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 되어야

젊은이들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 되어야
국민들이 고대하는 한국의 지도자는?
권력의 칼 끝도 비판하는 용기가 있어야

이제 지방선거가 얼마 남지 않아서 정치인들의 발 길이 분주하다. 또 다시 나라의 문제를 진단하고 특정지역의 골목 골목 문제점을 처방하는 중앙정치와 지방정치의 논리가 섞인 여와 야간의 일대 격전이 예상된다.

요즈음 젊은이들 사이에서 한국사회에 존경할 만한 어른이 없다는 말을 종종 들으면서 그 연유에 대해서 차분하게 생각을 해 본다.

각자가 처한 환경과 위치에 따라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할 수가 있겠지만 필자는 정치학자로서 한 번 진단을 하고자 한다.

소위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유력 지도자군을 대상으로 고찰을 하다가 오늘자의 한 언론에 비추어진 한국의 잠재적 대선주자에 대한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이 미 이명박 한나라당 잠재 대선후보와 여론조사에서 선두다툼을 벌이고 있는 고건 전 총리의 행보에서 한국정치의 가능성과 한계를 둘 다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고 건씨가 다음달에 가칭 ‘새시대 정치연합’을 결성하여 본격적인 정치활동을 선언하고 다가오는 지방선거에도 타당의 정치세력과 연합하여 지방선거를 치르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의 대중적 인기도가 어디서 왔느냐는 논의는 뒤로하고 우선 필자가 보는 고건론(論)을 이야기 해 보자.

여당 대선후보중의 한 사람인 김근태 씨가 ‘범 양심세력의 통합’을 외치며 고건 전 총리와의 연대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고 건씨가 거론하는 ‘창조적 실용주의’의 실체가 너무나 애매하고 폭이 넓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범 양심세력의 통합의 정신’이 ‘창조적 실용주의’가 된다는 것인가?

아무튼, 이런 저런 논의를 뒤로하고, 분명 대한민국이 정치.경제.안보 및 문화적 정체성 측면에서 중병을 앓고 있는 현 시점에서, 필자는 대통령을 하려는 사람들의 입에서 국민들이 직접적으로 알아 들을 수 있는 구체적인 수준의 언어로, 권력의 실정을 가감없이 비판하고 새로운 처방을 내는 것에 매우 소극적이었다는 점을 발견하다.

고건씨는 참여정부의 초창기에 현(現) 대통령하에서 총리를 지내며 좋든 싫든 국정의 책임을 같이 안고 온 적극적인 국정의 참여자였다.

대통령 권한대행을 끝내고 나와서 같이 동참한 정부에 대한 예의인지는 몰라고 나라의 안보문제와 경제문제가 위기에 처한 이 시점에서도 무슨 인식의 차인지는 모르지만 애써서 서민들이 느끼는 빈곤의 가중으로부터 파생되고 있는 고통지수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이 부재한다.

민족문제를 폐쇄적인 민족주의논리로 끌고 가는 현 권력에 대한 그의 걱정과 저항논리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있다면 지금이라도 이를 보여 주어야 할 것이다.

현실정치인으로서 한국정치의 부정적인 풍토를 잘 알고 있을 고건씨가 무슨 정치철학으로 어떻게 한국을 운영할 책략을 갖고 대통령의 꿈을 키워왔는지 필자가 잘 모르지만, 현실의 민초(民草)들의 바람과는 거리가 다 소 먼 귀족정치를 추구하는 사람같아서 안타깝다.

이론적으로 다산을 이야기하고 백범를 이야기해도 조그마한 문제에서부터 행동하는 양심이 보이지 않을 때엔 국민들의 그를 향한 믿음과 기대는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

책임있는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이나, 책임있는 자리에 갈려는 사람들은 부당한 권력에 대한, 국정의 실패에 대한 가감없는 저항정신을 현실화하여 실정을 비판하고 때로는 권력으로부터의 탄압도 마다하지 않고 정의로운 국민들의 목소리를 담아서 투쟁하는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위민(爲民)철학이 필요한 것이다.

한국사회의 내일을 논(論)하는 정치인 모두는 아닐 지라도, 더 크고 책임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이러한 현실의 문제를 외써서 외면하고 권력의 달콤한 면만 추구하는 위정자(爲政者)들이라는 생각에 젖어있는 젊은이들에겐 이땅에서 존경할 만한 인물이 없다는 말이 나올 법하지도 않는가?

그래서 인지, 얼마전 국영방송에서 방영된 ‘불멸의 이순신’은 국민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나라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의 감동을 자아낸 진실(眞實)의 힘을 보여준 한국역사의 백미(白眉)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는 것이다.
2006.2.25 박태우(한국민주태평양연맹 사무총장, 대만국립정치대 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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