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군사반란’ 인정했는데 한국사 교과서는 여전히 ‘12․12 사태’로 규정…‘5․16 군사정변’ 보다도 후퇴한 표현

▲ 민주당 중랑을 박홍근 의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수정 승인결과가 최종적으로 발표된 가운데, 이들 교과서 대부분이 ‘12․12 쿠데타’를 ‘12․12 사태’라고 표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민주당 박홍근 의원(서울 중랑을・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이 교육부가 공개한 ‘고교 한국사 교과서 인터넷 전시본’을 분석한 결과, 최종 검정을 통과한 8개 출판사의 교과서 중 지학사 1종을 제외한 나머지 7종이 ‘12․12 쿠데타’를 ‘12․12 사태’로 규정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자료를 공개했다.

그러나 이러한 표현은 지난 1997년 대법원이 “군사반란과 내란을 통하여 정권을 장악한 후 국민투표를 거쳐 헌법을 개정하고 개정된 헌법에 따라 국가를 통치하여 왔다고 하더라도 그 군사반란과 내란을 통하여 새로운 법질서를 수립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으며, 헌법에 정한 민주적 절차에 의하지 아니하고 폭력에 의하여 헌법기관의 권능행사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정권을 장악하는 행위는 어떠한 경우에도 용인될 수 없다(′97. 4. 17)”고 판시하며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에게 반란죄를 인정한 12․12의 군사반란적 성격 규정과는 엄연히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이 같은 논란이 발생한 원인은 근본적으로 교육부가 ‘12․12’에 대한 편수용어 지침을 별도로 정하지 않았기 때문인데, 편수용어는 교과서 기술에 반드시 사용하도록 규정한 용어로써 출판사가 이 규정을 지키지 않고 교과서 검정을 신청하면 심사에서 자동 탈락하기 때문에 교과서 기술의 강제기준이 되는 자료이다.

더구나 유사한 성격의 5․16 쿠데타의 경우 ‘군사정변’으로 편수용어가 정리돼 교과서 기술이 통일돼 있는 것과도 배치되는 것인데다가 12․12에 대한 규정이 5․16보다도 더 후퇴한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사태(事態)는 ‘일이 되어 가는 형편이나 일어난 일의 상태를 이르는 말’로써 역사적 사건에 대해 ‘사태’라는 표현을 쓰는 것은 어떠한 가치적 부여도 하지 않고, 단순히 하나의 현상으로만 규정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교과서 편수용어는 학계가 정리한 입장을 반영하고 있는데, 아직 12․12의 성격규정이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의원은 “12․12 군사반란이 발생한지 꼭 34년째 되는 날인 오늘까지도 학계의 입장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편수용어조차 마련하지 않고 있다”며, “일선 학교에서 ‘12․12’를 ‘사태’라고 가르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인 만큼, 군사반란적 성격을 역사교과서에 명확히 기술하는 등의 노력을 통해 역사적 실체를 학생들에게 올바로 전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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