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공조의 복원으로 조.중협력구도를 견제해야

한미공조의 복원으로 조.중협력구도를 견제해야
왜 중국은 북한을 전폭적으로 껴안나?
미국의 ‘대(對)중국위협론’에 긴장하는 중국

지난 28일 평양을 방문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은 이 번 북한 방문을 통하여 동북아시아에서 패권질서 구축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북한과 포괄적인 신(新)동맹관계 구축에 시동을 걸었다.

4년 만에 중국을 직접 방문한 후진타오 주석은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만남을 통하여 북한에게 아직도 중국은 기댈 수 있는 큰 언덕임을 새삼 확인시켜 준 것이다.

김위원장의 환영사는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로 시작되었지만 내심(內心)은 북 핵이 미국의 페이스로 말려들지 않도록 중국의 후견인 역할을 전폭적으로 요청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후 주석도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대화에 의한 평화적 해결, 한반도와 이 지역의 평화 유지 입장을 일관되게 견지하고 있다. 중.조 우의는 중국공산당과 정부의 확고불변한 전략적 방침이다.”는 최상의 답사로 김정일 위원장의 가려운 부분을 잘 긁어 주었다.

이와 같은 후 주석의 ‘북한 정권감싸기’는 최근의 중앙아시아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는 미국문명의 입김인 민주주의 확산의 세력이 급격히 커져서 중국의 안보에 대한 나름의 중국민들의 위기의식이 급성장하고 있으며 한반도의 북한을 계속적으로 독재정권으로라도 끌고 가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는 것이다.

동아시아에서도 한반도에서 한국정부의 민족공조 강화논리에 밀려서 우방인미국 그리고 일본과의 협력의 고리가 약간 느슨해 지는 틈을 일본의 우익정권인 고이즈미 정부의 대미협력강화노선으로 대체되는 상황에서 미일동맹의 군사적 긴장감을 중국이 무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북한이 개혁.개방을 통한 합리적인 노선으로 선회하지 않을지라도 동북공정(東北工程) 등으로 한반도의 영토적 야욕을 강하게 보여준 중국의 속내는 북 정권이 모순 속에서라도 계속 유지되는 것이 중국의 국익에도 유리하다는 판단을 하였을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는 계속될 것이며 그 주된 이유는 동북아지역에서 중국의 지렛대를 유지하는 이중적 효과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북 핵이라는 긴 여정이 마무리 된다면 북미수교의 단계에서 중국은 북한이 미국의 영향력 하에 급속하게 말려드는 것을 견제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북한의 중국에 대한 종속도(從俗度)를 더 키우고 변환기적 불확실성 속에서도 새로운 중국의 틀에 북한을 묶어두겠다는 중국의 의지는 매우 확고해 보인다.

또한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 마음을 단단히 먹고 개혁.개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메시지가 온다면,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는 중국식 모델을 과감히 천거함으로써 형제국가로서의 노선공조를 꾀하겠다는 속내도 충분히 있어 보인다.

문제는 우리 정부가 이러한 조.중신협력구도를 어떻게 이해하고 미중대결의 연기가 피어 오르는 한반도에서의 갈등구조를 어떻게 조정하고 우리의 국익(國益)을 지키느냐에 있을 것이다.

지나치게 미국을 멀리하고 민족공조를 통한 대(對)중국접근의 용이성을 단기적으로 이용하는 오류로 단순하게 파악하지 말고 중국이 동북공정(東北工程)에서 보인 한반도에 대한 야욕을 간파하고 이를 적절히 견제하는 카드로써의 미국의 중요성을 잘 인식해야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국익은 분명히 여기에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우리 모두 깨달아야 한다.

중국의 탈북자 강제북송을 저지하지 못하는 우리 정부의 왜소한 외교력을 인식하고 민주적 보편성을 중시하는 미국의 힘을 빌어서 중국과 북한의 그릇된 야욕을 분쇄하는 현실적 지렛대의 마련을 서둘러야 하는 것이다.

설사 민족공조의 속도를 조절한다 해도 종국에는 중국의 야욕을 견제할 미국 카드를 버린다는 것은 외교의 기본전략을 무시하는 큰 실책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2005-10-31 박태우 시사평론가(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객좌교수, 국제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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