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푸른 물결(3)

희망의 푸른 물결(3)
예상했던 대로 노 정권이 본색을 드러냈다. 우리 사회의 최대 모순을 양극화라고 선언하고, 자기들이 그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그 해결책으로서 노 정권이 들고 나온 정책수단이 바로 ‘증세론’과 ‘큰 정부론’이다.

무릇 진단이 정확해야 올바른 처방이 나올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빈부 격차의 심화는 분배의 모순으로 빚어지는 현상이 아니다. 만일 그렇다면 부자로부터 세금을 더 거둬 복지를 확대하는 전통적 처방, 즉 ‘증세론’과 ‘큰 정부론’이 딱 들어맞을지 모른다.

그러면 무엇이 그 원인인가.

첫 번째 원인은 노동집약 산업의 급속한 퇴조이다. 그동안 우리 산업은 비약적인 속도로 발전해 왔다. 하지만 일부 기술집약적인 장치산업과 IT를 비롯한 첨단 신산업을 제외한다면 아직도 노동 의존도가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 노동집약 산업이 밖으로는 중국 등 신흥 공업국가의 도전으로, 안으로는 여전한 우리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투쟁성으로, 마치 썰물처럼 붕괴되었다. 우리 사회 중산층을 이루던 많은 사람들이 하루아침에 소득원을 잃어버린 것이다.

두 번째 원인은 이른바 지식격차(digital devide)이다. 이것은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산업사회로부터 지식사회로 전환을 겪고 있는 인류사회가 공통으로 직면하고 있는 도전이다. 우리 사회의 지식정보화는 다른 나라보다 더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연구, 개발, 생산, 유통, 금융, 자본,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지식화의 속도는 현기증을 일으킬 정도이다. 자연히 지식으로 무장하고 기회를 잡는 사람이나 기업에는 큰 이익이 창출되고, 그렇지 못하면 이익의 크기를 떠나 기회에 접근하는 일도 어려워진다.

결론을 말해 보자.

양극화의 원인은 지금까지 많은 국민들의 소득원이었던 노동집약산업의 급속한 몰락과 너무 빨리 진행되는 지식화에 있다. 결코 자본이 노동을 착취하는 분배의 모순 때문이 아니다. 그런데도 노 정권은 분배의 모순 때문에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고, 부도덕한 소수는 향락에 젖어있는데 대다수의 국민들은 가난에 빠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 이유는 너무나 자명하다. 그렇게 해야만 고통 받는 다수를 선동하고 적대감을 부추겨 차기 정권을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소득은 일자리와 기회로부터 창출된다. 그동안 노 정권의 정책은 일자리를 만들고 기회를 확충하는 것이 아니라, 일자리를 내쫒고 기회를 빼앗아 가는 것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노 정권이 개혁의 대명사로 무엇을 내세웠는가. 국가보안법 폐지, 과거사법, 언론법, 사학법이다. 이것들이 일자리와 무슨 상관이 있는가. 오히려 사회 분위기를 경색시키고 장래를 불안정에 빠트려 일자리와 기회를 소멸시키는 데는 많은 기여를 하였을 뿐이다.

노 정권은 해야 할 개혁은 하지 않고 해서는 안 될 일들만 골라 거짓 개혁의 나팔소리로 우리 사회를 분열과 대립으로 치닫게 하였다. 그런 정권의 책임자가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또다시 거짓 논리로 양극화를 해소하겠다고 나선다. ‘병 주고 약 준다’는 말이 실감난다. 그들이 내미는 약을 우리 국민이 받아먹을 것으로 생각한다면 이는 큰 오산이다. 하물며 노 정권이 내미는 약은 약이 아니라 독이다. 올바른 처방이 아니라 증세를 더욱 악화시킬 거짓 처방일 뿐이다.

노 정권은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세금을 많이 거둬 복지를 확대하고 공공의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한다. 그러면서 우리 국민들이 부담하는 세금이 선진국에 비해 너무 적고, 우리 정부의 규모도 선진국에 비해 너무 작다는 것이다. 조세부담율과 정부규모에 관하여 무슨 도표까지 만들어 설명하는데 이는 철저히 국민을 기만하는 행위이다.

내용으로 들어가면 우리 국민은 세금을 비롯하여 너무 많은 사회적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 정부도 너무 방만하여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거쳐야만 효율적인 조직으로 재탄생할 수 있다. 그러나 노 정권은 집권 이래 계속하여 세 부담을 늘려왔고, 정부를 키워왔다. 늘어난 공무원만 25,000 명이 넘고, 차관급 이상 고위직도 23 자리 이상 늘어났다니 기가 막힐 뿐이다. 어디 그 뿐인가. 수많은 위원회가 만들어지고 거기에 일하는 사람들까지 합하면 그 규모가 얼마인지 모른다.

