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한생명 보험설계사 김명애씨

전직 대한생명 보험설계사 김명애씨
11일 낮, 국회 앞에서는 작은 체구의 40대 여성이 1인 시위를 벌이고 있었다.
전직 보험 설계사 김명애씨(46세, 전 대한생명 안산지점 수암영업소).
김씨는 "금융감독원은 대한생명의 부당한 해촉에 대한 감사를 실시하라"는 내용의 팻말을 손에 들고 있었다.

@P1R@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에 와 생각해 보니 나는 지난 50개월간 회사의 배만 불린 앵벌이였다."
자신의 직업이었던 설계사를 앵벌이에 비유한 김씨의 사정은 이렇다.

2000년 7월부터 설계사 생활을 시작한 그는 성과에 따라 차등된 대우를 받는 직장에서 월 평균 400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릴 정도로 열심히 일했다고 한다.

그러나 "무조건 많이, 빨리"를 외치는 회사의 매일같이 강요되는 신계약 요구와 매월 영업소별로 할당되는 신입 설계사 증원을 위한 숫자 채우기 강요에 심한 압박을 받아 왔다.

결국 신입 설계사 증원 문제로 회사측과 마찰을 빚은 끝에, 지난 8월 일방적인 해촉(보험설계사를 그만두는 것)통보를 받게 되었다.

김씨는 해촉으로 입게 된 경제적 손실에 대해 "해촉을 당하여 한 푼도 받지 못하고 회사를 나왔다"고 말했다.

김씨에 따르면 "보험설계사는 일을 그만두게 되더라도 그동안 모집해 놓은 계약건에 대하여 계속 수금이 된다면, 보험료에 포함된 ´모집수당´을 계속 지급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몇 년 전 회사가 이 규정을 슬그머니 바꾸어 버려, 자의든 타의든 해촉을 받으면 ´모집수당´을 전혀 받을 수 없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김씨는 해촉의 정당한 이유를 문서로 답해 줄 것을 회사에 요구하였다.
그러나 회사측으로부터 도착한 것은 동료 설계사들이 작성한, 해촉의 동기가 김씨 본인에게 있다는 "서면동의서" 한 통 뿐이었다.

그는 이 동의서가 "회사측에서 내가 고객들을 대상으로 사기나 쳐서 계약을 유도한 것처럼 동료들에게 허위사실을 유포시켜 받아낸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동료들에게 ´말 잘해라´는 등의 협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4년 넘게 일해온 직장에서 사기꾼 취급을 받으며 회사에서 쫓겨난 김씨는 억울함을 호소하고자 금융감독원에 감사를 요청했다.(민원 200484809, 200484810)

그러나 금감원은 감사를 대한생명 본사측에 일임했다. 그는 "본사에서 내려온 감사관은 오히려 나를 범죄자로 만들기 위해 나와 계약을 체결한 계약자들을 찾아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대한생명의 부당한 처사를 감사해 달라고 민원을 제기한 것인데 되려 내가 감사를 받는 처지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씨는 해촉으로 인해 받지 못하는 수당을 회사가 부당하게 챙기고 있다며 "나와 계약한 사람들이 해약을 할 때 원금보다 턱없이 낮은 ´해약환급금´에 대해 항의하면 ´설계사 수당을 지급했다´ 라고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상기된 표정의 김씨는 "그렇다면 그 돈이 다 어디로 갔겠나. 임직원들이 유흥비 등으로 자기들 배만 불리고 있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이며 "금감원은 대한생명 설계사에 대한 부당 해촉을 감사하고, 회사는 떼어먹은 수당을 모두 계약자에게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

"보험상품 하나 더 파는것보다 사람 하나 내보내고 줄 돈 굳히는 것이 (회사에는) 더 이익이 된 모양입니다."
김씨는 자신의 부당한 해촉이 최근 경기침체와 더불어 ´방카슈랑스´의 출현 등 악화되어가는 보험업계의 상황과 맞물려 일어난 것으로 풀이했다.

그는 끝으로 "나라에서 보험사들의 불합리한 제도를 바로잡아 주지 않는다면 나와 같은 설계사들과 서민 계약자들의 손해는 계속될 것"이라며 정부의 관련법 개정을 촉구한 뒤 "최근 진행중인 국정감사에서도 이러한 불합리를 짚어 주기를 바란다" 고 당부했다.

조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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