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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와 노무현, 그리고 안철수


어제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 TV 토론이 있었습니다. 당연한 일이지만, 두 당 모두 1위 후보가 나머지 후보들에게 협공을 당하는 모양이었습니다.

새누리당은 박근혜 후보, 민주당은 문재인 후보가 선두 주자로서 주요 공격 대상이었습니다.

공교롭게도 박근혜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며, 문재인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서실장을 지냈습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산업화 시대의 상징이며, 노무현 전 대통령은 민주화와 탈권위주의 시대의 상징입니다. 지금은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그것을 계승하고 있는 셈입니다.

시대는 흐르고 흘려 이제 새로운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산업화, 민주화를 넘어 정보화 시대에 맞는 리더십이 필요한 것입니다. 박근혜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지만, 태어나고 성장한 시대 환경이 다르고, 개인적 성품 또한 같을 수 없기 때문에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과 같은 리더십을 갖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 박근혜 후보가 가진 특유의 부드럽고 따뜻한 리더십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리더십과는 많이 다릅니다. 그리고 요즘은 ‘경제 민주화’ 등 아버지 시대와는 다른 정책 노선을 추구하고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는 박정희 시대에 대하여 지나칠 정도로 강한 애착을 갖고 있습니다.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리더십의 면모도 더러 보입니다. 그래서 ‘아버지 시대를 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문재인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수석비서관과 비서실장을 지냈을 뿐만 아니라, 변호사 활동을 오랫동안 함께 한 아주 절친한 사이입니다. 그래서 노무현 정권의 공에 대해서는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는 데 비해서는, 잘못에 대해서는 관대 한 편입니다.

노무현 정권 때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김두관 후보가 다소 거리를 두고 평가하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아마도 자신이 노무현 정권을 이어 받는 최적임자라는 인식 때문일 것입니다.

게다가 문재인 후보를 돕고 지지하는 대다수 사람들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들이고, 민주당의 주축 세력이 친노무현 계파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는 대목입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이미지가 겹쳐 있어 그런지, 문재인 후보에게는 자신만의 독특한 리더십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각각 산업화 시대와 민주화 시대를 대표하는 박근혜 후보, 문재인 후보에 흡족해 하지 않는 적지 않은 유권자들이 안철수 교수를 부르고 있습니다.

안철수 교수는 아직 대선 출마 선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책 출간과 텔레비전 출연을 통하여 사실상 출마 의지를 밝혔습니다. 안철수 교수의 리더십에 대해서는 별도로 검증을 해야겠지만, 여-야의 대선 주자들이 안 교수에 대하여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그것은 안철수 교수의 경쟁력 혹은 파괴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고, 안 교수를 능가할 만한 자신들만의 경쟁력 요소가 별로 없다는 방증 아니겠습니까?

무엇보다도 안철수 교수가 출마를 하면 적어도 시대정신이라는 점에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는 밀릴 수밖에 없다는 스스로의 위축인 것입니다. 다른 후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안철수 교수가 이 시대의 적합한 지도자인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습니다. 설령 시대정신과 가깝다고 하더라도 이 시대를 끌어갈 만한 리더십은 별개로 따져 보아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이 정치권 밖에 있는 안철수 교수를 불렀는가 하는 점입니다. 대한민국의 정당과 정치 지도자들이 여전히 산업화와 민주화라는 낡은 틀에 박혀 우왕좌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현대사를 이끌어 온 새누리당과 민주당 그리고 그 정당의 지도자들은 안철수 교수를 비난하기 이전에 자신들의 현주소를 제대로 성찰해야 합니다.

당 이름을 바꾸고 국회의원 얼굴들을 바꾼다고 해서 당이 달라지는 것이 아닙니다. 본질은 바꾸려고 하지 않고 포장만 바꾸려 드는 행태에 우리 국민들은 식상해 있습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에 대한 지지 역시 적극적인 지지가 아니라 차악의 지지에 불과한 것임을 깨달을 때가 되었습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 그리고 야당의 대선 주자들이 안철수 교수의 정치권 진입을 원치 않는다면 스스로 시대정신에 맞는 방향으로 거듭 태어나야 합니다.

그런 노력 없이 그저 기득권에 안주한다면 안철수 교수가 아니더라도 제2, 제3의 안철수 교수는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각각 박정희 시대와 노무현 시대라는 구시대에 머무르는 한, ‘안철수 현상’이라는 태풍은 갑자기 들이닥칠 수도 있음을 자각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 ⓒ (진행/해설 = 정광윤, 촬영/편집 = 김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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