큰 정부는 필연적으로 조세 증가를 부른다. 세금을 많이 거두면 자연 시장에서 흘러야 할 돈의 양이 적어진다. 시장이 활력을 잃고 위축되는 것은 물론이다. 정부가 커지면 자연히 권력의 시장 개입도 커진다. 시장은 민감하다. 권력의 개입과 간섭을 가장 싫어하는 것이 시장이다. 그래서 큰 정부는 필연적으로 시장을 작게 만든다. 그러므로 노 정권의 처방대로 가면 우리 시장은 위축되고 작아지게 된다.

도대체 어디에서 일자리와 소득이 만들어진단 말인가.

세금을 거둬 나누어주는 공공의 일자리를 몇 개나 늘릴 수 있고, 늘린다 한들 시장이 위축되면 세원도 줄어들어 그 일자리를 언제까지 유지할 수 있단 말인가.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될 것이다. 그러나 노 정권은 이런 우려에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우선 가진 소수에 대한 적대감을 부추기면 된다. 어려운 다수를 금방이라도 비단방석에 앉혀줄 것 같은 환상을 심어주면 된다. 그래서 내년 대선에서 다시 정권을 쥐면 그만인 것이다.

자,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이 양극화의 문제를 어떻게 풀 것인가.

대전제로서 일자리와 소득의 기회는 시장을 통하여 만들어진다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시장을 키워야 한다. 가능한 한 작은 정부를 만드는 일로부터 문제를 풀어야 한다. 작지만 효율적이고 창조적인 정부를 만드는 개혁은 그렇게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미국이나 영국도 그렇게 했고, 일본도 그렇게 하겠다고 나선다. 우리는 그들 나라보다 더 빠르고 더 철저하게 창조정신으로 무장한 작고 유연한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예산의 비생산적 낭비를 막고 국민부담을 줄일 수 있다. 그 재원은 자연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영역에서 활용된다. 뿐만 아니라 작고 창조적인 정부는 시장개입을 최소화 한다. 정부는 공정한 경쟁의 틀과 합리적인 게임의 규칙을 정하고 이를 운영하며, 민간이 감당할 수 없는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역할을 수행하면 족할 것이다.

시장은 자유롭고 부드러우며 따뜻해야 한다. 물론 경제주체들 사이에 건강한 윤리적 긴장은 유지되어야 할 것이다. 봄과 여름의 대기 속에서 만물이 성장하는 것처럼 시장이 커지기 위해서는 자유롭고 부드러우며 따뜻한 환경은 필수적이다.

앞서 말한 대로 급속히 진행되는 지식화는 도전이자 동시에 기회이다. 전통적 시장을 키울 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해 열린 사이버 공간은 시장의 새로운 영역이다. 첨단기술과 새로운 아이디어는 경쟁 없는 시장, 이른바 블루 오션(blue ocean)을 만들고 상상을 초월하는 이익을 가져다 준다. 하지만 이러한 기회도 권력이 간섭하는 시장 환경에서는 사라져버리기 쉽다.

우리 국민들, 특히 기성세대들은 아무리 노력해도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지식화를 따라잡기 어렵다. 그래서 이들에게 소득원이 되어 온 전통적 일자리와 기회를 소홀히 할 수 없다. 노동집약 산업의 급속한 퇴조를 방치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작지만 빠르게 움직이는 창조적인 정부가 해야 할 큰 일이 여기에 있다.

‘소 귀에 경 읽는다’는 말이 있다. 노 정권에게 양극화 문제를 풀어갈 올바른 처방을 아무리 이야기해도 소용이 없다. 국민의 반대 여론에 밀려 ‘증세는 없다’는 말을 해놓고, 돌아서자마자 조세감면제도를 축소하여 사실상 ‘증세는 있다’는 행동을 하는 정권에게서 무엇을 기대한단 말인가. 이제 오직 국민의 결단만 남아 있을 뿐이다.

이번 지방총선거에서 그들의 거짓과 독이 든 처방을 단호히 잘라버려야 한다. 노 정권에게 참담한 패배를 안겨줄 때 그들이 더 이상 우리 사회의 가장 아픈 상처, 즉 이 양극화문제를 정략적으로 악용하지 못하게 된다. 동시에 내년 대선에서 건강한 정권을 탄생시켜 참다운 개혁을 통해 문제 해결의 길을 열게 된다고 믿는다.

2006. 2. 3

이 인 제

이인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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