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시균의 자연이야기 - 호랑이꽃무지

▲ ⓒ 김봉겸
‘어! 이거 봐라. 벌이 사랑을 한다.’
꽃 속에 파묻힌 벌 한 쌍을 발견하였다.
그것도 둘이 사랑해서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수컷의 일방적인 사랑이다.

혼자 꽃 속에 파묻혀 꽃 밥을 먹던 암컷 등에 수컷이 날아와 덮쳤다.
그런데 암컷은 별 신경을 안 쓰며, 그저 꽃 밥을 먹느라 정신이 없다.
너무 배가 고팠던지 수컷이 성폭행을 하는데도, 먹는 것에 더 열중이다.

‘이런! 내가 대신 신고해 줄까?’

하지만 나는 벌에 쏘일까봐 멀찌감치 서서 무슨 행동을 하는지 조심스럽게 바라보았다.
어릴 적에 벌에 쏘여 온몸이 퉁퉁 부은 적이 있어, 그 때의 트라우마 때문에 쉽게 벌에게 접근할 수가 없었다.

이런! 하마터면 속을 뻔 했다.
벌이 아니라 벌 모양을 한 호랑꽃무지가 꽃 속에 파묻혀 사랑을 나누고 있는 것이 아닌가?
호랑이 무늬를 쏙 빼닮았다고 하여 호랑이꽃무지라 부르는 녀석은 호랑이 덕을 톡톡히 보는 놈이다.

아니? 호랑이 무늬를 가진 벌의 덕을 더 보는 놈이다.

호랑이 무늬를 가진 벌은 날카롭고 치명적인 침이 무섭다. 한번 쏘이면 사람도 위급하다. 그래서 벌에 쏘일까봐 가까이 가지 못한다. 그런데 호랑이 무늬를 가졌으니 더 무섭다.
아마도 ‘호랑이처럼 무서우니 접근하지 말라!’ 하는 경고다.
그래서 그런지 천적인 새나 동물들은 벌을 공격하지 않는다.

▲ ⓒ 김봉겸
사람들도 벌로 착각하고 멀리 도망가거나 잡으려고 하지 않는다.
녀석은 벌과 호랑이 덕을 톡톡히 보는 셈이다.

몸길이 11mm되는 호랑꽃무지가 호랑이 무늬와 털을 가지고 있지만, 꽃 속에 파묻혀 있으면 눈에 잘 보이지 않는다.
꽃가루를 뒤집어쓰고 있으면 더욱 보이지 않지만, 녀석들은 곧잘 꽃가루를 먹으면서 사랑을 한다.
암컷은 식욕이 남달라 수컷이 원하지도 않는 사랑을 하는데도, 아랑곳 하지 않고 까치수영꽃에서 꽃 밥을 야금야금 먹는 중이다.

벌 같이 생겼지만 딱정벌레 가족이다.
범꽃무지라고도 부르는데, 몸 빛깔은 전체가 검은색이고 노란색 털로 촘촘히 덮여 있다.
딱지날개 표면에 흑갈색의 넓은 띠 모양 무늬가 3줄이 있으며, 한국과 일본 중국, 시베리아 등에서 서식한다.

▲ ⓒ 김봉겸
호랑꽃무지 암컷은 원하지도 않는 사랑을 수컷이 강제로 하고 있는데도 왜? 거부하지 못하는 것일까? 너무 배가 고파서 먹는데 정신 팔려 성폭행 당하는 것을 모르는 것이 아닐까?
심한 성폭행을 당하고 있는 호랑꽃무지를 바라보는 심정이 복잡하다.

‘수컷을 쫒아버려야 하나? 아니면 그냥 놔둬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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