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의전적인 대응은 필요없어

정부의 의전적인 대응은 필요없어
미국의 대(對)한반도인식은 냉철하다
우리 정부의 미국정책에 대한 현실적인 감각이 중요

한미(韓美)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요인에 대한 근본적인 처방이 없이 표피적인 언사(言辭)로 문제해결을 시도하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짓이다.

국내의 한 일간지가 실시한 미(美) 한반도전문가 15명의 한국정부의 대미외교평가는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흐름속에 갇혀있다. 한국정부가 가장 큰 안보의 틀을 공유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미국의 생각과 태도가 한반도의 안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기에 현(現) 정권의 미국사정에 대한 무지(無知)는 국민들의 큰 짐으로 다가올 것이다.

두 국가 정상들간의 외교적인 만남의 장(場)에서 보여지는 웃음과 의전적인 이야기를 마치 미국의 한반도정책 담당자들 전체의 의견으로 착각하는 오류를 범해서도 안된다.

최근에 불거진 현 정권의 ‘미국기피현상’과 ‘민족공조강화현상’은 전 지구적 차원의 안보환경변화에도 기인하고 있지만, 현 집권세력의 국제정세를 무시하는 안이한 대북(對北)인식에도 큰 원인이 있다고 보아야 한다.

한국정부가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착실히 관리하겠다는 의지가 결여되고 있다는 징후들을 여기저기서 목격하고 있는 미국의 국방성에 포진한 한반도문제전문가들은 우리 정부의 의전적인 ‘한미관계 이상무 외침’에도 불구하고 그리 큰 믿음의 축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자유민주주의 이념의 핵심인 인권에 대한 미국의 관점을 다소 제국주의적인 시각에서 제단하고 있는 현 정권 핵심부의 일부인사들의 인식이 이처럼 오늘날 어려운 한미동맹의 현주소를 설명해 줄 수 있는 한 요인(要因)인 것이다.

북한의 인권문제나 핵 문제가 단순한 북한의 주권문제를 넘어선 본질적인 국제정치의 현실주의(realism)적인 본질에 있다는 깨달음이 없는 이상, 현 정부의 관념적인 대외외교안보정책의 결실은 미국과의 불협화음으로 오히려 국민들의 국방에 대한 부담과 북한에 대한 부담만 더 가중시키는 실패작으로 끝날 확률이 많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정책담당자들이 한미동맹을 과거처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지 좀 더 냉철하게 분석하고 대처하는 우리 정부의 진지하고 포괄적인 노력이 없기에 시간이 지날 수록 ‘동맹피로현상’만 더 커지고 있는 것이다.

외교문제를 국내정치에 이용하는 어리석은 참모들의 언행도 자제되고 외교부장관이나 통일부장관의 가감없는 정세보고가 대통령의 외교에 대한 인식을 현실적인 방향으로 바꾸는 데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2005.11.15 박태우(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객좌교수, 국제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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