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현대·삼성重 상반기 대규모 인사 채용 릴레이
친환경, 스마트십 시장 대응 위한 R&D인력 양성 주력

경남 통영시 소재 대우조선해양 전경 [사진=대우조선해양]
경남 통영시 소재 대우조선해양 전경 [사진=대우조선해양]

[뉴스캔=박진용 기자] 조선업계 '빅3'인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HD한국조선해양 등 3사가 '친환경·스마트 선박' 시대를 맞아 차세대 기술을 주도할 인재 양성에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업계 인력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인력 유출 방지에도 각별한 공을 쏟는 모양새다.

조선업계는 올 들어 '빅 사이클'을 맞았다. 글로벌 탈(脫)탄소 기조에 맞춰 가스·유류 등 기성 연료 대신 수소, 암모니아 등 친환경 연료로 구동되는 선박에 대한 수요가 확대되는 추세다. 여기에 AI(인공지능), 빅데이터 기반의 스마트 선박 시장이 열리고 있다.

이렇다 보니 조선 3사는 친환경·스마트 선박 설계·제조 역량을 갖춘 우수 인력 모시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래 선박 시장을 주도하려면 소프트웨어에 기반한 초격차 조선 기술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국내 조선업계는 업계 불황이라는 긴 터널을 통과했지만 이 과정에서 제조현장직은 물론, 기술·영업직 등 전 직무에서 인력 이탈이 지속된 데 따른 리스크 여진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해 조선업이 수주 호황을 맞을 것이란 장밋빛 전망에도 정작 설계·제조 공정을 수행할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은, 그 만큼 조선사들의 고민이 깊다는 방증이다.  

이런 가운데 조선업계의 인재 영입전이 과열 양상에 치달았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부 조선사들이 경쟁사의 제조·기술 인력을 대거 유치하는 과정에서 동종업계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것. 지난해 대우조선과 삼성중공업은 케이조선, 대한조선, HD한국조선해양 등 3사를 공정거래법(경쟁사 핵심 인력에 대한 부당 유인행위 금지)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하기도 했다.


'빅3' 조선사, 인력난에 '인재 모시기' 쟁탈전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이하 HD현대), 한화오션, 삼성중공업 등 국내 주요 조선사들이 잇따라 대규모 인사 채용을 실시하는 한편, R&D 인력에 대한 투자도 대폭 늘리고 있다.

한화오션은 올 연말까지 생산관리 연구개발 설계 등 기술분야 외에도 영업·사업관리 재무 전략 인사 등 전 직무에서 우수 인력을 대거 영입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과정에서 경쟁사로 이탈한 생산관리·설계 분야 인력을 대체할 인재 모집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R&D(연구개발) 인력 채용을 통해 수소 등 친환경에너지솔루션과 스마트십(smart-ship) 등 미래 기술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입사 지원은 한화그룹 공식 채용 사이트인 '한화인'에서 받고 있다. 채용 절차는 서류심사, 1차 실무면접, 2차 임원면접 등으로 이뤄진다. 특히 인사채용 규모나 시기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는 최근 합병을 마친 한화오션이 구조조정 가능성을 배제했음에도 채권 관리체제 속에서 타사와의 임금 격차에 불만을 품은 구 대우조선 직원들의 이직 및 퇴사가 이어진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과거 1만 명에 육박했던 한화오션 직원 수는 올 상반기 8200여 명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한화오션으로선 합병 후 경영 정상화까지 신규 인재 충원과 기존 인력 보존이 최대 당면과제인 셈이다. 

이에 한화오션은 기존 직원에 대한 처우 개선에도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임금 상향을 비롯해 연·월차, 휴일 중복수당의 기본급 전환이라는 파격 대우를 추진해 우수 인력들을 잔류시킨다는 구상이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도 최근 한 업계 행사에서 구조조정 계획이 없다고 밝히며 "많은 조직원들이 어쩔 수 없이 조직을 떠난 분들이 계시므로 다시 모셔 오고 추가적으로 다시 채용해서 나아가야할 단계"라고 강조한 바 있다.  

HD현대도 한화오션이 출범하기 이전부터 인재 영입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 상반기(1월, 3월)에만 두 차례 대졸 신입공채를 진행해 800여 명의 인력을 충원했다. 이들 중에는 대우조선해양 출신 임직원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한화오션 출범을 앞두고 이직 등을 고민하는 구 대우조선 인재들을 겨냥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다. 실제로 한영석 HD현대중공업 부회장은 최근 "(한화오션으로 합류하지 못하고 떠난) 전 대우조선해양 임원 20여 명이 중국 등으로 취업하면 한국의 조선산업 기술이 유출될 우려가 있다"며 "현대중공업이 그들을 유치하는 것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밖에도 HD현대는 로봇, 에너지 등 전 계열사에 걸쳐 전문 기술인력들을 대거 채용해 스마트 선박 제조분야와 적극 연동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중공업도 전문 연구직 채용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현재 삼성중공업은 거제조선소를 기반으로 판교R&D 센터, 대덕연구센터, 부산 R&D 센터를 R&D 핵심 거점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미래 먹거리 사업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이를 위해 지난 3월 그룹 공개채용과 더불어 상반기 신입사원 공개 채용을 진행한 데 이어, 올 하반기에도 대규모 채용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부 조선사들은 올해 수주 호황을 맞았음에도 현장 숙련공과 설계 인력이 부족한 탓에 공정 차질이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특히 한화오션 인수합병이 추진되는 시점에 업계 인력 유출입이 가속화된 측면이 있다. 향후에도 스마트십이나 미래연료 기반의 선박 시장이 열림에 따라 전문 기술연구직 파이를 놓고 영입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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