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제 손쉬운 ´인앱결제´ 방식 악용…게임·결제대행社 등 나몰라라
전문가 "비밀번호 설정 등 절차 강화하고 보상규정 마련해야"

최근 휴대폰 분실 시 저도 모르는 새에 게임아이템이 결제되어 문제입니다. 상황을 알아보겠습니다.

-기자님, 설명해주시죠.

=서울 도봉구에 사는 황승주(29·가명)씨는 올해 초 지하철 3호선 충무로역에서 스마트폰을 잃어버렸습니다. 늦은 밤 지하철 막차를 타려고 서두른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황씨는 다음날 스마트폰을 새로 마련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150만원 상당의 게임 아이템이 결제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황씨가 게임회사와 결제대행업체 등 3곳에 전화했지만 피해 금액 전부를 돌려받을 수는 없었습니다. 한 결제대행업체에서 17건 중 4건만 환불해준다고 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황씨는 "경찰에 신고한 뒤 게임회사에 다시 항의하니 추가 환불해주긴 했지만 결국 수십만원을 날렸다"며 "답답한 마음에 인터넷을 찾아보니 나와 같은 피해자가 많다는 것을 알았다"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이 분은 바로 결제 사실을 알았네요. 하지만 좀더 시일이 흐른 다음 알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네. 서울 동작구에 사는 이준영(47·가명)씨도 지난 2월13일 스마트폰을 잃어버렸습니다. 한 달 뒤 받은 요금 고지서에는 40만원에 달하는 정보이용료가 청구됐습니다. 확인 결과 누군가가 분실된 스마트폰으로 게임 아이템을 결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김씨는 "이동통신사에 문의했지만 이미 게임회사에서 청구가 된 내용이니 게임회사에 문의하라고 떠넘겼다"며 "게임회사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결제가 된 것이니 책임이 없다고 내뺐다"고 토로했습니다.

-이런 일이 특별히 게임아이템에서 발생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최근 분실·도난당한 스마트폰에 설치된 앱을 이용해 게임 아이템을 결제하는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암호가 걸려있지 않은 스마트폰으로 바로 결제하거나 분실된 유심(USIM)칩을 다른 스마트폰에 끼워서 개인정보를 도용하기도 합니다.

30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모바일 게임 관련 매출의 70% 이상이 ´인앱결제(스마트폰 앱 내에서 아이템·사이버 캐시 등을 결제하는 방식)´ 방식이 차지합니다. 결제 절차가 간단하다는 특성 때문입니다.

손쉽게 결제할 수 있다는 장점 이면에는 악용할 경우 범죄에 노출될 우려가 높다는 단점이 존재합니다. 인앱결제를 악용한 범행이 자주 발생하자 급기야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특정 게임업체가 사기단과 연관돼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스마트폰 앱 게임 아이템을 결제할 때 본인을 특정할 수 있는 개인정보가 전혀 들어가지 않습니다. 임의로 만든 이메일 주소와 아이디만 있어도 결제할 수 있어 추적이 어렵습니다.

신용카드 정보를 앱에 이미 등록한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합니다. 앱에 접속한 뒤 개인정보나 비밀번호를 입력할 필요도 없이 ´예´ 버튼만 누르면 바로 결제가 이뤄집니다.

이 같은 상황에도 관련 법 규정이나 제도도 미흡해 소비자들은 피해를 본다한들 환불 받기 어렵습니다. 게임업체와 결제대행업체 모두 ´나 몰라라´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습니다.

-게임 회사에서는 이를 두고 뭐라고 하나요.

=황씨와 이씨가 피해를 본 게임업체 K사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아이템 결제는 모두 결제 대행업체에서 하기 때문에 게임업체에는 책임이 없다"며 "예컨대 가게에서 산 물건을 환불 받으려면 물건을 가져와야 한다. 물건도 없이 가게에 와서 돈을 달라고 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이어 "경찰 쪽에서 범인 검거에 관련된 자료를 내달라고 하면 게임 로그 기록을 열어 단서가 될만한 자료를 넘기는 등 수사에 협조한다"면서도 "넘겨주는 자료에는 범인을 특정지을 수 있는 신상 정보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유명 결제대행업체 관계자는 "어떤 경우에라도 환불을 해주지 않는다는 것이 회사 정책"이라며 "경찰에 신고해 범인이 잡히면 그 사람에게 받아내야지 결제대행업체가 환불해 줄 의무는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스마트폰으로 결제했다는 그 자체로 신원을 확인했다고 간주한다"며 "신원을 확인하고 결제 승인을 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책임이 없다. 스마트폰을 소홀히 관리한 개인의 책임"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피해자만 억울한 상황인데, 이에 대한 방지책을 알아야겠습니다.

=전문가들은 유심칩과 앱 다운로드 프로그램 등에 비밀번호를 별도로 설정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신용카드처럼 스마트폰 앱 결제가 많이 이뤄지는 만큼 관련 보상법을 신설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습니다.

곽승만 소비자문제연구원장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원래 유심칩에도 비밀번호를 설정할 수 있다"며 "이를 설정하면 스마트폰이 재가동될 때마다 비밀번호를 눌러야 하기 때문에 무분별한 개인정보 도용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경화 콘텐츠 분쟁조정위원회 과장은 "구글의 경우 지난 3월부터 오픈마켓에 의무적으로 비밀번호를 설정하도록 방침이 바뀌었다"며 "신용카드 결제 내역을 삭제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지 과장은 "분실 직후 이동통신사에 신고해야 하고, 분실·신고 시점 사이에 결제된 돈이 있는지 바로 확인해야 한다"며 "고지서를 통해 결제된 사실을 확인하면 시간이 지체돼 환불받을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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