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향한 독창적인 문학 테러에 빠져볼까?

[뉴스캔]도발적인 문체와 날카로운 유머로 이미 해외에서는 많은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스웨덴의 젊은 작가 레나 안데르손의 수작 『덕 시티』가 민음사에서 출간되어 한국을 방문한 작가를 만났다.

▲ 두번째로 한국을 찾은 ´덕 시티´의 저자 ´레나 안데르손´ ⓒ 데일리 시사프라임


소설 『덕 시티』는 미국이 주도하는 소비 만능주의와 그로 인하여 야기되는 전체주의적 사회 분위기를 통렬하게 비판한 디스토피아 소설이며 작가 안데르손은 일등 국가 ‘덕 시티’가 뚱뚱한 사람들을 통제하고 억압하는 구조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패스트푸드와 다이어트를 동시에 강요하는 이율 배반적 현대 사회의 실상을 신랄하게 풍자한다.

‘체지방과의 전쟁’을 선포한 후 벌어지는 극단적인 상황들은 한편으로는 웃음을 유발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섬뜩한 공포를 느끼게 하며 이유는 끊임없이 식욕과 싸우면서 고통스러워하는 인물들, 뚱뚱한 사람을 인간 취급도 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지금 우리 현실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라고.

▲ 현 사회의 문화, 경제, 정치를 풍자한 신간 ´덕 시티´ <민음사 출간> ⓒ 데일리 시사프라임


소설´덕 시티´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세계에서 가장 풍요로운 나라, 오리들의 도시, 그곳에도 터질 듯이 나온 배가 부의 상징이던 시절이 있었으나 현대에 와서는 ‘흰 고래’, 즉 체지방은 공공의 적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덕 시티의 대통령은 대대적으로 체지방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시민들에게 에이햅 작전에 따르라고 강요하는 속에 사람들은 매일 아침 체지방량을 측정당하고 뭘 먹고 얼마나 열량을 소모하는지 감시까지 받는 상황.

현대인을 대변하는 소설속 주인공들 ´공장 노동자 도널드, 대학 강사 데이지, 유명한 문학평론가 해럴드´는 단지 뚱뚱하기 때문에 사회에서 ‘쓰레기’ 취급을 당하는데 그럼에도 대통령과 손잡은 대기업이 설탕이 잔뜩 발린 도넛을 비롯한 기름 범벅 음식들을 멀쩡하게 파는 상황은 어쩐지 이상하면서도 실제 현대 사회와 너무나 흡사하다.

맛있는 도넛의 유혹과 다이어트의 강박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덕 시티 시민들은 조금씩 미쳐 가는데
와중에 뚱뚱한 사람들만 골라 죽이는 연쇄살인 사건이 발생 시민들을 공포에 몰아넣는다.

도넛 포장지를 물고 채찍질당한 뒤 죽은 채 발견된 피해자들의 모습은 기름진 도넛을 먹으며 매일 조금씩 살찌는 뚱보들에 대한 잔혹한 경고. ‘뚱뚱하다’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고 멸시당해야 하는 그들에게 도망칠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

또한 건강 수용소에 갇혀 굶어가며 죽도록 운동만 해서 날씬한 ‘신인류’로 바뀌지 않는 한, 죽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소설은 ‘덕 시티’라는 가상공간을 통해 대량생산 식품들의 노예, 다이어트의 노예가 되어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우리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자본을 앞세운 대기업들의 거짓광고를 조롱하며 (오감을 자극하는 맛있는 음식과 그것을 먹는 아름다운 모델의 이미지를 동시에 유통하면서 사람들에게 ‘무한 소비’만 강요)맛있지만 몸에는 해로운 햄버거를 먹든, 맛은 없지만 몸매 관리에 탁월한 채소를 먹든, 중요한 건 ‘무엇’을 먹느냐가 아니고 내가 먹고 싶은 걸 먹을 수 있는 자유, 날씬해져야 한다는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자유가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하다고 제언한다. 아울러 안데르손은 소비 만능주의에 빠진 사람들이 자본과 사회에게 자유를 완전히 빼앗겼다고 단호히 말한다.

▲ 저자´레나 안데르손(40)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데일리 시사프라임


또 작가는 간담회를 통해 "진실이 왜곡됐을 때 어떠한 결과가 초래되는지 알려주고 싶었다. 조금만 다른 각도에서 주변을 둘러보면 이상한 부분들을 발견할 수 있다. 가장 좋은 출발은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인데 이유는 아이의 눈에는 모든 세상이 이상하게 보이는 순수함이 있기 때문이다" 고 밝혔다.

이번 두번째 방문한 한국의 인상에 대한 질문에 " 2006년에 왔을때는 핸드폰을 사용할 수 없었는데 지금은 사용할 수 있어 좋다. 아마 통신사들 끼리 제휴가 된것 같다. 좋아하는 한국음식은 ´비빔밥´인데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내에서도 비빔밥을 먹었으며 어제 저녁에도 ´비빔밥´을 먹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한편 풍요로운 사회의 문화, 경제, 정치등 모든 분야에 대한 문학적 공격이자, 몸짱들에 대한 풍자와 조롱.”(《다옌스 뉘헤테르》)라는 평가를 받은 『덕 시티』는 출간 당시 스웨덴 대중과 비평가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으며 독일, 네덜란드, 노르웨이, 핀란드 등 다양한 국가에서도 출간한 화제의 작품이다.



정창곤 기자 oldpd@paran.com

기자 블로그 http://blog.daum.net/babo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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