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인내의 한계는 어디인가!

대한민국, 인내의 한계는 어디인가!

말(言)은 입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의 세계관에서 나온다.

대통령 노무현은 집권하자마자 한 때 북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까지 지낸 거물 간첩 송두율을 민주인사로 포장하여 귀국시켰다. 검찰이 여론을 살피다 구속하려 하자 그는 국회에서 송두율을 처벌하지 말자는 주장을 하기에 이른다. 그러다 검찰이 마지못해 구속 기소하였고 법원은 2심에서 슬그머니 그를 풀어주었다. 송두율을 구속한 검사는 끝내 견디지 못하고 검찰을 떠나고 말았다.

동국대학교 강정구 교수라는 사람이 얼마 전부터 집요하게 한국전쟁은 통일전쟁이고 미국이 간섭하여 그 때 이루어질 통일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주장을 계속한다. 더 나아가 그는 꼭 자본주의 방식의 통일만 통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사회주의 방식의 통일이면 어떠냐는 막가는 주장을 하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 통일이 되면 우리 국민은 배급제에 목을 매며 살아야 한다.

강 교수의 이러한 주장은 물론 그의 사상에서 나온다. 그가 그의 사상을 실현하기 위하여 북한과 손을 잡고 미국을 타도하며 한국사회를 뒤집어엎는 혁명투쟁을 하느냐는 전적으로 그의 자유에 속한다.

하지만 대한민국에는 자유민주주의를 기본 이념으로 하는 헌법이 있다. 자유민주주의는 각자의 사상, 이념의 자유를 존중한다. 그러나 거기에는 한계가 있다. 다른 사람의 자유를 부정하는 전체주의적 사상이나 이념은 용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분명히 한국전쟁을 일으킨 북한의 이념과 체제를 옹호한다. 그는 교수로서 북한의 이념과 체제가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인민민주주의요, 개인의 사상과 신념을 억압하는 전체주의 체제임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률은 강 교수의 행동에 대해 응답해야 한다. 이 사태를 오래 동안 방치하던 검찰이 마침내 구속수사 방침을 정하자 여당 대표라는 사람과 청와대가 반대의사를 표명하더니 급기야 법무장관이라는 사람이 수사지휘라는 미명으로 검찰에 구속하지 말라는 지시를 하기에 이르렀다. 구실은 강정구라는 사람의 인권을 내세웠지만, 모든 국민은 노 정권이 강정구 교수의 주장을 지지하거나, 최소한 반대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조치가 내려졌다고 믿는다.

송두율과 강정구 사건에서 노 정권의 핵심들이 보인 말과 행동은 그들의 세계관, 특히 한반도의 역사를 바라보는 국가관, 역사관의 소산이다. 그들은 허울 좋은 개혁의 깃발로 그들의 의도를 숨기며 정권을 잡았고, 집요하게 그들의 세계관에 입각하여 대한민국을 변혁시키려 하고 있다. 강정구 사건은 그 연장선상의 한 예(例)일 뿐이다.

노 정권의 법무장관이라는 사람이 이토록 대담하게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기 수중에 있는 검찰을 조용히 설득하려 해도 잘 되지 않자 터무니 없는 수사지휘라는 칼을 휘둘러 검찰을 사지(死地)로 내몰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에 도발적 자세로 맞선다.

그들이 그동안 의도를 숨기며 변혁을 추구하던 전략에서 이제는 조심성도, 일말의 두려움도, 양심의 부끄러움도 벗어던졌다는 증좌이다. 노 정권은 벌거벗은 몸으로 대한민국의 역사, 정통성 그리고 위대한 국민에 도전한다.

나의 판단은 이렇다. 어떻게 잡은 정권인가. 기회는 지금 뿐인데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이제 좌고우면할 필요가 없다. 연방제 통일을 향해 정면승부를 하자. 이것이 강정구 사건에서 노 정권이 상상을 초월하는 대담한 행동을 보인 원인이다. 머지않아 그들은 남북정상회담을 열어 연방제 합의를 이끌어내려 할 것이다. 그리고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헌법을 파괴하고 대한민국 간판을 내리려 들 것이다.

만일 우리 사회가 해결할 수 없는 모순에 가득 차 있고 그래서 혁명을 통해 새로운 나라를 건설할 역사적 당위(當爲)가 있다고 가정하자. 이런 상황에서 혁명이 일어나고 대한민국 간판이 내려간다면 그것은 역사의 섭리일지 모른다. 그러나 대한민국 헌법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고 들어선 합헌적 권력이 그 권력을 악용하여 대한민국을 허문다면 이보다 더 파렴치한 역사의 배신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제 대한민국의 이름으로 그들에게 말해야 한다. 인내의 한계를 이미 넘어서고 있다고 믿는다. 더 늦으면 후회만이 남을지 모른다. 일찍이 헌법학의 태두 김철수 교수가 국민저항권의 발동을 제창하셨다.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가. 목숨보다 더 소중한 우리의 조국이 아닌가.

공산화의 위기를 넘기고 산업화를 성취하며 민주화의 지평을 열기까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고귀한 피와 땀과 눈물이 요구되었던가. 이런 우리의 조국을 파괴하는 권력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 그야말로 국민적 저항을 통해 오늘의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대한민국을 지켜야 할 권력이 대한민국에 비수(匕首)를 들이대는 이 엄중한 상황에서 더 이상 침묵은 미덕이 될 수 없다. 나라를 사랑하고 걱정하는 모든 사람들은 말해야 한다. 그리고 행동에 나서야 한다. 누가 앞서고 누구는 뒤에 서고가 없다. 어느 곳, 어느 위치에 있던, 어떤 수단을 활용하던, 우리는 말하고 행동해야 한다.

이제 대한민국이 이 반역적 정권을 더 이상 용인할 인내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2005. 10. 14

이 인 제

이인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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