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춘절은 춘절이 다가오기 한 달 전부터 귀성을 서두르는 기차 역에서부터 감지되기 시작한다. 2006년 올해 우리의 구정은 공식적으로는 3일간 쉬지만 대개 5일간 쉬는 것이 일반적인 것 같다. 중국의 춘절(우리의 설 명절)에는 농촌일 경우에는 한달 정도 쉰다. 물론 농촌의 관공서 또한 도시의 그것과 다르게 반달 정도 쉬는 것이 통례이다.

중국의 개혁개방과 함께 농촌 인구의 도시 유입이 급속도로 일어나는 바람에 도시거주 농촌 출신들이 상당수에 이른다. 중국 보도기관에 의하면 올해 춘절 기간 동안 이동 인구는 약 19억 명에 달할 거라는 보도를 하고 있다. 중국의 춘절 기간이 시간적으로 길게 된 것은 중국이 지리적으로 넓어 한번 편도의 기차로 이동하는 데에도 4-5일 걸리는 곳이 적지 않아 고향을 방문하는 일이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에 차표 구하기도 만만치 않다. 지금은 고속도로가 많이 생겨나고 철도와 비행기의 이용객들이 늘어나긴 했지만 고향 가는 길은 수월한 일이 아니다. 중국의 어느 기차역을 가더라도 이맘때쯤이면 귀향 사람들로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룬다.

중국에서는 춘절을 과년(過年)이라고도 한다. 과년의 유래를 살펴보면 옛날 년(年)이라는 맹수가 살았는데 먹이가 부족한 겨울이면 인가로 내려와 가축과 사람들을 잡아먹는 일이 자주 발생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이 맹수가 붉은색과 불빛 그리고 큰소리를 매우 싫어한다는 것을 알아내었다. 그리하여 사람들은 문 앞에 붉은색의 대련(對聯)을 내다 걸고 폭죽의 불빛과 폭죽 터지는 큰 소리로 맹수를 쫓아내게 되었다.

그러나 몇 년 전부터 도시지역에서는 폭죽을 터뜨리지 못하게 하고 있다. 적지 않은 화재가 발생하고 폭죽 사고로 부상을 당하거나 목숨을 잃는 일까지 발생하게 되자 도시지역에서는 금지하고 있다. 도시거주의 비교적 여유 있는 사람들은 춘절이 되면 폭죽을 터뜨리려 근교나 농촌으로 가는 여행객들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다. 도시민들은 하루 이틀 농촌에 머물면서 마음껏 폭죽을 터뜨리고 家常菜(농가의 밥상)을 맛보며 아이들에게는 농촌을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어른들은 시골의 여유로움을 즐기기도 한다. 중국 춘절의 새로운 풍속도라 할 만하다.

춘절이 다가오면 그렇게 닦고 청소하는 데에 인색한 중국사람들도 이때만큼은 때 빼고 광내는데 시간을 아끼지 않는다. 집안 구석구석을 털고 찬장의 그릇까지 꺼내어 씻는다. 요즘은 춘절 기간 자기집으로 찾아오는 손님들을 예상해서 청소뿐만 아니라 새로 이불, 커튼, 쇼파 등을 바꾸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중국의 이런 소진(掃塵)풍속은 오랜 전통이며 낡은 것을 타파하고 새해에는 새로운 희망을 맞이하고자 하는 소망의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춘련(春聯) 이라고 하는 것을 현관문 앞이나 기둥에 써 붙인다. 춘련은 빨간 종이에 집주인의 소망을 담은 글 대구(對句)를 써서 붙인다. 춘련의 시초는 10세기 말 촉(蜀)의 맹창(孟昶)이 침실 문에다가 “新年納奈慶,嘉節號長春” 써 붙인 것이 효시로 본다. 지금은 스스로 글을 써 붙이기 보다는 상점에서 파는 인쇄된 것을 많이 붙이는 경향이다. 큰 종이에 쓴 복(福)字를 꺼꾸로 붙이기도 하는데 이는 복이 왔다는 뜻인 따오푸(倒福)와 발음이 같기 때문이다.

중국의 춘절 하면 가장 많이 떠오르는 것은 먹는 일이다. 중국의 아무리 가난한 집안 일지라도 이때만큼은 먹을 것이 풍부하다. 신선로 요리인 훠궈(火鍋)와 생선요리 그리고 물만두(餃子)는 기본이고 갖가지 음식을 해 놓고 가까운 친지를 초청하여 마시고 논다. 이때 술과 마작(麻雀)은 빼 놓을 수 없는 오락이다. 4명이 한 조가 되어 하는 마작은 시작했다 하면 하루 이틀은 금방 지나가 버리는 도박에 가까운 마력을 가지고 있는 놀이이다. 중국에서 그 정도는 심해서 우스개 소리로 춘절이 지나고 나면 중국식당 주인이 종업원이 되고 종업원이 주인이 된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이다. 필자도 춘절이 되면 중국친구들의 집을 돌아가면서 방문하기도 하였는데 마작의 판돈이 우리 돈 1억 원을 훨씬 넘는 것을 적지 않게 보았다.

또한 춘절에는 크건 작건 간에 선물을 한다. 선물 문화는 우리의 그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이전에는 음료수, 담배, 과일,술 등 먹는 것 위주에서 점점 고급제품으로 변해가는 점이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선물을 줄 때에는 수량을 조심해야 하는데 짝수 개로 짝을 맞추어 선물한다. 요즘은 뇌물성 고급 선물이 급증하고 있는데 최근 유행하는 것으로 휴대전화, PDP TV, 컴퓨터 심지어 자동차와 별장까지 등장하고 있다.

중국과 비즈니스를 하는 우리는 중국의 이러한 춘절을 친구를 사귀고 사업에 활용하는 기회로 삼는다면 더욱 뜻 깊게 설을 보내는 일이라 생각 된다. 춘절에는 평소에 안면이 있거나 사업적으로 관계가 있는 중국인 친구의 집을 방문해 보자. 중국인 친구가 자기집에 초청한다는 것은 상대에 대하여 상당한 신뢰를 보내는 것으로 평가하여도 된다. 비록 적더라도 정성이 담긴 선물을 준비하여 방문에 응하면 생각지도 않은 환대를 받을 가능성이 많다. 물론 춘절에 중국인들을 한국으로 초청하여 스키장으로 함께 놀러 간다거나 한국의 바닷가로 가족이 함께 여행을 떠난다면 영원한 친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 현지에 거주 할 경우에는 자기집으로 중국인 친구들을 초청하여 한국요리를 맛보게 하거나 한국의 설 전통을 소개하는 시간을 갖는 것도 성공적으로 설을 보내는 것으로 평가 할 수 있다.

서양에는 없는 춘절이라는 참으로 인간적이고 삶의 깊숙한 맛을 느낄 수 있는 전통을 가진 우리와 중국은 행복한 민족이라는 생각이 든다. 춘절을 맞이하면서 조상에 대한 경건한 마음 그리고 친지와 친구에 대한 애정과 우정을 나눌 수 있음은 나날이 각박해져 가는 현대 생활에서 소중한 것이 아닐 수 없다. 비록 가진 것이 적더라도 춘절은 겸손하고 여유 있는 마음으로 어린 아이의 웃음처럼 순진무구하게 맞이 할 일이다.

조평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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