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자.야당, "무리한 끼워맞추기식" "몰아가기 수사로 공안 정국 조성 의혹´ 주장
민주노동당 등 야당 관련자 수십명 조사

공안당국이 북한의 지령을 받아 간첩 활동을 벌여온 ´반국가단체 왕재산´ 관련자 수십 명을 수사 중이며 현직 구청장을 비롯해 민주노동당과 민주당 관계자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반국가단체 조직´ 혐의로 사법처리를 한 것은 지난 1999년 이른바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 사건 이후 12년 만이다.

지난 28일 인터넷신문 ´민중의 소리´가 국가정보원과 검찰의 수사사실과 관련자 명단을 공개한 이후 29일 전 언론은 반국가단체 수사 사실을 일제히 보도했다. 당초 검찰의 요청에 따라 엠바고(일정시간 보도 유예) 기사였으나 민중의소리가 이를 파기, 공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진한 부장검사)에 따르면 북한 노동당 225국의 지령을 받아 남한에 지하당인 이른바 ´왕재산´을 구성해 간첩활동을 한 혐의(국가보안법 위반)로 IT 업체 J사 대표 김모(48)씨, 동업자 임모·이모씨, 야당 전직 당직자 이모씨, 미디어 업체 대표 유모씨 등 5명을 구속했다.

공안당국은 또 노동단체 간부와 야당 당직자, 야당 출신 기초단체의원 등 40여명을 수사 선상에 올려놓고 이번 사건과의 연계 여부를 조사중이다.

반국가단체 명칭이 ´왕재산´이라고 붙여진 것은 김씨 등은 조직원 간 통신을 주고받을 때 ´왕재산 올림´ 등으로 표시했기 때문이다. 왕재산(山)은 김일성 주석이 1933년 항일무장 투쟁을 국내로 확대하는 전략을 제시한 ´왕재산 회의´를 소집한 것으로 알려진 함경북도 최북단 온성에 위치한 산으로, 북한에서는 혁명의 성지다.

이에앞서 공안당국은 북한 노동당 대외연락부의 후신으로 남파·고정 간첩 관리, 지하당 구축 등을 주 임무로 하는 대남공작 부서인 225국과 연계한 왕재산 간첩사건과 관련, 지난 4~6일 김씨를 포함해 9명의 자택과 사무실, 한국대학교육연구소 등 모두 13곳을 압수수색, 충성 맹세문과 대남 선전책자 등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입증할 물증을 상당 부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북한 노동당 225국에 포섭돼 남조선혁명을 목표로 하는 지하당을 구성하고 총책으로 활동했으며 1994년 4월부터 최근까지 일본 38차례, 중국 18차례, 기타 3차례 등 총 59차례 해외에 다녀오면서 재일간첩 또는 북한 대남 공작조직의 상부선과 10여 차례 접선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김씨는 225국의 지령에 따라 수년 동안 국내 정세 정보자료를 수집해 전달했으며 노동신문 사설 등 북한 원전을 입수해 이메일 문서함에 저장하고 북한을 찬양·고무·선전하는 이적표현물을 소지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이들이 서울지역책, 인천지역책, 내왕연락책, 선전책 등으로 나눠 조직적으로 업무를 분담했고, IT 업체를 설립한 것으로 위장해 간첩활동을 벌였다고 말했다.

현재 김씨 등은 당국 조사에서 묵비권을 행사하는 등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대해 검찰 관계자는 “이들의 혐의는 소속돼 있는 단체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압수수색이나 증거 수집을 통해 명백한 물적 증거를 확보해 수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안당국은 또 현직 야당 지자체장 두 명의 이름을 확인, 이 중 한 명의 사무실을 방문해 참고인 조사를 벌인 데 이어 다른 한 명에 대해서도 조만간 참고인 조사를 할 방침이다.

한편 공안당국은 왕재산 사건과는 별개로 노동당 225국의 지령을 받아 활동을 해온 월간지 ´민족21´의 안모 편집주간과 정모 편집국장, 안모 전 교수 등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대해 정 국장 등은 혐의 내용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 조사에 대해 야당들은 ´공안정국´ 조작이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우위영 민노당 대변인은 “해당 사건과 아무런 연관도 없는 민노당 지역 당직자와 심지어 공직자들에게까지, 사유도 분명하게 밝히지 않은 채 참고인 조사를 요구하는 막가파식 수사와 공안몰이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관련자와 가족들도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자택을 압수수색당한 한 인사는 “공안당국이 말하는 ‘지하당’이라는 게 실체가 없다. 친분이 있는 사회운동가들을 무리하게 엮어 넣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안당국이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이 제기될 때마다 ´공작´ ´조작´이라는 반론과 비판이 제기됐다. 공안관계자측은 ´과학적인 증거 수사중´이라고 주장하지만 과거 ´조작´사건으로 확인된 사건이 많고 또 최근에도 용두사미식 수사로 지탄을 받은 바 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공안당국이 국민 누구나 상식선에서 납득할 만한 ´과학적인 증거자료´를 제시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사건으로 공안당국의 ´정치적 중립성´과 함께 공안관련 사건의 논란이 종식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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