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대신 계파보스 선택한 마마폴리션...남은 불씨마저 날려버리지 않을까

한나라당 마마보이 정치인들이 몽니를 부려 정치를 난장판을 만들고 있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해도 국민들이 관심조차 갖지 않는 한나라당이지만 요즘 한나라당 지도부를 보면 도가 지나치다는 생각이다.

참 국민들 살기도 힘들고 어려운데 집권여당이라고 하는 한나라당 지도부가 국민들에게 위로와 희망은커녕 힘든 짐만 더 안겨주고 있으니 한심할 뿐이다.

▲ ⓒ 한나라당
한나라당은 새지도부를 선출한지 일주일째인 12일에서야 진통을 겪고서야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자 인선을 겨우 마무리 지었다.

급기야 신임 당 대표가 당직인선을 논의하는 회의장을 뛰쳐나오는 사태까지 벌어졌다니...정말 ´헐...´이다.

이번 인선 파문의 쟁점은 홍준표 대표가 자기 측근을 사무총장에 임명하려는 것을 친박대표격인 유승민 최고위원과 친이(?) 대표격인 원희룡 최고위원이 ´측근배제´를 명분으로 반대하고 나섰기 때문이라고 한다.

유.원 두 최고위원은 1년 전 홍 대표가 직전 대표인 안상수 의원이 측근, 더 정확히 표현하면 대표후보캠프에서 일한 한 의원을 주요 당직에 임명하려하자 이를 당시 홍준표 최고위원이 ´당직 매수행위로, 당직을 빌미로 해서 캠프로 끌어들인 것 아니냐´고 비난했던 점을 들어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홍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일부 최고위원 간 거친 설전 끝에 “당 대표로 압도적으로 당선됐다”는 홍 대표의 격앙된 목소리가 회의장 밖까지 흘러나온 뒤 얼굴을 붉히며 회의장을 뛰쳐나왔다 다시 들어가 겨우 수습하고 당직 인선을 마무리 지었다.

그러나 한나라당 사태는 마무리된 것이 아니다. 이제 시작일 수 있다. 탐색전을 걸쳐 맛보기 1차전을 벌인 것뿐이라는 말이 더 정확할 것 같다. 앞으로 한나라당은 내년 대선까지 친박과 친이세력이, 또 제각각 정치세력이 나뉘어 할퀴고 물어뜯는 난장판이 계속될 것이 뻔하다.

이같은 한나라당 난장의 핵심은 바로 계파간의 이해다툼이다. 계파의 이익을 앞세운 질 낮은 패거리 정치의 악습을 버리지 못한 것이다.

지금 한나라당은, 한나라당의 의원들은 자기 주체성과 정치적 자아를 상실한 채 보스의 말 한마디에 이리저리 휩쓸려 다니는 마마보이 정치인에 불과하다. 마마폴리션(mama-politician)은 국민이 부여한 독립적 지위인 국회의원의 권리와 자존심마저 내팽개치고 보스에게 충성경쟁에 목을 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천 때문일까. 계파보스가 국회의원의 생명줄인 공천권을 쥐고 있으니 이해할 수밖에 없다고 해야 하나.

이번 한나라당 인사파동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지금 한나라당 지도부는 당과 당원, 국민이 아니라 계파와 계파보스를 위해 체면도, 자존심도 보스사무실 서랍에 맡겨놓고 날뛰고 있는 것이다.

홍 대표가 당 사무총장을 자기 사람(?)으로 임명하려는 것이 이상한 일인지 우리 정치권 현실을 볼 때 우습기까지 하다. 당 사무총장을 청와대 지시가 아니라 당 대표가 임명한다는 것만 해도 엄청난 발전이라면 발전이라면 발전일 수 있는데.

홍 대표의 사람이라고 하니 역시 계파이기주의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아직 제대로 계파.계보가 없는 홍 대표가 당을 꾸려가기 위해 자신과 코드가 맞는, 일손을 맞춰본 사람을 앉히려는 것이 크게 문제될 일인지 모르겠다.

유.원 두 최고위원은 당연히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내정자의 능력과 자격을 문제삼을 수 있다. 또 과거 홍 대표의 발언, ´당직 매수´ 발언에 대해 비판할 수 있다. 그때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전 당 사무총장의 조건에 비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면 대표가 함께 일하고자 하는 내정자에 대해 극한 반대를 할 필요가 있는지 쉽게 이해가 안된다.

사무총장이 다음번 총선 ´공천´ 실무를 맡고 있기 때문에 각 계파가 ´자기 사람´이 아닌 사무총장을 맡는 것에 대해 극도로 예민하게 거부감을 표시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럼 누구를 내세우면 공정한 공천작업을 믿고 맡길 수 있을까.

친박 진영을 대표하는 유승민 최고위원이 추천하는 인사를 임명하면 믿을 수 있을까. 아니면 원희룡 최고위원이 추천하는 인사는 당원 모두가 신뢰할 수 있을까.

한나라당은 지금 정말 환골탈태를 하지 않으면 다음 총선도, 대권도 낙관할 수 없는 처지이다. 그나마 친이도, 친박도 아닌 무계보,무계파 독자노선을 걸어온 모래시계검사 홍준표 의원이 대표가 된 것이 다 깨진 화로에 작은 불씨라도 되살리게 된 것이라고 말한다면 지나친 것일까.

아이들이 모여 수다를 떠는 행위를 ´찧고 까분다´라고 한다. 나쁘게 들리지만 이 말은 원래 옛날 어머니들이 절구에서 찧은 곡식을 키로 까부르는 데서 나온 말이다. 탈곡을 거쳐 알곡을 절구에 넣어 찧은 뒤 벗겨진 껍질을 키질을 통해 날려버려 순쌀,순알곡만을 남기는 행위에서 연유됐다.

몇몇 한나라당 최고위원들이 지나치게 찧고 까불면 키질을 통해 날라가는 것이 빈 껍질만 아니라는 점을 유념해야하지 않을까. 찧고 까불기가 끝나고 나면 과연 그들의 키 안에는 무엇이 남아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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