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강석후 교수 “노인화장품, 중소기업들의 니치마케팅 소재로 적절”

양극화. 2000년 이후 우리사회의 가장 시급한 해결과제로 떠오른 양극화 문제가, 이제는 화장품 업계에서도 제일 큰 ‘화두’로 자리 잡았다.

화장품이란 산업이 유통망 구축에 워낙 많은 비용이 드는 산업이다보니, 대기업을 제외한 중견‧중소 기업들의 설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것이다. 또 2009년 말에는 LG생활건강의 더페이스샵 인수로 2010년에는 업계의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데일리코스메틱에서는 중견업체와 중소기업들이 생존전략을 짜기 위한 모멘텀을 제공하는 차원에서 경영학‧마케팅 전공 교수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첫 번째 자리로 한양대학교 강석후 교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강 교수는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양극화가 심화될 수 록 ‘그늘’과 ‘틈새’가 많이 생기는 법이라며, 중견기업‧중소기업들이 담당할 수 있는 역할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놨다.

쉽게 말해서 대기업들이 덩치를 키울수록 ‘공룡화’되어서 의사결정 구조가 복잡해지기 때문에, 화장품 업계의 중소기업들이 일본의 중소기업들처럼 ‘곤충화’전략을 펼 경우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또 소득수준이 높아질수록 개인주문형 상품이 많이 팔리는 현상이 나타난다면서, 이런 시대적 트랜드에 발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것은 오히려 중소기업들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덧붙여 중소기업들이 창의적이면서도 발 빠르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중견사원들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개발해서, 중소기업 직원들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견해도 피력했다.

다음은 강 교수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2009년 화장품 업계는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고성장을 구가했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우선 지금 경제 위기로 인해 세계적으로 소비가 위축됐다. 생필품에 필요한 소비 외에는 줄이는 경향이 있다. 화장품은 여성에게 생필품이다.

세계적인 경제위기가 아니었으면 더 고성장을 했을 것이다. 성장속도가 둔화됐다. 왜 가능하냐? 웰빙시대니까. 피부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20여 년 전 부터 젊게 살려고 하는 경향, 특히 미국에서 80년대부터 젊게 보이려는 성형의 바람이 유행하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강도를 더 하여 성형 많이 했고, (어른의 피부를) 아기피부처럼 보이도록 하는 서비스들이 나타났다.

중국․아시아 지역은 엥겔지수(총지출에서 식료품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을 계산한 값. 앵겔지수가 높으면 높을수록 소득수준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가 과거에는 매우 높았다. 하지만 최근 발표된 자료를 보면 앵겔지수가 상당히 낮아졌음을 알 수 있다. 교육수준이 높아지고 소득수준이 올라갔다.

교육수준이 올라가고 소득수준이 높아지면 어떤 현상이 나타나느냐 하면, 소비자들이 독특한 제품을 찾으려 하는 경향이 생겨난다. 남들이 잘 갖지 않는 제품, 즉 자신의 개성을 잘 나타내주는 제품을 소비하려고 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요즘 나이키 같은 곳에서는 ‘개인 주문화’ 상품을 만들고 있다. 맞춤상품.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소비하는 것이 하나의 트랜드가 된 것이다. 화장품에서도 이런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나에게만 맞는 상품을 고르려고 하는 것이다. 자신에게 맞는 성분이 있는 화장품, 맞지 않는 성분이 있는 화장품은 사지 않는 것. 이것이 바로 ‘개인 주문화’ 현상이다. 이런 경향은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더욱 강해진다.

과거에는 화장품이 매우 고가였는데, IMF이후 저가 제품들이 많이 나오다가, 최근 다시 고가 제품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것도 명품을 소비하려고 하는 소비자들의 ‘개인 주문화’ 현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예를 들어 저가 화장품을 사서 썼다가 부작용이 나면, 소비자들은 그 원인을 제품에서 찾는다. 하지만 고가의 제품을 샀다가 부작용이 나면 화장품 탓을 하지 않는다. 그냥 자신이랑 궁합이 맞지 않는 제품으로만 인식한다. 이것을 학문적 용어로 말하면 귀인이론인데, 쉽게 설명하자면 어떤 사건의 결과에 대한 원인을 사람들이 어디서 찾으려 하느냐 하는 것이다.

귀인이론에 따르면, 고가제품을 샀을 경우 소비자들은 외적변수에서 찾으려 하고, 저가제품을 샀을 경우 원인을 본인에게서 찾으려 한다고 한다. 그래서 화장품은 의도적으로 고가 전략을 사용한다. 그래서 요즘 화장품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다.

나만의 독특함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컨실러 소비가 증가하다가 요즘에는 줄어들고 있다. 왜냐하면 주근깨가 살짝 드러나는 것을 ‘개성’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가부끼에 나오는 배우처럼 하얗게 코팅하면 모두 다 똑같아 보이지 않는가? 개성을 중요시하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화장품도 자연적미를 추구하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쌩얼’ 열풍이 불면서 비비크림이 히트한 것이다.

-중소기업들이 니치마케팅을 할 수 있는 것들로 어떤 제품들이 있겠는가?

