치권도 없고, 또한 한나라당에선 내부 권력싸움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 같은데 지금 그럴 시점이 아니라는 걸 모르는 것 같다.


 


- 정부가 관보 개재 유보 결정을 내렸는데, 이게 현 정국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까?


 


우리는 관보 개재 중단이 아니라 포기를 요구하며, 전면적인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도 비가 오는 와중에 많은 분들이 시청에 모였다고 한다. 이것은 끝이 그렇게 쉽게 날 것 같지 않다는 판단을 모두가 하고 있다. 그리고 정부에서 재협상이 불가능하다고 내놓는 이유에 대해 국민들은 납득하지 못한다. 이것을 불가항력적인 상황에서 못한다는 얘기는 더 이상 할 수가 없는 것이다.


 


- 재협상만이 정국수습의 해법이다?


 


그렇다. 국민들이 안 먹겠다는데 억지로 먹이는 정부가 어디 있나.


 


- 장관과 청와대 수석을 교체해도 국면 전환이 안 될까?


 


쇠고기 협상도 대통령이 미국에 있을 때 타이밍을 맞춰서 지시해서 한 것이라고 국민들이 듣고 있다. 그럼 대통령 지시 하에서 움직인 모든 일들이 과연 측근들을 멀리한다고, 다른 분들이 온다고 해서 달라지겠나. 국정쇄신이라는 건 대통령 자신이 스스로 어떻게 변할 수 있느냐, 다시 말해 자기반성과 자기변혁을 할 수 있느냐의 문제다. 그동안 살아온 경험상 지금까지 해온 방식으로 국정을 운영하면 안 된다는 게 드러났다. 그럼 몇 사람을 갈아서 그 분들에게 책임을 물을 상황도 아닌 상태에서 교체로 될 일은 전혀 아니다. 문제는 정말 민주주의를 하겠다는 진정성을 실천으로 보여야 한다. 그러려면 운하를 포함해서 국민을 힘들게 하고 민생을 지치게 만드는 맹목적인 집착에서 나오는 일련의 정책안들, 그리고 그것이 밀실에서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뤄지는 것에 대해 종지부를 찍고, 국민의 여론을 진정으로 수렴하겠다는 조치들이 나오지 않으면 몇 사람이 바뀐다고 해도 국민들이 믿을 수가 없다. 이게 늑대소년과 같은 상황이다. 무엇을 해도 믿질 않는다. 유보라고 하면 언제 또 필요하면 무슨 카드가 나올까 하는 깊은 불신에 빠져있다. 그렇기 때문에 외양적으로 사람을 바꾸고 약속해선 안 된다. 국민이 가지고 있는 좌절감을 통찰하고, 대통령 스스로가 환골탈태하는 모습이 무엇인가를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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