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재와 시세의 상관관계를 분석하라"

지난 10월 강남역에서 분당 정자역까지 연결되는 신분당선이 개통되어 운행이 시작되었다. 분당 정자역에서 강남역까지 16분이면 도착한다. 직선 노선이다 보니 기존 분당선을 통해 분당에서 강남으로 접근할 때에 비해 20~30분 이상 시간이 단축되어 분당에서 강남으로 출 퇴근 하는 사람에게는 출퇴근 시간이 혁신적으로 단축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이 지역 부동산 시세가 앞으로 상승할 지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이다. 지하철 개통이라는 대형 호재가 시세에 어떻게 반영될 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예전부터 신분당선 개통처럼 그 지역의 변화에 큰 영향을 주는 요소를 일컬어 “호재”라 하고 관심을 가져 왔던 것이 사실이다. 과거를 돌아 보면 이러한 호재들이 주변 시세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부동산 투자자들의 머리 속에는 [호재=시세 상승]이 하나의 공식처럼 굳어져 온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호재가 있다고 반드시 시세가 큰 폭으로 상승하는 것은 아니다.

호재가 시세를 상승시키는 근본 이유

시세가 상승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가치(선호도) 상승에 따른 수요의 증가 때문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매일 먹고 있는 쌀을 한번 생각해보자. 쌀은 우리가 어디에서나 구할 수 있는 평범한 음식중의 하나이지만 유독 경기 이천쌀이 더 비싼 편이다. 이천쌀이 비싼 여러 가지 이유가 존재 하겠지만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임금님께 진상하던 쌀이라는 높은 브랜드 가치이다. 임금님께서 드시던 쌀이라는 가치가 우리들로 하여금 이천쌀의 품질을 믿고 높은 가격을 주고 사먹고 있게 하는 것이다. 이처럼 가치가 높다는 것은 수요의 증가와 함께 가격 상승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부동산도 역시 마찬가지다. 부동산의 가치가 높아지면 시세가 상승할 수밖에 없는데 부동산의 가치 상승은 주로 “호재” 라는 요소에 의해 좌우되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2009년 9호선이 개통되기 전 서울 강서권역은 강남 접근성이 떨어진다고 평가 받았던 지역중의 하나였다. 그러나 강남에서 멀다는 기존 약점이 지하철 개통이라는 호재로 인해 보완되고 오히려 접근성이 높아지게 되자 이 지역의 가격이 크게 상승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호재라는 요소가 부동산의 가치 변화와 가격 상승에 영향을 주다 보니 점점 부동산 투자자들에게 호재와 시세상승을 다른 요인들은 배제한 채 투자를 하는 문제점이 나타나게 된 것이다.

[호재=시세 상승]이 항상 정답은 아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공식처럼 알려져 있는 사실 중 하나가 지하철 개통과 관련하여 보통 계획 발표, 착공, 완공의 3단계로 오른다는 사실이다. 부동산 재테크 관련 서적에도 많이 나오는 내용이기도 하다. 처음 부동산에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호재가 시세 상승에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단순화시켜 보여주는 사례이지만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 말은 항상 맞는 말은 아니다. 오히려 조금 더 투자에 관심을 가졌거나 경험을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자.

지하철이 착공되는 경우 지하철 개통에 대한 기대감으로 인해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지하철이 착공되는 시점에 이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 입장에서 살펴보자. 지하철이 착공되면 이 지역은 공사현장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먼지가 풀풀 날리고 공사 소음으로 인해 거주하기에 불편한 공간으로 바뀌게 된다. 만약 이 지역에서 상가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당장 공사 기간 중에는 장사가 잘 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일종의 악재다.

그리고 이러한 악재는 곧바로 매매 시세나 전세, 월세시세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하철이 착공되면 시세가 상승한다고 말하지만 단기적으로는 시세에 도리어 악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볼 때 지하철 착공이 시세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는 말은 맞는 말이지만 단기적으로 보면 틀릴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단기적인 차익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이라면 낭패를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가지 의문이 들 것이다. 착공시점에 실제 시세가 떨어질 수도 있다면 왜 책에서는 착공시점에 상승한다고 표현했던 것일까? 보통 책 한 권에는 제한된 지면에 독자들이 원하는 많은 내용들을 설명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상황에 따라 발생하는 다양한 경우의 수를 모두 기록하기 어렵다.

제한된 지면에는 독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큰 틀에서 보고 간단하게 도식화하여 설명하고 있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최근의 사례를 보면 경기 침체로 인해 지하철 개통에도 불구하고 시세에 별 영향이 없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경기 침체라는 악재가 지하철 개통이라는 호재보다 더 시세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자라면 책에 나온 내용을 참고는 하되, 절대적인 진실인양 믿고 투자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세 변화는 호재와 악재들의 상호작용에 의해 형성된다.

호재가 결코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면 부동산 시장을 볼 때 앞으로 어떤 시각으로 보는 것이 좋을까? 부동산 시장은 호재와 같은 특정 한 요소에만 영향을 받기 보다는 그 시장에 존재하는 호재와 악재들의 상호 작용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그 호재와 악재에 반응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어느 쪽으로 더 치우쳐 있는 지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어떤 특정 지역에 지하철이 개통될 예정인데 이 지역에 쓰레기 소각장이라는 혐오시설도 같이 들어온다고 하자. 이 경우 지하철 개통이라는 호재로 인해 무조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다고 볼 수 있을까? 여기서 가장 중요한 판단의 기준은 호재와 악재를 보는 사람들의 반응이다.

만약 쓰레기 소각장이 예전과 달리 주변 환경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거나, 그래도 교통이 편리 한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시세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고 반대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면 시세 상승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다.

앞으로 지하철 개통과 같은 특정 호재가 존재한다면 그 호재로 인해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 생각하기 전에 제일 먼저 그 호재 말고도 추가적인 호재가 더 있는지 한번 찾아보자. 반대로 호재를 상쇄시킬 만한 다른 악재들은 없는지도 찾아보자. 그리고 이러한 호재와 악재에 대한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찾아 검토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한가지 더 추가한다면 지금은 악재

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악재가 사라질 수 있는 것은 없는지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악재가 사라지면 호재만 남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 호재=시세상승이라고 단순히 생각했었다면 이젠 자료를 수집한 다음 어느 요소가 더 크게 영향을 줄 수 있을까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필요할 때다.

도움말: 신현강(부동산 거시경제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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