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3분기 전기요금 동결에 전력수요 폭증 겹친 한전 진퇴양난
한전 45조 적자 해소 시급...미래 세대 '폭탄 청구서' 작용 우려도
한전 차기사장 유력 후보로 김동철‧김종석 등 정치권 인사 거론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에 있는 한국전력 본사 사옥. [사진=한국전력 제공]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에 있는 한국전력 본사 사옥. [사진=한국전력 제공] 

[뉴스캔=박진용 기자] 엘니뇨 현상 가시화와 올 여름 폭염 관측에 전력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물가 인상 등으로 서민경제가 위축된 상황 을 고려해 3분기 전기요금 동결을 결정했다. 

냉방전력 수요가 쏠리는 하절기를 맞아 서민들의 '전기료 폭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조치로 풀이되나, 40조 원에 육박하는 한국전력의 누적 적자 해소는 난망해진 상황.

정승일 전 한전 사장은 지난 달 수익구조 개선 실패 등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이후 한전 사장 직은 약 한 달간 공석 상태에 놓여있다. 이에 한전은 리더십 공백을 메우기 위해 현재 신임 사장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다만 관련업계와 정치권 일각에선 한전 후임 사장으로 내부 전문가가 아닌 정치권 인사가 투입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한전의 수익구조 개선 과업은 더욱 요원해질 것이란 흑빛 전망이 나온다.


◆때 이른 폭염에 정부, 3분기 전기요금 동결...한전 적자는 어쩌나


올 여름은 폭염이 지속될 것이란 관측에 냉방전력 수요도 급증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국민부담 경감을 위한 속도조절과 에너지 원자재 가격 하락 등을 이유로 3분기 전기요금을 사실상 동결했다.   

지난 21일 한국전력은 3분기 연료비조정단가를 지난 분기와 동일한 kWh당 5원으로 유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조정요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종 산정되는데, 매 분기별로 연료비조정단가가 확정된다. 통상 연료비조정단가의 조정 범위는 kWh당 ±5원으로, 올 3분기의 경우 전력량요금 등 세부항목에서 변동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전기요금 동결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40조 원에 이르는 한전 적자는 미래 세대가 떠안아야 할 청구서라는 점에서 반대급부가 크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 내년 총선 표심 등을 의식한 정부의 '정치적 판단'이 깔린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는 이유다.

실제로 정부는 당초 한전 적자 해소를 위해선 올해 안으로 전기요금을 ㎾h당 51.6원 이상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올 상반기 전기요금 인상분(㎾h당 21.1원)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냉방전력 수요가 집중되는 3분기 전기요금이 동결되면서 단기적으로 한전의 역마진 구조를 개선할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2021년 이후 지난 2년 동안 한전의 누적 적자는 38조5천억 원에 달했다. 게다가 올 1분기 약 6조 원의 적자가 늘면서 한전은 45조 적자 시대에 임박했다.

고질적 적자구조를 타개하기 위해선 전기요금 대폭 인상이 불가피하지만, 정부가 3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한 이상 현재로선 묘수를 찾기 힘든 상황.

여기에 올 여름은 이른 폭염 특보 등으로 전력수요가 급등할 조짐을 보이면서 한전의 수익구조는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력통계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평소보다 이른 무더위 탓에 전력수요가 급증하는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달 19~22일 기준 kWh당 통합 전력도매가격(SMP)은 140~170원대를 오가는 수준이다. 이는 지난달 SMP(110~130원)와 비교하면 크게 오른 수준이다. SMP는 한전이 도매시장에서 전력을 매입하는 가격이다. 


한전, 신임 사장 후보군에 전문가 아닌 정치권 인사 하마평


이런 가운데 한전의 차기 사장 후보군에 세간의 시선이 쏠려있다. 한전의 피폐한 수익구조를 개선할 만한 전문성과 추진력을 겸비한 인사를 발탁해야 한다는 인식에서다.   

한전은 현재 정승일 체제를 이을 후임 인선 작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한전은 오는 30일까지 차기 사장 후보자를 공모, 서류 검토와 임원추천위원회 평가를 거쳐 후보자 심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후 산업통상자원부가 기획재정부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인사 검증을 거쳐 후보를 최종 확정하면, 한전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친 뒤 산업부 장관 제청으로 대통령이 최종 임명하는 등의 절차로 선임된다.

따라서 차기 사장 선임까지는 2~3개월가량 소요될 전망이다. 한전 사장의 임기는 3년으로, 직무 역량과 실적에 따라 1년 단위로 연임이 가능하다.

한편, 이와 별개로 정치권과 업계에선 한전 신임사장 후보군으로 대통령 직속 규제개혁위원회 민간위원장인 김종석 전 의원과 광주 광산갑에서 4선을 지낸 김동철 전 의원 등 정치권 인사들이 거론된다. 이 밖에 박일준 전 산업부 2차관,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김준동 전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등도 하마평에 오르내린다.

이들 중 김동철 전 의원이 한전 차기 사장으로 유력하게 지목된다. 김 전 의원은 지난해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에서 새시대준비위 지역화합본부장과 후보특별고문을 역임했고,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통합위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현 정부의 정치 논리에 부합한 인물이 공기업인 한전의 지휘봉을 잡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력업계 한 관계자는 22일 <뉴스캔>과의 통화에서 "한전의 내부 사정에 밝고, 관련분야에 전문성이 있는 인물을 발탁해야 한전의 고질적 악순환을 끊어낼 묘수를 찾을 수 있다"면서 "가뜩이나 에너지요금 결정권을 정부가 틀어쥔 상황에서 정치권 인사를 한전 사장으로 앉힌다면 지금의 적자구조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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