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사람들의 한국어 구사는 가슴 뿌듯한 일입니다!”

▲ [개천절 기념 주몽골 대한민국 대사관 초청 만찬 때 울란바토르호텔에서 오치르바트 몽골 초대 대통령 내외와 환담을 나누고 있는 정 일(鄭日) 대사]

지난 5월10일(화) 저녁 5시, 본지의 알렉스 강 TK Times 외신국장 겸 몽골 특파원과 정일 주몽골 대한민국 대사와의 단독 대담이 진행됐다.
본 단독 대담은, 주몽골 대한민국 대사의 몽골 현지 지방 출장 관계로 부득이 정 대사가 직접 서면으로 작성하여 기고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이번 대담은 몽골인문대학교 (UHM) 주최 ‘제14회 몽골대학생한국어말하기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기념하여 지난 5월 9일(월) 몽골 울란바토르 시내 서울 레스토랑에서 베풀어진 몽골인문대학교(UHM) 한국학과 교수단 초청 회식 행사에 참석했던 강 국장이 김광식 주몽골 대한민국 대사관 교육문화 분야 담당 서기관에게 귀띔해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
정 대사는 2009년 3월 주몽골 제9대 대한민국 대사로 몽골 울란바토르 현지에 부임하여, 2011년 5월 현재 대사 근무 3년째를 맞고 있는 중이다. <편집자 주>
▲ [지난 4월 29일 몽골인문대학교(UHM) 주최로 진행된 제14회 몽골대학생한국어말하기대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는 정 대사]

Q : 정일(鄭日) 대사께서는 지난 4월 29일(금)에 몽골어린이재능교육원에서 거행된 몽골인문대학교(UHM) 주최 제14회 몽골대학생한국어말하기대회 행사장에 사모님 및 대사관 요원들과 직접 오셔서 참가자들과 대회 진행 요원들을 격려해 주셨고, 대회 축사는 물론 시상까지 해 주신 바 있습니다. 성황리에 끝난 제14회 몽골대학생한국어말하기대회에서 느끼신 소회가 있으시다면 한 말씀 해 주십시오.

정 대사 : 몽골인문대학교(UHM) 주최 몽골대학생한국어말하기대회는 한국어를 구사하는 몽골 대학생들이 실력을 겨루는 가장 수준 높은 대회입니다. 때가 되면 이 대학생들이 한-몽골 관계 증진에 있어서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몽골의 유명 인사들이 될 것입니다. 물론, 한편에선 대한민국이나 몽골에 있는 대한민국의 다문화 가정의 청소년들이 자라나서 이들과 자웅(雌雄)을 겨루려고 하겠지요. 저는 한류의 핵심적인 요소는 외국인들이 자발적인 한국어 구사를 통해 우리 문화에 대해 폭넓은 인식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몽골대학생한국어말하기대회는 그런 목적을 잘 살리는 것이 중요하고, 몽골 반점을 공유하고 있는 몽골 젊은이들이 한국어를 어떻게 생각하고 또 받아들이는가를 알아 보는 것도 이 대회의 목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몽골인문대학교 한국학과 교수진에서 애써 주셔서 해마다 행사가 확대되고 있는 것을 보니 가슴이 뿌듯합니다. 한편으론,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우리 큰 기업들이 이러한 문화 사업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 준다면, 금전적 지원뿐 아니라 채용을 통한 일자리 제공 등등의 결과로써 몽골대학생한국어말하기대회가 더욱 성황을 이룰 것인데 하는 아쉬운 생각도 있긴 합니다. 몽골이 발전을 새롭게 시작하려는 이 때를 기회로 삼아 미래에 대한 투자가 선행되었으면 합니다.
▲ [정 대사 내외가 몽골인문대학교(UHM) 주최 제14회 몽골대학생한국어말하기대회 행사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Q : 2009년 3월에 주몽골 제9대 대한민국 대사로 몽골 현지에 부임하여, 2011년 5월 현재 대사 근무 3년째를 맞고 계십니다. 현직 대사로서 몽골에서의 한국어 열풍을 몸으로 느끼고 계시는지요?

