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모임 ‘경연’
<한국의 경제학자들> 이정환 저자와의 만남

시민단체 다준다연구소의 독서모임 ‘경연’은 지난 1일 오후 5시 서울 신촌의 카페에서 101번째 독서모임을 열었다.

이번 모임에는 <한국의 경제학자들>의 저자 이정환 씨가 초청돼 ‘이건희 이후 삼성의 미래와 주요쟁점’을 주제로 강연했다.

<투기자본의 천국 대한민국>, <한국 경제의 배신> 등을 펴낸 이 저자는 진영 논리에 갇히지 않고 삼성을 바르게 이해해야 한국 경제의 미래가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 저자의 강연의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

▲ ▲<한국의 경제학자들> 이정환 저자


“한국사회에서 삼성만큼 이중적인 단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탈세·비리의 온상인 재벌 삼성을 혐오하면서도, 삼성이 한국의 경제를 지탱한다고 믿고 그곳에 취직해 자신도 재벌브랜드화 되기를 바라죠.”

이 저자는 “삼성에 대한 이중적 시선 속에서 한국과 삼성의 공존을 모색하고 싶었다”며 책 발간과 특강의 동기를 밝혔다. ‘삼성=한국’이라는 경제공식이 맹신되어서도 안 되지만 한낱 기업에 불과하다는 시선도 위험하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삼성이 한국경제에 주는 영향력을 인정하고, 이건희 사후의 삼성의 시나리오와 영향력을 짚어봐야 한다는 것이다.

“삼성이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이었다는 관점과 경제력 집중으로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있다는 관점이 충돌하지만, 분명한 건 삼성과 한국 경제는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이죠. 논의의 시작은 그곳에서 출발했고, 진영 논리 없는 다양한 의견을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이 저자는 삼성에 관한 쟁점을 재벌개혁, 주주 자본주의 비판, 국가의 개입 등 크게 3가지로 분류했다. 학자들의 의견을 정리할 때도 이 3가지로 분류했다. 아직 논의는 무성하지만, 이에 따른 정확한 이해가 선행돼야 올바른 방향제시도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선 재벌개혁으로 그는 재벌개혁의 핵심을 ‘재벌을 바라보는 시각차’로 규정했다. 좌우 진영논리에 따라 ‘좌파는 무조건 재벌 개혁하자, 우파는 무조건 재벌 옹호하자’는 게 아니란 이야기다. 그러면서 “진보로 평가받는 장하준 교수가 재벌개혁보다 주주 자본주의가 더 위험하다고 말하고, 우파로 분류되는 장하성 교수는 좌파의 표상인 재벌개혁을 주창하는 걸 보면 알 수 있다”며 좌우 스펙트럼으로 갈릴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고 덧붙였다.

이어 주주 자본주의 비판에 대해 저자는 우선 주주 자본주의가 ‘경제 민주화’와 동의어라는 허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가령 ‘1주 1표를 행사할 수 있다’는 말은 곧 ‘주식이 많으면 많을수록 권력집중화의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그는 이것이 민주적인 시스템인지 점검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투자를 많이 한 사람에게 그만큼의 권리를 주어야 한다는 측면에서는 민주적이죠. 하지만 주주 눈치를 보느라 가장 많은 노동자를 해고시킨 경영자에게 최고 연봉을 주는 등의 실적위주 경영에 목을 매는 시스템은 비민주적입니다.”라며 “삼성전자 역시 주주들 눈치에 가차 없이 노조탄압을 하는 걸 보면 예외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국가 개입에 대해서 쟁점마다 양날의 칼을 언급하던 저자는 국가 개입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단호했다. 삼성에는 큰 정부· 작은 정부의 논리가 적용되지도 않을뿐더러 이미 정부와 결탁해 국민경제에서 이탈했다. 그 결과 특검도 피해갈 수 있었다는 것이다.

“완벽하게 잘 작동하는 효율적인 시장과 신자유주의에 맞서 싸우는 국가가 공존할 수 없는 게 현실 입니다. 삼성의 정치 권력화를 사회적으로 통제해야 한다는 결론은 식상하지만 가장 원론적인 접근입니다.”

그렇다면 저자가 예상하는 이건희 사후 삼성 시나리오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안은 어떤 것일까. 먼저 그는 현재 삼성의 상태, 한국 경제와의 관계를 정확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 산업 분리나 순환출자 금지와 같은 지엽적인 이슈에 머무르는 사이에 이재용 부회장의 후계 구도는 이미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고, 이를 허용하느냐 마느냐와 관계없이 현행 제도에서도 이재용 부회장은 회장 자리를 물려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이어 “금산분리나 상속세와 같은 문제가 남아있긴 하지만 여차 하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되고 경영권 자체에 문제가 되는 점은 없다”면서 “사실상 이재용 왕국은 거의 완성된 상태”라고 단언했다.

특히 저자는 한국 경제와 삼성과의 영향력, 검증되지 않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능력 등을 감안할 때 하루 빨리 삼성 의존적인 성장 전략과 기득권을 유지·강화하는 분배시스템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문제는 삼성이 직면하게 될 위험과 연결되고 이는 곧 한국 경제의 시스템 리스크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 독서모임 ‘경연’ 현장


이와관련 조선의 왕을 교육했던 국정세미나인 ‘경연’에서 이름을 따온 독서모임 ‘경연’은 ‘대한민국의 주권자인 모든 국민들이 성군이 되는 그날까지’라는 슬로건 아래 평생학습과 저자와의 대화를 진행해왔다.

오는 11월 8일 오후 3시 신촌 미플(2강의실)에서 정대영 전 송헌경제연구소장을 초청해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론>관련 강의를 열 예정이다. (문의 : 다준다연구소 010-9957-9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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