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집회 대해 모르면 가만히 있으라"..."정당정치에 맡길 수 없는 상황, 재협상 될 때까지 가야"

소설가 이문열씨가 촛불집회에 대해 ‘디지털 포퓰리즘의 승리로 위대하지만 끔찍하다’고 논평한 데 대해 홍성태 상지대 사회학과 교수는 “이문열이라는 사람이야말로 끔찍한 극우보수 소설가”라고 맞받아쳤다.


 


홍 교수는 11일 저녁 CBS 라디오 <시사자키 고성국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이문열씨가 “그동안 우리 시민을 모욕하고 멸시하는 발언들을 많이 해왔다”면서 “우리나라 최초로 반환운동이 벌어졌던 소설가이기도 한데 그런 식의 발언으로 시민들을 계속 모욕한다면 또한번 소비자주권, 시민주권의 힘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교수는 “현실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이 그런 사람들의 한계”라며 “이문열씨는 발언을 자제하고 안 했으면 좋겠다, 잘 모르면 가만히 있는 게 서로를 위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 진보 학자인 최장집 교수가 ´계속 거리 정치로 갈 순 없다, 이젠 정치권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우리 정당이 어떤 상황인지 잘 아시면서 정당정치, 국회정치를 이 시점에서 강조하시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며 “정치학자다운 말씀일 뿐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대했다.


 


그는 “이번 촛불집회는 민주적으로 수립된 정부를 상대로 잘못된 정책의 개선을 요구하는 일종의 불복종운동으로 전개된 것이 과거 반민주적인 독재정권을 타도한 6월 항쟁과의 큰 차이점”이라며 “민주적으로 수립됐다고 해서 정부의 정당성이 완전히 입증되는 건 아니라는 것을 찾아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촛불집회는 (재협상이) 이루어질 때까지 계속 해야 한다, 시민들이 내걸고 있듯이 ´촛불들아 될 때까지 모여라´ 바로 이것이다”라고 말했다.


 


 


 


 


 


 


 


 


 


( 이하 인터뷰 내용 )


 


- 어제 촛불집회 현장에 나갔었나?


 


나는 인터넷신문 프레시안의 현장중계 진행을 맡아서 시위대 속에서 촛불의 물결을 잘 봤다. 나중에 행진이 시작될 무렵엔 무대 위에 올라가서 볼 수 있었는데, 너무나 많은 촛불을 보면서 이거야말로 장엄이라고 생각했다. 정말 보기 드문 사건이었고 세계적인 사건이었다고 생각했다.


 


- 사람들은 80년대와 지금의 상황을 자주 비교하는데?


 


특히 87년 6월항쟁과 많이 비교하는데, 그때와 비교해서 양적으로도 훨씬 더 많은 시민들이 참여했다. 나도 지난 20여 년간 시내에서 일어난 큰 집회엔 거의 다 참석해봤지만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너무 많은 사람들이 나왔고, 진행과정에서도 계속해서 사람들이 늘어나는 걸 볼 수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혼란스러운 듯하면서도 질서를 잘 지켰고, 평화적으로 거대한 집회를 마쳤다는 게 참 놀라운 일이다. 그런데 6월항쟁은 반민주적인 독재정권을 타도하는 운동이었지만 이번은 민주적으로 수립된 정부를 상대로 잘못된 정책의 개선을 요구하는 일종의 불복종운동으로 전개된 것이 큰 차이점이다. 또 한편으로는 민주적으로 수립됐다고 해서 정부의 정당성이 완전히 입증되는 건 아니라는 점을 여기서 찾아볼 수 있다. 잘못된 정책을 시민들에게 계속 강요했기 때문에 이에 분노한 시민들이 거대한 촛불의 바다를 이루어서 잘못을 시정할 것을 요구하는 저항운동을 펼쳤던 것이다.


