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협력사 정규직化... '직접고용' 대법원 판결 의식한 후속 조치?
협력사 주거래처 둔 영세 하도급社 "돌연 실직 위기에 답답" 하소연

포항제철소 전경 [사진=포스코 제공]

[뉴스캔=박진용 기자] 포스코가 지난 20일 포항·광양 제철소 정비협력사를 통폐합한 정비전문 자회사 출범 청사진을 내놨다.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로 인한 포항제철소 침수 등 산업재해에 대한 대응력을 갖추기 위함이다.

다만 정비자회사 설립이 추진되는 포항·광양 등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포스코의 결정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역경제의 혈관을 이뤘던 정비분야 하도급 업체들이 졸지에 '실직 상태'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 포스코 정비자회사 대규모 정직원 채용 이면에는


포스코가 정비전문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면서 협력사 직원을 대규모로 채용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가 협력사 직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것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국내 기업계의 '협력사 정규직화' 기류 조성에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는 6월 1일부로 출범할 예정인 포스코 정비자회사는 포항·광양 제철소에 각각 선강·압연·전기 정비사 등 3개사씩 설립되는 구조다. 현재 통폐합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포항·광양 소재 정비협력사는 20여 개사로, 희망업체에 한해 일정 지분을 배당받는 형식으로 포스코에 흡수될 예정이다. 해당 협력사에 근무하는 직원 규모만 5000여 명에 달한다.

다만 포스코의 이번 대규모 협력업체 직원 채용이 지난해 근로자 지위 확인 소송에서 대법원이 포스코에 '협력사 직원 직접 채용'을 판결한 데 따른 후속 조치에 가깝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포항제철소 침수 등 산업재해 재발을 막기 위한 선제적 조치가 아닌 법망을 의식한 피동적 행보라는 점에서, 협력사 통폐합이 졸속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회의론도 제기된다.

앞서 지난 2011년 5월 포스코 하청 근로자들은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법원에 소송을 냈고, 11년 뒤인 지난해 7월 28일 대법원은 해당 하청업체 직원들을 포스코 정규직으로 인정한 바 있다. 

포스코 측은 이번 정비자회사 설립이 대법원 판결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자회사 설립을 (대법원) 판결과 연관짓는 시각이 있는데, 전혀 관계가 없는 사안"이라며 "자체 정비 역량을 갖춰야 한다는 경영진의 인식이 반영된 M&A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 협력사 포스코 자회사로 대거 편입되면 하청업체 줄파산? 


아울러 포스코 정비협력사들이 대거 자회사로 편입될 경우 협력사(원청)들과 계약을 맺어 왔던 정비전문 소규모 하청·용역 업체들을 중심으로 타격이 예상된다. 관내 협력사가 대거 포스코 자회사로 흡수될 경우 정비전문 하청업체들은 주거래처를 잃으며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것. 

포항의 한 압연정비 전문업체 대표는 지난 22일 <뉴스캔>과의 통화에서 "현재 포스코 정비협력사 13~14개사가 인수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는데, 거기에 딸린 하청업체만 최소 수십여 곳에 달한다"라며 "포스코 자회사가 기존 하도급 업체들과 거래를 지속한다는 보장이 없지 않나. 기존 협력사들이 포스코로 들어가게 되면 우리 같은 업체들은 졸지에 실직하게 되는 셈"이라고 불안감을 내비쳤다.   

이에 포스코 측은 자회사 설립에 따른 지역경제 파동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회사를 통한 하도급 계약 지속 등을 전향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복수의 협력사 인수합병으로 자체 기술력을 확보한 상황에서 지역 내 정비분야 하청 수요·공급 균형이 유지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 

포항시의회는 20일 신경철 포항제철소 행정부소장 등과 포스코 협력사 통폐합과 자회사 신설 계획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지역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다양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사진 = 포항시의회 제공]
포항시의회는 20일 신경철 포항제철소 행정부소장 등과 포스코 협력사 통폐합과 자회사 신설 계획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지역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다양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사진 = 포항시의회 제공]

이러한 우려를 감지한 포항시의회도 지난 17일 포스코에 자회사 설립에 따른 지역경제 여파 우려를 전달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뒤이어 지난 20일에도 시의회는 신경철 포항제철소 부소장에게 직접 소상공인 보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재차 당부했다.   

포항시의회 김영헌 의원은 이날 자리에서 포스코 측에 "그룹사로 전환되면 관리·노무직 일자리 축소와 구조조정 등의 문제가 발생할수 있다. 무엇보다 지역 소상공인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통폐합 대상으로 지목된 협력사들의 하도급 거래처 현황을 파악하는 한편, 하청업체들의 수의계약 진입장벽을 낮춰줄 것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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