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현안이 더 중요

우리의 현안이 더 중요
북한에 비상사태 발생시의 전략적 유연성은?
지금은 대만해협보다 한반도의 불안정성이 더 긴박

얼마 전에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이 평온한 모습으로 중국을 방문하여 중국의 개혁.개방정책의 성공모델을 벤치마킹하고 돌아왔지만, 북한의 독재체제변화를 둘러 싼 불확실성은 조금도 줄을 조짐이 보이지 않는다.

북한정부가 가난으로 우리 정부에게 더 많은 여러 명목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지만, 그 들 정부의 기본적인 정책의 변화가 없이 북(北)으로 흘러 들어가는 우리의 모든 지원들이 오히려 북한 군부통치의 모순을 내재화.공고화하고 있는데 기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잘 살펴볼 일이다.

현실적으로 지금은 대만해협(The Taiwan Strait)에서 중국본토와 대만이 충돌 시에 우리 정부가 주한미군의 개입여부를 결정하는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정도의 한미간의 ‘전략적 유연성(Strategic Flexibility)’에 대한 합의가 있어도 돌발적인 무력충돌의 속성상 얼마나 내실 있게 우리의 의견이 반영될지는 큰 의문으로 남아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난 19일에 ‘한.미외무장관 전략대화’가 끝난 후 발표된 양국간의 합의 내용은 매우 외교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만든다.

‘한국은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 변화의 논리를 이해하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의 필요성을 존중한다. 미국은 한국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동북아지역 분쟁에 개입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한국의 입장을 존중한다.’ 는 내용의 합의문이 긴박한 군사행동이 발발할 때 얼마나 심도 있는 논의과정을 요(要)하는 합의문이 될지는 많은 의문점으로 남아있는 것이다.

다분히 정치외교적인 선언적 의미 이상을 찾기가 어려운 이 문제가 이렇게 중요한 한미간의 현안으로 대두된 기저에는 한국국민들의 점증되는 반미(反美)감정의 파고가 존재함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국제정치무대에서 한 나라가 타국들이 인정하지 않는 내용으로 논리.명분
무기로 혼자 아무리 선언을 해 보아도 결국은 힘의 논리로 귀결되는 인류의 역사발전을 보아온 우리들이기에, 이 합의문에서 한미관계를 공고화하는 외교적 수사이상의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별 이득이 없어 보인다.

오히려 우리정부가 관심을 갖어야 하는 대목은 불안정한 북한의 군사정권이 위기에 처할 시에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서 미군의 역할을 어떻게 규정하고 우리 정부와 긴밀한 협조체제를 아주 세부적인 항목까지 어떠한 방향으로 구축하느냐에 있을 것이다.

지 난 해에 ‘작전계획 5029’ 파동을 보아온 우리로써는 여간 걱정이 아닌 것이다.

우리가 아무리 북한문제를 민족의 문제로 보고 그들의 모순(矛盾)을 덮고 같이 공존하려고 애써도, 지금 더 심화되고 있는 그 체제의 경직성 갖고는 정상적인 국가운영은 물론, 개혁.개방마저 주도적으로 시행하는 동력(動力)이 나올 수 없는 현실을 보아야 한다.

더군다나 군사적인 측면에서도 선군정치(先君政治)의 나팔을 계속 불어대는 모습으로 정권을 유지하는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 그토록 관제언론을 동원하여 미군철수를 외치는 전술상의 숨은 목적을 잘 공유하고 있을 한미간의 완벽한 위기대처 시나리오가 더 중요한 현안(懸案)이지, 가능성이 더 적은 양안문제(兩岸問題) 충돌시의 주한미군 동원문제를 더 걱정할 때는 아니라는 필자의 생각이다.
2006.1.22 박태우(대만국립정치대학 외교학과 객좌교수, 국제정치학박사)
저작권자 © 뉴스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