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의 푸른 물결(14)

희망의 푸른 물결(14)
노 정권의 검찰이 또 한 사람을 자살로 몰아넣었다. 수사를 받던 서울시 주택국장이 한강에 투신하여 자살한 것이다. 그가 남긴 유서를 보면 자살의 동기가 잘 표현되어 있다.

첫째, 검찰이 작품을 만들면 자기는 누명을 쓰고 불명예를 안게 되는데, 무슨 수로 결백을 밝히고 누명을 벗을 수 있겠는가. 결국 자신의 명예를 지킬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자살이라는 것이다. 둘째, 검찰이 자기를 압박하기 위해 주변 사람들도 괴롭히는데, 그들에게 더 이상 고통을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자살을 택한다는 것이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도 일부 정치검찰은 정권을 위해 봉사해 왔다. 그러나 그 시절 검찰의 수사를 받다 자살한 사건으로 세상을 시끄럽게 한 경우는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왜 그럴까? 그 때에는 수사과정에 강박(强迫)이 없었을까?

아니다. 그 시절에는 더 노골적이고 물리적인 강박이 있었다. 내놓고 협박하고 때론 고문하면서 목적을 달성해 갔다. 그러나 오늘 노 정권의 정치검찰은 그런 방법을 쓰지 않는다. 교묘하게 회유하고 심리적으로 압박해 들어간다.

사람은 육체적 고통을 견딜 수 있어도 심리적 고통은 견디기 힘들다. 그래서 심리적 저항이 무너지면 마침내 목을 매고 한강에 뛰어 든다. 노 정권 들어서서 현대의 정몽헌 회장으로부터 이번 사건에 이르기 까지 이렇게 목숨을 끊은 희생자를 세는데 열 손가락이 모자랄 지경이다.

그렇게 많은 희생자를 낸 검찰이 책임을 인정하거나 누구를 문책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이번에도 가혹행위가 없었다고 발뺌하기 바쁘다. 결론을 말해 보자. 검찰이 진정 책임을 모면하고 싶으면 그 주택국장이 죽음으로 책임질 수밖에 없을 만큼 큰 부패를 저질렀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무슨 수로책임을 면할 것인가.

노 정권은 검찰의 덫에 걸린 사람들만 죽음으로 내모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노 정권의 그늘에서는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보라! 매 39분마다 한 사람씩 자살하고 있다! 1년이면 14,000명 정도가 자살하는 것이 우리 사회이다.

세계 최고의 자살률! 원래 우리 민족은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는 민족이다. 자살은 우리 민족과는 거리가 먼 단어이다. 그런데 이 정권 들어서서 세계에서 가장 자살을 많이 하는 나라가 되어버린 것이다. 14,000명이 자살을 실행한다면 도대체 몇 명이 자살을 생각하고 있을까?

생각조차 끔찍한 일이다.

비관(悲觀)은 자살의 어머니다. 절망하더라도 믿음과 희망이 있으면 목숨을 끊지 않는다. 그래서 공자가 믿음(信), 안보(兵), 경제(糧)를 정치의 요체라 가르치면서 위정자는 이 셋 가운데 믿음만은 최후까지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고 설파하였다.

그러나 노 정권은 믿음을 버린 지 이미 오래 되었다. 아니 처음부터 믿음은 그들의 관심이 아니었다고 말하는 것이 옳다. 그들은 목적을 달성하는데 도움이 된다면 쉬지 않고 말을 바꾼다. 진실도 상식도 노 정권에게는 그저 귀찮은 장식에 지나지 않는다.

유서를 쓰고 한강에 몸을 던진 그 사람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노 정권의 그늘에서는 진실이 통할 수 없다는 불신이 가득했을 것이다. 무엇인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시작한 수사에서 자기가 아무리 결백을 주장한들 누명을 씌우기는 식은 죽 먹기처럼 간단한 일! 그리고 한번 누명을 쓰면 결백을 밝힌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을 것이다.

오늘 우리 사회에서 죽음으로 내몰리는 사람들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처방은 믿음을 주는 일 뿐이다. 오늘 일자리가 없지만 내일 일자리를 가질 수 있다! 오늘 누명을 쓰지만 결국 진실은 밝혀진다! 오늘 가정이 파탄되었지만 내일 가정을 재건할 수 있다! 이런 희망의 믿음만이 그들을 죽음으로부터 구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하루 빨리 건강한 정권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한다.

노 정권은 국민에게 환상을 심어주려 혈안(血眼)이다. 강남을 미워하면 강북이 잘 사는가? 부자를 적대하면 가난이 물러가는가? 미국을 반대하면 통일이 오는가? 서울대를 없애면 입시지옥이 사라지는가?

그리고 과거를 뒤집으면 미래가 열리는가?

이렇게 노 정권은 우리 국민을 절망으로 몰아넣고 믿음을 붕괴시켜 희망을 앗아간다. 그리고 마침내 비관에 이르게 하여 병든 나뭇잎이 떨어지듯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이 보다 더 사악한 정치는 없을 것이다.

이제 내일부터 지방선거 운동이 시작된다.

국민들이 위대한 심판을 내려야 한다. 우리를 질식시킬 것 같은 황사를 씻어내는 비처럼 주권(主權)의 폭풍우를 몰아쳐 사악한 정치의 뿌리를 뽑아버려야 한다. 그리하여 사람들을 질식시키는 권력의 그늘을 지워야 한다. 그리고 그 터전 위에 희망의 싹을 틔울 일이다. 나는 조용히 그 소명을 받들어 나가려 한다.

2006. 5. 17

이 인 제

이인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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