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상황과 반대로 움직이는 동전 환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 동전의 환수율이 높아졌다고 하죠?

= 네. 동전 환수율은 1980년대 중반 현행 6종의 주화체계가 정착되고서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카드대란,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빼고는 꾸준히 하락했으나 최근 3년간은 아주 조금씩 상승했는데요. 장기 저성장으로 상징되는 최근 몇 년간의 경기 부진으로 살림살이에 쪼들리다가 저금통이나 책상 서랍 속에서 잠자는 동전에까지 눈길을 돌려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고 합니다.

- 환수율이 금융위기 때 수준으로 높아졌다고요?

= 네. 25일 한국은행이 최근 펴낸 '우리나라의 화폐' 책자를 보면 작년 말 현재까지 동전(기념주화 제외)의 누적 환수율(발행액 대비 환수액)은 22.3%로 3년째 상승세를 지속했는데요.  2011년말 21.8%에서 20012년말 22.1%, 2013년말 22.2%에 이은 상승세로, 작년 말까지 환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성장률이 급락해 0.7%에 그친 2009년말의 22.3%와 같은 수준이라고 합니다.

- 누적 환수율이 화폐 이용 추이를 더 잘 반영한다고요?

= 네. 한은이 집계한 누적 환수율은 500원 동전 도입으로 현 주화체계가 시작된 1982년 이후 발행된 동전 금액과 한은 금고로 돌아온 동전 금액을 비교한 것으로, 작년말까지 누적 발행액은 2조7천164억원이었고 누적 환수액은 6천48억원이었는데요. 문제는 500원 동전 등 현행 6종의 주화 체계가 자리를 잡고 환수율이 1985년말 41.2%로 정점을 찍은 뒤에는 외환위기 등 한국 경제의 3대 위기 때를 빼고는 그동안 반등한 적이 없다는 점입니다.

나상욱 한은 발권국장은 "경기가 나쁘면 동전까지 탈탈 털어서 쓰는 만큼 집에 사장돼 있던 동전들이 은행을 거쳐 한은 창고로 더욱 많이 환수되는 게 일반적"이라며 "다만, 이번에는 상승폭이 크지 않아서 경기와 연결 지어 판단하기는 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 동전 환수율과 경제 상황 간 역상관관계에 대해 알려주시죠.

= 네. 대표적인 사례는 외환위기 때라고 합니다. 외환위기를 맞아 국내총생산(GDP) 기준 성장률이 1997년 5.9%에서 1998년 -5.5%로 뒷걸음치자 누적 동전 환수율은 1997년말 16.7%에서 1998년말 26.9%로 치솟았다고 하는데요. 1985년 말 정점 이후 12년째 이어지던 환수율의 하락세가 급반전한 것이라고 합니다.

외환위기 이후 4년 연속 떨어지던 누적 환수율은 2002년말 22.3%에서 카드대란이 발생한 2003년말 24.1%, 2004년말 24.2%로 다시 상승했는데요. 이어 2007년말 23.0%까지 3년 연속 떨어진 누적 환수율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은 2008년말 22.5%로 재차 반등했다가, 2009년 말에는 22.3%, 2010년과 2011년말에는 각각 21.8%였다고 합니다.

최근 동전 환수율의 상승세는 '완만'하면서 '장기간' 지속된다는 점에서 최근 경기 흐름과 닮았다는 게 특징이라고 하는데요.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최근 경제 상황에 대해 "금융시스템 붕괴는 아닌 만큼 위기라고는 할 수 없고 장기간 저성장 저물가가 이어지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한은 내부에서도 다양한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는데요. 익명을 요구한 한 한은 관계자는 "동전 환수율로 현 경기 상황을 판정내리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양극화된 사회에서 어려운 서민 경제를 반영한다고는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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