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EU 등 해외 주요국 줄승인에도 공정위 심사는 지연
공정위-한화 '경쟁제한 시정 합의' 놓고 주장 엇갈려

 [일러스트= 뉴스캔 이하나 기자]
 [일러스트= 뉴스캔 이하나 기자]

[뉴스캔=박진용 기자] 한화그룹의 조선업 진출이 탄력을 받고 있다. 한화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과정에서 험로가 예상됐던 해외 주요국 경쟁당국들의 기업결합 승인이 잇따르면서다.

한화의 대우조선 흡수는 김동관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등 그룹 내 역학 흐름과도 직결되는 만큼, 재계와 조선업계의 이목이 쏠린 사안이다. 당초 한화의 대우조선 인수합병이 절차적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관측이 팽배했으나, 튀르키예·일본·중국·싱가포르·유럽연합(EU) 등 해외 주요국의 기업결합 심사를 무난히 통과하면서 김 부회장의 경영 승계작업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한화는 이번 대우조선 인수합병 절차가 마무리되면 2조 원 가량의 추가 자금을 투입해 대우조선 경영지분 49.3%를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사실상 양사 합병 전 최종 관문인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 심사가 늘어지면서, 한화로선 예상 밖 암초를 맞은 모양새다. 글로벌 기업결합 심사에서 순조로운 경과를 보였으나, 정작 국내 심사 당국이 기업결합 승인을 유보하고 있어 한화의 인수 스케줄이 지연되고 있다. 

이에 관련업계에선 그간 국내 기업의 인수합병에 긍정적이었던 공정위가 한화-대우조선 합병 심사에서 엄격한 잣대를 들이민 배경을 주목하고 있다.


◆ 한화-대우조선 합병, 해외 심사 '줄승인' 청신호


앞서 한화그룹은 대우조선 인수합병을 위해 ▲튀르키예 ▲일본 ▲베트남 ▲중국 ▲싱가포르 ▲영국 ▲EU ▲한국(공정위) 등 총 8개국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했다.

지난 2월 튀르키예를 시작으로 일본, 베트남, 중국, 싱가포르, EU까지 모두 한화-대우조선 결합을 승인했다. 심의서를 검토 중인 영국도 양사 합병 승인에 전향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에 따르면 심사 과정이 가장 까다로울 것으로 예상됐던 EU 집행위원회의 경우 오는 18일 심사 결과를 한화에 통보할 예정이었으나, 예상보다 2주가량 빠른 지난 달 31일 승인 통보를 보내온 것으로 전해졌다. EU 심의 당국은 앞서 한국조선해양과 대우조선의 합병에 대해선 액화천연가스(LNG) 운송선 독점 가능성을 이유로 불허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경남 통영시 소재 대우조선해양 전경 [사진=대우조선해양]

대우조선 인수와 관련해 전후 사정에 밝은 한화그룹 한 관계자는 지난 3일 <뉴스캔>과의 통화에서 "영국 경쟁 당국에서도 (기업결합 심의) 제안서를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라는 연락을 최근 받았다"라며 "사실상 공정위 결론만 남겨 둔 상태지만 업계 통상 심의 기간인 2개월을 훌쩍 넘겨 난감한 측면이 있다"고 했다.  


관련업계, 공정위 심사 지연에 '갸우뚱' 


공정위는 현재 한화가 대우조선을 인수할 경우 군함용 설비부터 함선에 이르는 방산 분야 내 수직계열화 우려가 있다고 보고, 양사 결합이 시장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관련업계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즉, 한화-대우조선 합병이 동종업계 경쟁사의 시장 참여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게 공정위 측 설명이다.   

공정위는 지난 3일 한화와 시정 방안을 협의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러나 한화 측이 "현재까지 공정위로부터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할 수 있는 시정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안받은 바 없다"고 즉각 반박하면서 잡음이 일고 있다.

이에 관련업계에서도 대부분 해외 심사를 무사통과한 양사 합병안이 국내 심사에서 막혀 공전하고 있는 상황을 의아하게 바라보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한화-대우조선 기업결합 심의에 착수했다. 통상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의 기간이 2개월 안팎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한화 인수건이 이례적으로 늦어지고 있는 셈이다. 

조선분야에서 17년차 종사하고 있다는 한 업계 관계자는 <뉴스캔>과의 통화에서 "통상 공정위가 국내 기업들에 대한 인수합병 심의에는 관대한 편"이라며 "공정위가 밝힌 심사 지연 사유는 원론적인 문제 제기에 불과하다. 잠정 심사 결과조차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분명 또 다른 요인이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의문 섞인 시선을 보냈다. 

저작권자 © 뉴스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