학력이 올라가고, 소득수준이 올라가면서 소비자들은 제품을 고르는데 매우 까다로워지고 있다. 그러면 성분을 자세히 살펴보게 된다. 화장품에 들어 있는 성분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등등.

양강체제하에서 이런 소비자심리를 잘 분석하면 꼭 대기업의 경향을 따라가지 않아도 히트상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소위말하는 니치마케팅이 가능한 것이다.

덩치가 작아야 소비자들의 욕구나 성향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기가 용이할 수있다. 신속하게 마케팅 전략이나 생산 전략을 수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 덩치로 인하여 의사결정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반면 중소기업들은 순발력을 높일 수 있다. 순반력을 높이면 대기업의 그늘, 공룡의 둔화된 움직임을 공격할 수 있다. 틈새가 생기기 때문에 니치마케팅이 가능하다.

중소․중견기업들은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특화된 상품을 개발해야 한다. 예를 들면 요즘 찜질방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매우 늘었는데, 찜질방에서 땀을 뺀 후 사용할 수 있는 화장품을 개발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중소기업들이 대기업과 경쟁하려면 어떤 노력들이 필요하겠는가?

또 대기업들처럼 TV광고 등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인터넷과 라디오 등에 집중하는 것도 효과가 있다고 본다.

그 외에 중소기업들은 공동유통망을 갖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원료도 공동구매하고 기술도 공동사용 하는 등의 자구적인 노력도 덧붙여져야 한다.

또 얼마 전 정부에서 중소기업 지원책으로 담보가 있는 회사에 대출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마케팅 능력이 있는 회사에 대출을 해주도록 하는 정책을 발표했다. 2-3개 업체들이 힘을 합쳐서 지식경제부 등에 요청하면 정부지원을 받기 좋을 것이다.

정부가 중소기업에 기회를 주는 것이다. 이런 기회는 흔치 않다. 지난 DJ정부 시절 IMF극복 정책의 일환으로정부가 벤처기업 육성에 나섰던 것과 똑같은 것이다. 경제 위기가 왔기 때문에 정부가 이런 정책들을 내놓는 것이다.

이 기회를 잘 활용하면 대기업에 비해 유통․커뮤니케이션․기술력의 열세를 극복할 수 있다.

-중견‧중소기업들이 주목해야 하는 ‘키워드’에 대해 설명해 달라

현재 우리나라는 한방 화장품과 줄기세포 화장품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한방과 DNA가 결합하면 외국재료에 의존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또 이부분에 대해 정부가 지원책을 내놓을 것이다. 인간은 태초부터 아름다워지고 싶은 욕구가 강하다. 그래서 인류 초기부터 화장품이 있어왔다. 화장품 사용은 선진국이나 후진국이나 수요가 많은 제품이다. 외국수출할 때 그나라 기후 등을 고려한 현지화 제품을 개발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중소, 중견업체들이 어떻게 외국에 진출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할 수도 있겠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다. 한국에서는 별볼일 없는 회사이지만 외국에서는 매우 유명한 업체가 된 기업들이 꽤 많다.

중소기업들도 베트남이나 인도 등 신흥시장에서 현지화 전략을 펼치면 대등한 대결을 할 수 있다고 본다.

노령화도 주요한 키워드 중 하나이다. 요즘 노인 남성들도 화장품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주변에 보면 남성용 화장품 선물을 받으면 좋아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 아직 유교관념이 남아 있어서, 주변의 눈치를 많이 보기는 하지만, 화장품 사용량이 늘어난 것만큼은 확실하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화장품을 만들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이 ‘검버섯’과 ‘가려움’이다. 남성들은 여성에 비해 훨씬 이성적이기 때문에, 제품 개발과 마케팅을 ‘감성’에 의존하면 안된다. 이성에 소구해야 한다.

왜 화장품을 써야 하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해줘야 한다.

아까 가려움을 이야기했는데, 나이가 들면 가려움이 늘어난다. 하지만 가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화장품을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목욕 후 바디로션만 사용해도 가려움은 상당히 줄어든다. 요즘은 노인들도 사우나를 많이 이용하는데, 사우나만 하게 되면 오히려 가려움증이 더 늘어난다. 이런 사람들에게 로션을 사용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설명해주면 사용할 것이다.

또 나이가 들면서 검버섯이 늘어나는데, 노인들은 이것을 상당히 싫어한다. 이것을 가려줄 수 있는 제품들을 개발할 필요성이 있다.

남성 노인들을 위한 제품을 마케팅 할 때 또 주의해야 할 점은 ‘아름다움’이란 단어를 강조하면 안된다. 아름다움이란 여성적인 것이라 인식하기 때문에, 남성들이 싫어한다. 아름다움이 아니라 ‘젊음’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우리나라 중소기업 사장들은 고정관념을 깨지 못한다. 주입식 교육의 폐단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중견사원들에 대한 교육프로그램이 개발돼야 한다. 이들에게 브레인스토밍을 통한 등 새로운 사고를 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고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 한양대학교 강석후 교수는 화장품 업계의 양극화가 심화될 수록 ´틈새´가 많이 생긴다며, 중견기업들은 참신한 아이디어로 니치마케팅을 펼쳐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저작권자 © 뉴스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