정 대사 : 의외로, 한국어 구사가 자유로운 몽골 사람들을 많이 봅니다. 어디를 가나 저를 알아 보는 사람들도 많고 또 대한민국과의 연관이 있는 사람들이 많아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기쁘게 받아 들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발전상뿐 아니라 우리의 행동이나 삶이 몽골사람들에게 좋든 싫든 거울이 되고 있으며, 우리의 좋은 모습과 함께 좋지 않은 모습도 이들의 눈에 그대로 비친다는 점을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케이-팝(K-POP) 등을 위시한 우리 문화를 자발적으로 본받으려는 몽골 청소년들을 보며 “아! 대한민국이 많이 발전해 왔구나” 라는 생각과, “이제 몽골과는 떼고 싶어도 뗄 수 없는 관계가 되었구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나 현재에 만족하지 말고 함께 번영하는 미래를 위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곰곰이 생각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이태준 지사와 같은 선조는 90년 전 그런 생각으로 몽골 사람들을 위해 무한정에 가까운 의술을 베푸셨습니다.
▲ [정 대사는 지난해 2010년 4월 7일(수) 몽골인문대학교(UHM) 초청으로 대사 특별 강연에 나선 바 있다. 현직 대사가 부임지의 대학교 재학생들을 위해 직접 특별 강연에 나서는 모습은 그리 흔하지 않은 풍경이다.]

Q : 지난 2011년 3월 26일로 한-몽골 수교 21주년을 맞았습니다. 현재의 양국 관계를 어떻게 평가하시는지요?

정 대사 : 한-몽골은 800년의 교류를 기원으로 하는 형제국이기에 21주년에 특별한 의미를 두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입니다. 한-몽골 양국 관계에 대한 평가는 한류 열풍과 한국어 학습에 열심인 몽골 국민들의 반응으로 갈음할 수 있을 것입니다.

Q : 한-몽골이 좀 더 긴밀한 관계가 될 수는 없겠습니까?

정 대사 : 한-몽골은 오랜 역사적 인연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저는 관계 발전에 대해 그리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이 가시적인 성과에 연연하기보다는 몽골의 근원적 문제 해결과 발전을 위한 기초 환경 구축에 관심을 두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만큼, 50년 혹은 100년 후 그 역할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내려지기를 기대합니다.
▲ [강연을 통해 정 대사는 대한민국의 과거부터 오늘까지의 상황을 담담하게 그려나갔다. 정 대사는 몽골에서의 한국학 진흥에 심혈을 기울여 물심양면의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Q : 몽골의 젊은이들이 대한민국에 많이 진출해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데요.

정 대사 : 예전에 우리 대한민국도 자본 유치를 위해 독일에 근로자를 파견했습니다. 성공적으로 평가되는 우리 대한민국의 오늘날 상황이 혹시라도 몽골 국민들에게 장밋빛만으로 인식돼서는 안 됩니다. 경제 발전이 곧 행복과 직결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부(富)에 관한 균형 있는 가치 의식 형성이 필요합니다. 해외에 진출한 일선 근로자의 노고와 역할이 자국의 발전과 국가간 신뢰에 중요한 기반이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Q : 대한민국 경제의 성장 배경이 뭐라고 보십니까?

정 대사 : 우리 대한민국은 냉전 갈등의 대리전이기도 했던 6.25 사변으로 촉발된 폐허에서 그야말로 아무 것도 없이 시작했습니다. 이런 환경을 오히려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았습니다. 대한민국 경제의 성장 및 발전 과정과 맞물린 대한민국 현대사의 비참했던 상황, 부끄러운 단면, 고통스러웠던 시절이 발전의 원동력이었습니다. 대한민국 경제 성장 및 발전은 이미 세계적으로 개발 도상국의 성공 사례로 주목 받아왔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경제가 성장 과정을 거치며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기는 했으나 우리에게 낙관적인 미래가 보장된 것은 아닙니다. 세계적인 유수 기업의 쇠락이나 미국에서 촉발된 금융 위기 등을 보면 시장에서 안전 지대란 없는 것 같습니다.
▲ [개천절 기념 주몽골 대한민국 대사관 초청 만찬 때 울란바토르호텔에서 정 대사 내외와 함께 한 알렉스 강 국장]

Q : 어떻게 해야 몽골의 경제 발전이 이뤄지겠습니까?

정 대사 : 경제 발전 추진에 열정을 쏟고 있는 몽골 정부와 국민들의 노력을 저는 높이 평가합니다. 아무쪼록 우리나라 사람들이 앞서 보여 줬던 저력이 경제 발전에 힘을 쏟고 있는 몽골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동질적 교감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경험이 몽골에서 펼쳐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다른 나라의 경험에서 적절한 발전 모델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경제적 진로와 방향에 대한 국민 총화를 만들어 내는 일이 아주 필수적인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부디 우리 대한민국의 경험이 몽골에 적절하게 접목되어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되길 바랍니다.