 


- 경찰 추산 10만 명, 주최측 추산 70만 명이 거의 사고 없이 집회를 마칠 수 있었는데, 이런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사실 이것도 따져보면 낯선 것은 아니다. 예컨대 광주항쟁 때는 더 많은 사람들이 더 격렬하게 저항을 펼쳤지만 아무 문제가 없었다. 시민들의 자발적 질서가 그때도 대단한 힘을 발휘했었다. 조중동 같은 언론에서만 혼란이니 난동이니 하는 식으로 표현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평화롭고 자율적인 질서들이 잘 형성됐었다. 그것을 어제 그 자리에서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시민들에게 충분한 집회시위의 자유가 허용된다면 얼마든지 자율적 질서가 형성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 범국민대책회의의 경우 ´자신들은 행사를 주관할 뿐 촛불집회를 주도하는 건 여기에 모인 분들´이라고 말하는데, 실제로 그런가?


 


실제로 그렇다. 그 점이 6월항쟁과의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때는 국본이라는 게 만들어져서 지도부에서 여러 가지 계획을 짜고 시민들에게 호소하고 알리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게 아니라 인터넷과 모바일이라는 발달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서 모든 시민들이 제안하고 참여하는 형태로 집회가 진행됐다. 실제로 어제 심야 자유발언에서 한 시민이 나와서 ´우리 모두가 주체다, 우리 모두가 이 시위를 만들었고 참여하고 있다´고 얘기했는데, 그건 사실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 광화문에서 밤새 토론이 진행되고 시민들의 자유발언이 이어지고 있는데?


 


대단히 수준이 높다. 시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라는 것은 보수세력의 인식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다. 조중동이라는 보수언론이 아무리 힘이 강하다 하더라도 결코 시민들을 이길 순 없겠구나, 시민들은 그들의 잘잘못을 너무나 잘 알고 있구나, 이런 사실을 아주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인터넷을 통해서도 그런 사실을 잘 알 수 있지만 현장에서는 더욱 생생하게 확인할 수 있다.


 


- 5월 2일에 처음 촛불을 든 이후 한 달을 넘기면서 100만 촛불대집회로까지 발전확대되어왔는데, 그 힘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안전하게 살고 싶다는, 자기생명을 지키고 싶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거창한 이념을 실현하겠다거나 굉장히 큰 정치적 잘못을 바로잡겠다는 게 아니라 나와 가족의 생명을 지키겠다는 가장 원초적인 요구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런데 정부가 그것을 지키지 않고, 오히려 한 달이 넘도록 거짓말을 하고 사람들을 능멸하고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것이 정치권력에 대한 저항으로까지 발전하게 됐다고 본다.


 


- 이문열 작가가 ´촛불집회의 본질은 위대하나 끔찍한 디지털 포퓰리즘´이라고 말했는데?


 


이문열이라는 사람이야말로 끔찍한 극우보수 소설가다. 그 사람은 그동안 우리 시민을 모욕하고 멸시하는 발언들을 많이 해왔는데, 그의 소설을 아주 많은 사람이 읽고 있다는 점에서도 소비자들의 권리라는 점에서도 좀 발언을 자제하고 안 했으면 좋겠다. 잘 모르면 가만히 있는 게 서로를 위해 좋을 것이다. 이문열이라는 사람은 우리나라 최초로 반환운동이 벌어졌던 소설가이기도 한데, 그런 식의 발언으로 시민들을 계속 모욕한다면 그런 식의 소비자주권, 시민주권의 힘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될 것이다.


 


- 그래도 예전처럼 일방적인 매도보다는 본질은 위대하다면서 나름대로 인정하는 것 같은데?


 


나름대로 인정하는 듯하지만 역시 그 부분이 그런 사람들의 한계다. 현실을 현실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심각한 문제다.


 


- 최장집 교수는 ´계속해서 거리의 정치로 갈 순 없지 않겠나, 이쯤에서 정치권에 해결의 열쇠를 맡기고 호흡을 고르는 게 어떠냐´고 말했는데?


 


그건 정치학자다운 말씀이고, 나로서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 특히 운동정신을 강조했던 분이 갑자기 그런 얘기를 하셨다는 것, 우리 정당이 어떤 상황인지 잘 아시면서 정당정치 국회정치를 이 시점에서 강조하시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지금 집에 가면 지는 것이다. 아무것도 이뤄진 게 없는데 지금 이 시점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국민들에게 오랫동안 큰 고통을 안겨준 정치인들에게 이제 논의를 해보라고 하는 건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장이다.


 


- 촛불집회를 언제까지 계속해야 할까?


 


이루어질 때까지다. 시민들이 내걸고 있듯이 ´촛불들아 될 때까지 모여라´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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