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기자리뷰]

한때 아파트 사업으로 수백억 재벌이 된 시행사 사장님이 건설사 바짓가랑이를 붙잡는 신세가 됐다. 부동산경기 침체로 주택사업 리스크를 줄이려는 시공사가 웬만한 땅이 아니고서는 일을 벌이지 않기 때문이다.

시행사는 사업지(땅)를 일부 확보하고 사업을 구체화하는 시기에 시공사와 조인해 토지매입 비용과 사업초기 비용을 조달해야 한다.

이때 자금을 대는 은행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발생시키기에 앞서 시공사에 지급보증을 요구한다.
시행사가 확보한 땅의 사업성이 좋고 시공사의 금융권 신용도가 높으면 만사 오케이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문제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자 시공사 입장에서는 우발채무로의 변절 가능성이 높은 지급보증을 기피하게 됐다.

결국 시행사는 주택사업을 하고 싶어도 자금을 마련할 길이 없어졌다. 더구나 금융권이 안심할만한 신용도 높은 시공사도 적어 찾아갈 곳도 없다.

이달 초 양재동 물류센터 대주단은 법원에 시행사 (주)파이시티를 파산신청 했다.

시공사였던 성우종합건설과, 대우자판건설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후, 새로운 시공사를 구하지 못하자 대주단에 의해 버려진 것이다.

파이시티의 대표는 대우건설과 우림건설 부사장을 거친 개발사업 프로다. 영등포 드림월드 조합아파트 시행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효성 주얼리시티 등 사업에서도 대박을 기록했었다.

그렇지만 법원의 파산신청이 받아들여지면 양재동 물류센터 시행을 포기해야 한다.

국내 1위 디벨로퍼인 신영도 청주에서 고전하고 있다.

청주 지웰시티 1블록 2,164가구를 야심차게 분양했지만, 부동산경기 침체가 지방을 덮치자 집이 팔리지 않았다. 현재 2블록 분양을 준비하고 있지만 상황은 만만치 않다.

시행사 사장님의 위세가 땅에 떨어진 것이다.

국내 건설시장에는 내년부터 K-IFRS(국제회계기준) 도입된다. 이 내용 중에는 시행사가 시공사에 귀속될 수 있는 내용이 다분하다.

시행사에 대한 시공사의 지분이 50%를 넘어설 경우와, 시공사가 시행사에 대한 실지배력(임원선임권, 재무전략의 결정적인 영향)을 가지고 있느냐가 종속기업이냐를 판가름 하는 잣대가 된다.

사장을 비롯한 몇몇이 수년간 땅 작업을 해서 시행하던 명목적인 시행사는 시공사에 의해 종속 또는 소멸될 수밖에 없게 됐다.

국내에 IFRS가 조기 적용된 타 산업의 경우에도 연결(종속)대상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건설업에서도 그 가능성이 높아질 것은 자명하다.

개발사업이 한창이던 시기 디벨로퍼라는 이름으로 부동산 활황의 기틀을 마련했던 시행사가 과거의 전유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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