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인민대표대회

제10기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4차 회의가 향후 5년간 연평균 경제성장 목표를 7.5%로 제시한 제11차 5개년 계획과 농촌문제 해결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원자바오 총리의 정부공작보고 등을 채택하고 3월 14일 폐막했다. 이 수치는 원자바오 총리가 개막 직후 발표한 “정부공작 (업무) 보고”의 올해 경제 성장률의 목표치인 8%보다도 낮은 것이다. 지난해 중국은 9.9%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번 회의는 도농(都農) 빈부격차 해소와 거시경제 관리, 대외경제, 에너지 및 자원정책, 제도개혁, 대만문제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과거 중국 전인대는 중국 정부의 정책을 사전에 결정해 놓고 추인하는 형식적 기능을 수행해 왔다. 그러나 이번 대회부터는 새로운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점이 특이하다. 농촌 문제나 거시경제 문제 등에 대한 중국인의 불안과 불만을 안정시키기 위한 설득의 기회로 전인대를 활용하는 등 변화를 시도하였다.

중국경제는 1978년부터 2004년까지 27년 동안 연평균 9.6% 성장하고는 있지만 심각한 내수부진, 설비의 과잉투자로 인한 이윤감소와 덤핑물량의 증가 등 구조적 문제점들이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8500억 달러 수준에 이르는 외환보유고와 무역흑자의 증가, 중국과 미국의 금리 격차 등으로 인한 인민폐(RMB)의 평가절상 압력은 중국 정부의 입지를 더욱 좁게 만들고 있다.
또한 빈부격차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지니계수는 중국 전국적으로 이미 경계수위를 넘어섰으며, 일부 대도시 지역의 경우에는 경제력 격차는 더욱 커져 적색경보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돈에 관한 한 누구에게도 양보하지 않는 중국인들의 특성상 경제적 불평등으로 인한 사회불안과 노사분규가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 전인대에서 보여준 중국 정부의 이러한 민의를 반영한 정책의 채택은 엄청난 폭발력을 가진 저소득계층의 압력을 사전에 완화하려는 의도 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1억5000만 명을 헤아리는 빈곤계층의 생활난 해소를 위해 정부 주도형 분배와 농촌경제에 대한 대대적 지원정책의 시행, 농촌과 저소득층을 겨냥한 실질적 보호주의의 시행 등의 정책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의 보호주의가 전면적으로 시행 될 경우 중국진출 우리 기업들의 경영 부담은 증가 할 것으로 판단된다. 제조업은 중국 내수 침체와 임금 상승, 노사분규, 무역마찰로 인한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IT 및 자동차 산업은 중국시장의 급작스런 수요 변동 시 충격을 완화 할 수 있는 대비를 지금부터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 현장 참관기

필자는 지난 3월7일부터 14일 폐막일 까지 북경에 머무르면서 적지 않은 전인대에 참가하고 있는 위원들을 만났다. 특이한 변화는 기존의 거수기 역할만 하던 대표들이 이제는 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주요기관장들이 합동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정책의 추진 방향을 공개적으로 TV와 인터넷을 통하여 공개하였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인터넷 댓 글에도 주의를 기울이는 등 바닥 민심을 주의 깊게 살피고 반영하는 노력을 보이는 점이 두드러진 점이었다.

회견에 나온 각 부문의 책임자들은 총론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라 각론으로 바로 들어갈 정도로 전문적이고 문제의 핵심을 꿰뚷고 있다는 점이 그들의 전문성과 열정을 느끼기에 충분하였다.

전인대에 참석하는 위원들은 저녁에는 그 동안 만나지 못했던 꽌시들을 만나느라 하룻밤에도 3-5 곳을 다니면서 만찬에 참여하고 있었다. 선약 장소에서 마신 술기운에 붉어진 얼굴로 재빨리 나타나서 술잔을 권하는 대표들이 적지 않았다. 고급 5성급 호텔은 방 가동률이 full 인 것은 사실이고, 고급요리를 만드는 호텔이나 식당은 불야성을 이루고 주차장에는 고급 승용차들이 장사진을 치는 등 최대의 대목을 맞이하고 있었다.

필자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지난 7일부터 전인대에 참석하고 있는 대표들을 만났다. 필자도 그들과 어울려 연일 술을 많이 마시다 보니 맛이 좀 가긴 했지만 꽌시를 굳히거나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는 즐거움에 피곤함을 잊을 수 있었다. 한국인의 폭탄주에 대한 경쟁력은 많은 중국 친구들을 상대하는데 도움이 되고 유난히 폭탄주에 약한 중국인들이 오히려 고생을 하는 듯 하였다.

재미있는 것은 양 대회에 참석하는 대표들은 1만 이 되지 않지만 수행원과 가족들을 합치면 수 만 명이 북경에 와 있다고 하였다. 대회가 폐막된 직후 3월15-16 이틀간은 백화점에서 선물과 물건을 사느라고 북새통을 이루었다. 이들의 쇼핑을 돕기 위하여 북경시는 몇 개의 고급백화점을 선정하여 전인대에 참가한 위원들을 위하여 일반인들의 접근을 통제하기도 하였다고 한다.

한가지 안타까운 점들은 우리 한국의 정부기관이나 공기업, 공무원들이나 기업의 관계자들이 이런 중국의 중요한 행사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알다시피 중국은 지역적으로 넓어 전국을 상대로 관련자들을 만나려면 엄청난 준비와 비용을 지출해야 하는데 이런 기회를 활용하면 쉽게 접촉이 가능 하고 더욱 깊은 꽌시를 맺을 수 있는데………., 중국의 각 기관의 공무원들이나 기업인들은 이를 놓치지 않고 이용하고 있는 것을 보면 우리는 아직도 많이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평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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