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근 교수 "상당수 매립지 침출수 유출 예상"..."처음부터 환경적 관점 부족했다"

구제역으로 살처분된 가축이 312만마리를 넘어서면서 2차 오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매몰지를 조사해 부실한 곳은 보강공사를 벌이고 지하수 모니터링도 실시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환경대란을 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배재근 서울과학기술대 교수(환경공학과)
서울과학기술대 배재근 환경공학과 교수는 8일 "당장 3,4월 날씨가 따뜻해지면 정말 대란이 일어날 수 있다"며 "침출수나 단편적인 관점이 아니라 종합적인 관점에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 교수는 이날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거의 대부분의 매립시설에서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의 지하수 유출이 예견되고 기온이 올라가면 상당한 악취가 발생할 것이다, 차수막도 토압에 의해 거의 유실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며 이같이 말했다.

배 교수는 "처음에 매몰지를 설계할 때는 지금처럼 대규모 매몰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을 못하고 간이처리 방식으로 설계를 했는데 간이처리라는 것이 이렇게 확대가 될 경우에는 걷잡을 수 없이 많은 문제가 일어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정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매립할 때도 굉장히 심도 있는 검토를 통해서 매립지를 선정한다"며 그러나 이번 가축 살처분은 "사실상 너무나 많은 작업이 이루어지고 매몰지를 구할 수가 없는 상태다 보니 상수원이라든가 입경작지, 지반 침해, 하수 흐름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안타까워했다.

또한 "매립 작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매뉴얼이 배포가 되어 있지만 그 매뉴얼을 이해하는 전문가도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전문적인 지식 하에서 매몰 작업이 이뤄지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특히 "그동안의 상황 대응 조치는 농림부와 행안부가 진행을 시키면서 사실 환경적인 관점보다는 살처분하기 바빴다고 볼 수 있다"며 "초기부터 보다 적극적으로 환경적인 관점에서 대응이 필요했다"고 강조했다.

배 교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소각 처리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소각처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그러나 현 단계에서는 지자체가 운영하는 매립장 활용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매립시설에는 침출수 처리하거나 악취를 처리하기 위한 각종 대안들이 다 정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 자연계의 다른 토양을 오염시키는 것보다 이렇게 적정하게 처리할 수 있는 시설이 완비된 매립시설에 살처분을 유도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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