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엉터리 여론조사는 선거운동 매한가지, 법으로 규제해야”...“표현의 자유 경직화가 정권에 부메랑 됐다”

6.2지방선거가 야권의 승리로 끝난 가운데 이와는 한참 다른 예측 결과를 내놓은 각종 여론조사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그릇된 여론조사를 보도하고 이를 토대로 분석 기사를 쓴 언론에서도 반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노영민 대변인은 5일 국회 브리핑에서 “과학으로서의 여론조사와 여론조사를 빙자한 불법선거운동은 구별되어야 한다”며 “실제 여론을 반영하지 못하는 여론조사를 또다시 ‘여론’으로 보도하는 것은 미필적 고의에 의한 여론조작 시도”라고 지적했다.

노 대변인은 “과학으로서의 여론조사가 갖추어야 할 기본조차 지키지 않은 조사가 많았다”면서 “정상적인 샘플 수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조사나, 지역·연령·직업·성별 할당을 터무니없을 정도로 왜곡시킨 조사는 여론조사를 빙자한 특정후보지지 선거운동이고 선전선동일 뿐”이라고 비난했다.

노 대변인은 이어 “여론조사 보도는 언론의 임무이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인 만큼 이번 기회에 불법선거운동으로 간주할 수밖에 없는 여론조사를 규제할 법적 장치를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노동당 우위영 대변인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특징은 언론사의 여론조사 보도가 거의 빗나갔다는 점”이라며 “‘정권 심판’이라는 밑바닥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우 대변인은 “언론이 특정한 의도가 있었다고 믿고 싶지는 않지만 만일 여론조사의 문제점을 인지하고도 보도를 했다면 이는 언론이 사실상 여론조작을 한 것이고 여당의 선거운동을 도와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우 대변인은 특히 “불과 2만 5천표 정도로 당락이 결정된 서울시장의 경우, 그간 오세훈 후보의 당선을 확실시했던 언론보도가 없었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다”고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그는 “여론조사 기관에서도 문제점을 인식하고 개선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하니 다행”이라며 “민의를 객관적으로 반영할 수 있도록 앞으로 신중한 선거 보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언론도 자성하는 분위기다. 한국일보 이충재 편집부국장은 5일자 칼럼에서 “민심을 유리알처럼 투명하게 비쳐야 할 언론이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자책 때문에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섣부른 판세 단정으로 승자에 지지가 쏠리도록 한 ´밴드왜건(bandwagon)´ 효과를 유도하고, 야권 지지층의 투표 의지를 꺾지 않았는가 하는 뒤늦은 자기반성이 크다”고 실토했다.

이 부국장은 “마지막으로 공개된 그 어떤 여론조사에서도 한나라당 참패, 민주당의 대약진을 예견한 것은 없었다”며 “투표 일주일 전 마지막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 결과 지지율 변화가 20%포인트에 달한 것은 여론조사가 엉터리였다는 사실 말고는 달리 설명이 안 된다”고 개탄했다.

이 부국장은 그러면서 유선전화, 젊은 층 샘플 확보, 무응답률 등 기술적인 문제를 들며 “이번 기회에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술적인 문제보다 훨씬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은 야당을 지지하면서도 여당을 찍었다고 거짓 응답하는 ‘여당 집중화’ 또는 ‘야당 디스카운트’ 현상”이라며 “군사독재 시절에 생긴 말이 현 정권에서 재연됐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 부국장은 “우리 사회 전반에 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알게 모르게 형성돼 있음을 보여주는 증표”라며 “민주화 이후 표현의 자유를 구가해온 젊은이들이 현정부 출범 이후 자기 표현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고 결국 이같은 엉터리 여론조사가 나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부국장은 “이번 선거를 통해 집권층은 강요된 사회의 보수화, 경직화가 보수정권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는 점을 절실히 깨달아야 한다”며 “근본적으로 사회를 뒤덮고 있는 경직되고 음울한 분위기에 숨통을 트는 방향으로 국정기조를 선회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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