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카페’, 농식품부 협찬 받아...민언련 등 “‘PD수첩’ 재판 앞두고 여론 호도, 공영방송이라 볼 수 없다”

KBS 1TV ‘과학카페’ 가 지난달 정부의 요청과 협찬으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다룬 내용을 방영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과학카페’는 ‘식품의 과학-미국산 쇠고기 검역’이라는 10분 분량의 코너를 통해 “미국산 쇠고기가 철저한 검역과 꼼꼼한 정밀 검사를 통해 믿고 먹을 수 있는 안전한 쇠고기”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런데 경향신문이 26일 이 프로그램이 농수산식품부가 먼저 KBS 외주 제작 업체에 ´수입 쇠고기의 철저한 검역 과정을 다뤄달라´고 요청했고 협찬까지 했다고 보도함으로써 뒤늦게 파문이 커지고 있다.

민주당 유은혜 부대변인은 28일 국회 브리핑에서 “‘PD수첩’의 재판을 앞두고 방영된 것으로 보아 농식품부가 여론을 유리하게 하고 재판에 영향을 미치려 한 것이 아닌지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유 부대변인은 “공영방송이라면 어떠한 외압이나 자본의 유혹에도 흔들림 없이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방송을 해야 한다”며 “KBS가 정부 자금을 받아 정권 홍보 방송으로 전락한다면, 민주정부 10년간 신뢰도 1위, 공정성 1위의 명예로운 KBS는 사라지고 말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노동당 백성균 부대변인도 “방송을 정부 정책을 홍보하는 공보기관으로 바꾸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방송정책이냐”며 “KBS가 이렇게 정부의 관제방송이 된 마당에 국민에게 수신료를 더 내라고 말할 자신이 있는지 놀랍기만 하다”고 꼬집었다.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도 이날 성명을 통해 “문제가 된 ‘과학카페’의 내용은 한 편의 ‘수입쇠고기 홍보 CF’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며 “농식품부의 협찬을 받아 제작된 것이라니, KBS가 ‘관제방송’으로 전락했음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된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민언련은 “방송심의규정에 따르면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을 다룰 때에는 재판의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을 방송하여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며 “검찰이 ‘PD수첩’ 제작진에 2∼3년이라는 중형을 구형한 직후이고 선고공판이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KBS가 정부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방송을 내보냈다는 것은 최소한의 양식도 내팽개쳤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언련은 법무부와 함께 세계 교통문화와 에티켓을 비교하는 내용을 방영한 2TV ‘미녀들의 수다’를 거론하며 “KBS가 정권의 주문에 따라 보도·교양·오락 프로그램을 가리지 않고 정권 홍보를 일삼고 있다”고 비판한 뒤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한 KBS를 더 이상 ‘공영방송’이라 부를 수 없다”고 밝혔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국민의 건강권을 지켜야 할 부처가 국민의 혈세를 들여 수입산 쇠고기 업체를 홍보하는 데 사용하다니 기가 막히다”고 농식품부의 행태를 문제 삼고 “이는 KBS를 정권의 홍보수단으로 여기는 비뚤어진 발상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공영방송의 존립기반을 허물지 말고 빨리 상식을 되찾으라”고 나무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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