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7월 출생통보제 시행에 보호출산제 병행 검토
반대 “오히려 양육 포기 조장, 아동의 알 권리 박탈”
찬성 “아기 생명·여성 건강 보호”...논란에 내용 보완

 [일러스트=이하나 기자]
 [일러스트=이하나 기자]

[뉴스캔=신아랑 기자] 최근 사각지대에 놓인 유령아동 실태가 드러나면서 정부의 고민이 깊어졌다. 그런 가운데 아동이 보호받을 수 있는 ‘출산통보제’가 내년 7월 시행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보호출산제'를 병행 검토하면서 찬반양론이 격돌하는 양상이다. 

먼저, 정부는 20년부터 국회에서 계류되었다가 지난 6월 국회를 통과한 출생통보제부터 담금질에 들어갔다. 출생통보제에 필요한 전산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해 내년 7월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출생통보제란 산부인과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의료기관이 아이의 출생 사실을 관련 기관에 알리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현행 시스템상 출생 신고 의부는 오직 부모에게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익명출산제’, ‘비밀출산제’로 불리는 ‘보호출산제’와의 제도 병행에 대한 검토작업에도 나섰다. 출생통보제만 시행할 경우 신원 노출을 꺼리는 산모가 병원 밖에서 출산해 오히려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은 최근 “보호출산제가 조속히 입법될 수 있도록 정부에서 최대한 노력을 다하겠다”며 “1년 후 보호출산제와 출생통보제가 함께 시행될 수 있도록 예산을 미리 확보하고 관련 부처와도 긴밀히 협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보호출산제가 도입될 경우, 의료기관과 심평원이 출생을 통보하면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출생 신고 여부를 확인하고, 필요시에는 지자체가 출생 신고를 하게 된다. 그 이후부터는 정부의 사회보장시스템 내에서 보호받게 된다는 설명이다.


◆ 반대 "경제적 지원 우선...'알 권리' 박탈 하는 것" 


보호출산제는 출산 사실을 숨기려는 산모에게 병원 밖 출산을 조장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입장과 병원을 기피할 경우 최소한의 장치라는 입장이 대립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보호출산제는 "출산 사실을 숨기려는 산모에게 병원 밖 출산을 조장할 수 있다"는 입장과 "병원을 기피할 경우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입장이 대립되고 있다. [사진=픽사베이 제공]

하지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양육 포기의 길을 넓힌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찬반논란이 거세다.

김민정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대표는 “보호출산제는 아이를 입양시키거나 포기하기 쉽게 만들 수 있다”며 “미혼모가 경제적 어려움 등을 극복하고 직접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관련 지원을 강화하는 게 근본적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또 “보호출산제로 태어난 아이는 나중에 엄마의 정보를 찾고 싶을 때 찾을 수 없다”며 “보호출산제가 아니라 보편적 출생통보제로 가는 것이 모든 아이의 권리”라고 강조했다.

출생한 아동의 알 권리와 보호의 청구권을 박탈시킨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20여 개 시민단체의 시민연대체인 보편적출생신고 네트워크은 최근 성명서를 통해 “오히려 아동의 뿌리를 알고 정체성을 가질 권리, 양육과 보호의 청구권을 영구히 박탈하는 것”이라며 “어떤 임신과 출산은 은폐돼야 할 일로 전제한다는 점에서 여성에 대한 모욕과 차별이기도 하다”고 했다.

이어 “익명출산제가 사실상 시행되는 국가에서도 영아살해, 아동 유기가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현재는 보편적 출생등록제를 어떻게 완비할 것인지 논의해도 부족할 시간”이라고 주장했다.


◆ 찬성 "출생통보제로 병원 기피 우려...생명 지키는 안정장치"


아동권리보장원 정익중 원장은 영아살해와 유기 사건의 재발을 막으려면 위기임산부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면서도 “최후의 보루로써 보호출산제가 입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호출산제가 도입되더라도 아동의 알 권리를 보장될 수 있도록 아동이 일정 나이가 돼 부모의 정보 열람을 신청하면 부모 동의를 받아 공개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2020년 12월 보호출산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한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출생통보제 도입으로 위기 임신부가 병원을 더 기피할 우려가 크다”며 “보호출산제는 아기의 생명권과 여성의 건강권을 조화롭게 보호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밝혔다.

전국입양가족연대를 비롯한 70여 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보호출산법 시민연대 역시 “최근 수원 영아살해 사건 이후로 국민적 관심을 받는 보호출산법의 조속한 통과를 통해 더는 무고한 희생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회에서 입법을 서둘러 달라”며 보호출산법 제정을 촉구했다.

한편 관계부처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의견을 반영해 ‘원가정 양육’을 최우선으로 권장하는 내용을 보호출산제 법안에 추가하는 등 법안 내용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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