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의 부적절한 시국인식

국회의원의 부적절한 시국인식
객관적 국제정세인식을 결여한 무조건적 자주논리의 허구성
맹목적 민족감정에 기댄 한 의원의 반미관(反美觀)

열린우리당 김원웅 의원은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소속의원으로, 북한을 범죄정권으로 규정하고 우리 정부의 대북경협확대에 신중을 가해달라는 주한미대사인 알렉산더 버시바우씨를 향해 외교관례를 깬 모독성 발언을 해서 물의를 빚고 있다.

김 의원은 “주재국의 외교정책에 간섭하려는 건방지고 방자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대사가 아니라 총독(總督)처럼 행세하려 한다”는 비난을 퍼 부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대사가 한반도의 상황에 대해서 정책적인 언급을 하는 배경 및 북한정권의 범죄성에 대한 진단을 별도로 냉정하게 한 것이 아닌 시점에서, 대사의 발언만 문제 삼는 관념적인 접근에 국제외교가에서 공감할 확률이 많지 않기에 필자의 걱정이 앞선다.

단순한 민족정서적인 논리로만 이야기한다면 김원웅 의원의 말이 타당성이 있어 보이지만, 그 동안 북한의 독재정권이 저지른 마약, 위조지폐, 테러집단과의 연계 등의 국제범죄 및 핵(核) 을 둘러싼 국제적 합의의 파기, 독단적 독재체제운영으로부터 고통 받는 우리의 동포들의 울부짖음을 생각한다면 그리 쉽게 민족주권만을 단순화해서 이야기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심각하게 뒤 돌아 보아야 할 것이다.

그는 또 “한반도 평화와 동맹국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면 동맹국을 포기해야 한다. 버시바우 대사의 발언은 한반도에 대한 전문성이 결여됐기 때문이거나 한반도의 평화를 깨려는 의도 때문일 것이고 대사는 한반도의 통일에 장애가 되는 나라는 그 어떤 나라든지 우리의 우방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는 발언을 한 공중파 방송출연에서 행했다 한다.

야당의 지적처럼 북한독재정권에게 비위맞추는 것을 마치 민족의 정통성을 지키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한 외교담당상임위의 선량의 의식이 어떤 동기에서 형성이 되고 이렇게 까지 동맹국의 체면을 무시하는 발언을 하고 있는 것이진 진지하게 묻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정도의 발언은 재야시민단체의 한 인사가 한 것으로 이해하는 것은 타당하나, 공인인 국회의원이 나서서 그 것도 외교담당 상임위의 국회의원이 나서서, 한반도 안보와 경제번영의 축으로 작동해 온 미국과의 동맹 체제를 단순화한 언어로 비난하고 폄하하는 진정한 의도가 어디에 있는지 온 국민이 물어야 할 것이다.

우리 모두는 민족주의자 이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보편적 정서를 담아낸 민족주의자는 개방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해서 국익에 도움이 되겠지만, 자기논리에 빠져서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국제정치를 인식하는 편협한 민족주의자는 잘못된 관념의 산물로 국익(國益)을 결정적으로 해칠 수 있다는 큰 깨달음이 있어야 할 것이다.

세계의 경찰국가노릇을 하고 있는 미국이 북한의 반(反)인륜적 범죄성과 핵 문제를 문제 삼는 진정한 국제정치학적 이유가 무엇인지를 모르고 한, 한 국회의원의 발언이라면 더 더욱 한심한 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균형 잡히고 이성적인 분석과 합리적 대안모색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결여된 선정적이고 감정적인 포퓰리즘적 정치적 발언 때문에 젊은이들의 건전한 사고체계가 부정적으로 오염되고 있는 것이다. 성실하고 끈기 있는 대안모색에 대한 노력보다는 감정적인 비판과 이분법적 사고로 굳어지는 폐해를 잘 알아야 할 것이다.
2005-12.14 박태우(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객좌교수, 국제정치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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