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B787-9 [제공=대한항공]
대한항공 B787-9 [제공=대한항공]

[뉴스캔=김진욱 기자] 대한항공이 마일리지 개편안을 결국 연기하기로 했다. 사실상 '원점 재검토'에 들어간 형국이다. 소비자 불만을 넘어 정부와 여당의 압박에 대한 결과물로 보인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4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마일리지 공제방안을 연기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회사측은 "마일리지와 관련해 제기되는 고객들의 의견을 수렴, 전반적인 개선 대책을 신중히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당초 대한항공은 오는 4월1일부터 새로운 마일리지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었다. 마일리지 공제 기준을 ‘지역’에서 ‘운항거리’로 바꾼다는 게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경우 일본, 중국, 동남아 등 단거리노선은 마일리지 공제율이 축소되지만 미국, 유럽 등 장거리 노선은 마일리지 공제율이 확대된다. 

이 때문에 소비자들은 "대한항공이 마일리지 혜택을 줄이기 위해 꼼수를 부리고 있다"며 크게 반발했다. 단거리 노선만 해도 저가항공사 등의 대체편이 많지만 장거리 노선은 마일리지 좌석도 부족한 데다 공제율까지 축소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대한항공의 새 마일리지 제도안 [대한항공 홈페이지 화면]
대한항공의 새 마일리지 제도안 [대한항공 홈페이지 화면]

정부와 정치권에서의 반발도 이어졌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5일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안과 관련해 SNS에 “항공사 마일리지는 적립은 어렵고 쓸 곳은 없는 소위 ‘빛 좋은 개살구’”라고 표현하며 “마일리지 사용 기준에 대한 합리적 검토와 진짜 개선이 필요하고, 사용 수요에 부응하는 노선과 좌석도 보완돼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19일에도 “대한항공은 코로나 기간 살아남게 해줘 감사하다는 눈물의 감사 프로모션을 하지는 못할 망정 불만을 사는 방안을 내놨다”며 “자신들의 이익에만 진심이고 고객에 대한 감사는 말뿐"이라고 비난수위를 높였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역시 지난 17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개편안과 관련해 “조삼모사식 임시방편"이라고 평가절하하며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공제 방안을 재검토하라”고 공개 주문했다.

비난 여론이 들끓자 대한항공은 보너스 좌석을 확대하고 보너스 좌석 비중이 높은 특별기를 운항하는 추가 방안을 내놓으며 대응했다. 기존 전체 좌석의 5% 이상인 보너스 좌석 비중을 2배가량 늘리고 올 성수기 한시적으로 뉴욕·로스앤젤레스·파리 노선 같은 경우 특별기 100편가량을 운항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 같은 보완 대책에도 불구하고 비난 여론의 사슬이 쉽게 끊기지 않자, 결국 대한항공 내부에서는 마일리지 개편안을 수개월간 유예하고 원점에서 재검토하자는 쪽으로 출구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뉴스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