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파일 전달한 한국일보, 취재 윤리에 반하는 중대 사안 엄중문책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명 이후 언론사 간부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에 대한 의혹보도를 막았다는 취지의 이야기로 인사청문회 순항이 어렵게 됐습니다.

KBS가 새정치민주연합 김경협 의원으로부터 제공받아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이 후보는 지난달말 기자들과 서울 통의동에 있는 후보자 사무실 근처 식당에서 오찬을 하던 중 방송개입 사실을 말했습니다.


이 후보자는 "야 우선 저 패널부터 막아 인마, 빨리, 시간없어` 그랬더니 지금 메모 즉시 넣었다고 그래 가지고 빼고 이러더라고. 내가 보니까 빼더라고"라고 말했습니다.

이 후보자는 언론사 간부를 통해 인사에 개입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도 있었다.

이 후보자는 "윗사람들하고 다, 내가 말은 안 꺼내지만 다 관계가 있어요. 어이 이 국장, 걔 안 돼. 해 안 해? 야, 김부장 걔 안 돼. 지가 죽는 것도 몰라요. 어떻게 죽는지도 몰라"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사실확인 결과 해당 방송사 관계자들은 이 후보자의 전화를 받기는 했지만 방송을 막은 적이 없다거나 통화사실 자체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후보자의 발언이 일종의 `과시성` 발언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

이발 발언은 이 후보자와 함께했던 기자중 한국일보 기자가 인사청문위원인 새정치민주연합 김경협 의원에게 제공하고 김 의원이 이를 KBS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와관련 한국일보는 "한국일보는 당시 발언에 대해 기사화 여부를 심각하게 검토했으나 비공식 자리에서 나온 즉흥적 발언이었다고 판단해 보도를 보류했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일보는 “애초 이 후보자의 발언을 보도하지 않은 것이 이 후보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고, 반대로 관련 내용을 야당에 전달한 것 역시 이 후보자를 의도적으로 흠집내기 위한 것이 아니었음을 밝혀두고자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일보는  이번 사태가 취재 윤리에 반하는 중대 사안이라고 보고 관련자들에게 엄중 책임을 묻는 한편, 재발방지를 위한 근본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이 후보자는 청문회 준비단이 배포한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평소 친하게 지내던 기자들과 격의없이 대화하는 사적인 자리에서 사실과 다른 보도를 접하면서 답답한 마음에 사실관계를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라며 "그럼에도 다소 거칠고 정제되지 못한 표현을 사용한 것은 저의 부덕의 소치"라고 해명했습니다.

▲ 새정치민주연합 지도부

이 후보자는 "편한 자리에서 한 발언이나 공직 후보자로서 경솔했을 뿐 아니라 국민 여러분께 불편함을 드린 데 대해 대오각성하는 마음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앞으로 보다 더 진중한 몸가짐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치지 않도록 배전의 노력을 기울이겠다. 국민 여러분께 용서를 정중히 구하고자 한다"고 사과했습니다.

이 후보자는 "전혀 사실이 아닌데도 본의 아니게 실명이 거론된 분들이 곤란함을 겪은 데 대해 가슴깊이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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