Q : 대한민국 외교의 특징이 뭐라고 보십니까?

정 대사 : 게르(Ger) 외교입니다. 외교 현장에서의 자율성이 폭넓게 보장되어 창발성과 역동성을 발휘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으나 개인 역할의 비중이 큰 데서 발생되는 단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Q : 남북 관계와 통일 전망에 대해서 한 말씀 해 주시지요.

정 대사 : 우리나라와 북한은 60년의 세월을 분단된 상태로 갈등을 겪어 왔습니다만, 남과 북은 같은 민족이고 형제 관계입니다. 외교 관계에 있어서 협력 방안을 모색하며 우호적 관계를 열어 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남북 통일 뒤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말을 타고 만주를 거쳐 몽골과 교류하는 날이 오길 기대합니다.


<정일(鄭日) 제9대 주몽골 대한민국 대사 약력>

△1981. 08 서울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1983. 04 대한민국 제17회 외무고등고시 합격
△1983. 06 대한민국 외교통상부(당시엔 외무부) 입부
△1989. 01 주헝가리 대한민국 대사관 2등 서기관
△1995. 06 주이스라엘 대한민국 대사관 1등 서기관
△1998. 12 주프랑스 대한민국 대사관 1등 서기관
△2000. 07 대한민국 외교통상부 중동과장
△2002. 01 주사우디아라비아 대한민국 대사관 참사관
△2004. 12 주프랑스 대한민국 대사관 공사 참사관
△2007. 11 주이라크 대한민국 대사관 공사
△2009. 03 제9대 주몽골 대한민국 대사
△가족 사항 : 부인 문정화 여사와 2녀

<주몽골 대한민국 대사관 연혁>
△1990. 03. 26 한-몽골 국교 수립
△1990. 02. 04 권영순 초대 주몽골 대한민국 대사 신임장 제정
△1990. 06. 18 주몽골 대한민국 대사관 개설
△1992. 07. 06 김교식 제2대 주몽골 대한민국 대사 신임장 제정
△1994. 09. 15 김정순 제3대 주몽골 대한민국 대사 신임장 제정
△1997. 05. 13 황길신 제4대 주몽골 대한민국 대사 신임장 제정
△1999. 05. 30 김대중 제15대 대한민국 대통령 몽골 국빈 방문,
△1999. 09. 17 최영철 제5대 주몽골 대한민국 대사 신임장 제정
△2002. 09. 10 김원태 제6대 주몽골 대한민국 대사 신임장 제정
△2004. 09. 28 금병목 제7대 주몽골 대한민국 대사 신임장 제정
△2005. 09. 05 이명박 제32대 대한민국 서울시장 몽골 공식 방문
△2006. 03. 13 박진호 제8대 주몽골 대한민국 대사 신임장 제정
△2006. 05. 07 노무현 제16대 대한민국 대통령 몽골 국빈 방문
△2009. 03. 16 정일 제9대 주몽골 대한민국 대사 신임장 제정
△2009. 07. 26 반기문 제8대 국제연합(UN) 사무총장 몽골 국빈급 방문
△2011. 01. 10 대한민국 입국 사증 신청 몽골 대행 기관 제도 시행

<주한 몽골 대사관 연혁>
(몽골 낱말의 한글 표기는 대한민국 정부-언론외래어심의공동위원회의 표기 원칙에 충실히 따랐음)
△1990. 03. 26 한-몽골 국교 수립
△1991. 02. 01 주한 몽골 대사관 개설
△1991. 04. 23 페렌레인 우르진룬데브 초대 주한 몽골 대사 신임장 제정
△1991. 10. 22 푼살마긴 오치르바트 초대 몽골 대통령 대한민국 국빈 방문
△1997. 02. 05 로도이담바 갈바드라흐 제2대 주한 몽골 대사 신임장 제정
△2001. 02. 12 나차긴 바가반디 제2대 및 3대 몽골 대통령 대한민국 국빈 방문
△2002. 01. 16 페렌레인 우르진룬데브 제3대 주한 몽골 대사 신임장 제정
△2007. 05. 28 남바린 엥흐바야르 제4대 몽골 대통령 대한민국 국빈 방문
△2008. 05. 13 도르지팔람 게렐 제4대 주한 몽골 대사 신임장 제정
<기사제공=울란바토르 (몽골)=TK TIMES 알렉스 강 외신국장 겸 몽골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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