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핵심층의 오만함과 꼴 불견

권력핵심층의 오만함과 꼴 불견
청와대는 아직도 국민의 소리를 듣지 못했나?
독선과 무능은 대한민국의 앞날을 어둡게 해

노 대통령은 어제 기자들과의 산행 길에서 재선거 결과를 놓고 집권당내의 의원들이 청와대 책임론(責任論)을 주장한 것에 대해서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하니, 아직도 국민의 소리는 청와대에 전달되고 있질 않은 모양이다.

여러 의원들의 지적 중에서도 몇 의원들이 질타한 청와대 ‘민생경제회피론’에 대해 “민생경제가 어디 대통령이 어디 가서 악수하고 회의한다고 금방 죽고 사는 게 아닌데 그런 식으로 호도하는 건 포률리즘적이고 정략적이다. 총리가 일을 잘 하기 때문에 계속 같이 하겠다.”는 독선적인 의견을 보임으로써 집권당 내부에서조차 갈등국면으로 향하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또한 “대통령쯤 대면 국사를 본질적으로 다루게 되어있다”는 말과 함께 캐나다 보수당의 멀로니 총리가 조세개혁을 한 뒤에 169석에서 2석으로 몰락한 것에 대해서 자신의 심정을 연계시키며 국민의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의 국민들과 격리된 정치철학을 밀고 가겠다는 다짐을 보였다 한다.

이 얼마나 민주주의 원칙을 무시하는 독선(獨善)과 편견(偏見)인가?

아직도 국민들이 왜 현(現) 정권에게 표를 주지 않고 청와대의 편향적인 이념노선에 기댄 정치를 연일 걱정하고 비판하는지에 대한 조그마한 비판적 성찰(省察)이나 자성과는 거리가 먼 ‘나 홀로 정국구상’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딱한 현실을 본다.

이제는 ‘갈등해결과 타협이 과제’라는 대통령의 정확한 인식이 있다면, 다수결제도도 제대로 지키고 있지 못하다는 잘못된 인식의 뿌리를 과감히 캐내어 일반 대중들의 가슴속으로 파고들어서 국민들의 아픈 가슴을 느낄 때만이 남은 국정기간이라도 편안하고 국민과 호흡하는 정치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앓고 있는 이념갈등과 계층 간의 위화감의 덫에서 신음하고 있는 저성장의 중병(重病)이 한국정치의 수십 년간 축적된 구조적인 여파가 없다고 하지는 않겠지만, 보다 큰 원인은 현(現) 집권세력의 ‘한미동맹 판 흔들기’ 및 ‘지나친 친북노선 추구’로 빚어진 단기적인 정책적 실패라는 인식을 왜 하고 있질 못한지 답답하다.

누가 보아도 일부의 국민을 제외한 대다수의 국민들은 현 정부의 검증 없이 굴러가는 북한의 독재정권의 본질을 망각하게 하는 지나친 민족공조를 우려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번영 및 안보태세 구축의 토대가 되어 온 한미동맹의 급속한 해체를 매우 불안하고 위험한 접근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왜 애써서 외면(外面)하고 있는 것인가?

국회에서 국민의 목소리를 전하는 국회의원들에게 겸손치 못한 태도나 언행으로 국민들을 욕되게 하고 있는 이해찬 총리를 광복이후 최고의 총리로 두둔하는 저의(底意)가 무엇인가?

이것은 대다수의 국민들을 무시하는, 권력자의 오만함과 자기합리성의 극치(極致)를 보여주는 씻을 수 없는 정치적 타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이 것이 다수결 제도를 제대로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대통령의 견해가 남기고 있는 정치적 족적(足跡)인가?

필자는 대통령이 하루빨리 국민들의 가슴속으로 들어 와서 현 집권세력의 국정운영에 대하여 무엇을 어떻게 백성들이 우려하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그러지 않고서는 뒤늦게나마 현(現) 집권핵심세력들의 독선과 독주에 대한 집권당의원들의 때 늦은 질책을 다시 새겨들을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극좌파와는 분명한 거리를 두어야 한 다”고 주장하는 한 여당의원이 왜 이렇게 답답한 이야기를, 다 판이 깨져가는 이 시점에서 했는지에 대한 집권당의 진정한 반성과 더불어서, 국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오는 집권당의 겸손함과 솔직함을 기대해 본다.

청와대가 잘못하면 이 권력을 견제하란 의미에서 선출된 국회의 대변자들로서 더 큰 목소리로 이를 꾸짖고 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가장 큰 여당의원들의 의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2005.10.31 박태우 時事評論家(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객좌교수, 국제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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