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최정우 3연임 포석 논란에 현직 우선 평가제 폐지 검토
DGB금융, 금융당국과 관계 유지 압박에 김태오 연임과 선 긋나

포스코 사옥 전경. [사진=포스코그룹 제공] 
포스코 사옥 전경. [사진=포스코그룹 제공] 

[뉴스캔=박진용 기자] 최근 '셀프 연임' 논란이 기업계를 뒤흔드는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포스코, DGB금융 등이 각 수장의 장기 집권과 집권기 연장 시도로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기업계 최고의사결정권자의 장기 연임은 최근 구태 경영의 유물로 지목되며 지배구조 개선 0순위로 거론되고 있지만, 여전히 기업계 일각에선 이사회 정관을 바꿔가면서까지 권력과 지위를 유지하려는 '셀프 연임' 행태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다만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기업계의 자정 노력도 엿보인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으로 지배구조 선진화를 적극 시도하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국내 기업계가 오너십을 강화하려는 '셀프 연임' 관행과 이를 끊어내려는 지배구조 선진화 노력 사이에서 딜레마가 깊은 과도기를 거치는 모양새다.


◆ 포스코, '최정우 연임' 포석 지적에 CEO 선임 규정 개편 검토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사진=포스코그룹 제공]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사진=포스코그룹 제공]

포스코그룹이 최정우 회장의 연임 포석으로 지목되는 '현직 우선 심사제도' 폐지를 검토하고 나섰다. 최 회장은 현재 3연임 도전 여부와 관련해 아직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진 않았지만,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이 3연임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또 다시 출사표를 낼 공산이 크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그간 포스코는 현직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히면 타 후보군에 앞서 우선 심사를 단독으로 받을 수 있는 권한을 줬다. 포스코가 최정우 연임 체제를 이어올 수 있었던 것도 현직 우선 심사제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다만 최근 국내 기업계의 오너십 정착 수단으로 활용됐던 '셀프 연임' 관행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하면서, ESG 경영 강화를 천명한 포스코 또한 최 회장의 3연임 이슈에 신중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 일환으로 포스코는 최근 지배구조의 선진화와 투명화를 위해 현직 우선 심사제 폐지를 골자로 한 '최고경영자(CEO) 선임 관련 규정' 개편에 나섰다. 최 회장의 '셀프 3연임' 포석이라는 지적과 내부 인선에 따른 각종 잡음을 최소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19일 재계와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포스코홀딩스는 현재 이같은 고위직 인사 제도와 관련한 세부규정 개편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 포스코의 현행 정관에 따르면 CEO 후보추천위원회가 한 달에 걸쳐 현직 회장에 대한 단독 심사를 거친 뒤 적격 여부를 판단해 후보로 추천이 가능하다. 이후 주주총회에서 의결이 되면 연임이 되는 방식이다.  

이렇다 보니 포스코의 현행 인선 규정은 현직 회장의 셀프 연임을 위한 장치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더군다나 포스코로선 리더십 교체기를 맞아 최 회장의 경영 실책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현직 회장의 연임 이슈는 부담이다. 결국 국내외 철강업계에서 주가를 높여가고 있는 포스코는 이러한 여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인 만큼, 고육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만약 이를 통해 현행 우선 심사제가 폐지되면 최 회장이 3연임에 도전하기 위해선 타 후보자들과 경합해야 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뉴스캔>과의 통화에서 "당초 현직 우선 심사제는 포스코 주력사업 등에 대한 경영 지속성을 보장하려는 취지로 도입됐지만, 능력 있고 젊은 CEO 후보군의 진입장벽을 높였다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됐다"라며 "포스코가 만약 이번 개편안을 확정한다면 지배구조 혁신 의제를 포섭하며 제2의 성장 동력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앞서 2월에는 KT의 구현모 전 대표이사도 '셀프 연임' 논란에 휩싸이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바 있다. 여기엔 정치권의 영향력이 작용한 탓도 있다는 진단이 나오지만, KT가 지난 6월 셀프 연임 논란이 일었던 규정을 폐지하며 관치 흑역사와 고착화된 지배구조를 끊어내려는 혁신 행보에 발을 담궜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이후 KT는 현직 대표도 타 후보들과 동일하게 심사를 받도록 제도를 바꾼 상태다.


◆ DGB금융, 김태오 3연임이냐 대구은행 시중화냐 갈림길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 [사진=DGB금융 제공]

금융가도 '셀프 연임' 논란에 떠들썩하다. DGB금융지주는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김태오 회장의 연임을 놓고 고심이 깊은 상황이다. 김 회장이 그간 DGB금융을 경영하며 남긴 성과와 업적을 감안하면 경영 연속성을 가져갈 필요가 있다는 내부 의견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김 회장에 대한 신뢰가 깊은 DGB금융 이사회가 김 회장의 3연임을 돕기 위해 대표이사·회장 선임 기준에서 나이 제한을 현행 만 67~70세로 바꾸는 등의 공격적 행보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그러나 금융당국 등이 이에 대해 '셀프 연임'이 될 수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면서 김 회장의 3연임도 사실상 무산될 상황에 놓였다.

실제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5일 김 회장의 연임을 위한 정관 변경 가능성에 대해 "연령을 바꾸는 것은 룰을 중간에 깨고 바꾸는 것"이라며 "제가 아는 DGB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며 만약 진행하더라도 합리적인 연령제한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지 김 회장의 연임을 위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DGB금융에 셀프 연임은 안 된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렇듯 금융당국이 DGB금융의 오너십 연장에 대해 선을 긋고 나서면서 김 회장의 연임 가능성은 옅어졌다는 게 중평이다. 무엇보다 대구은행이 계좌 불법개설 문제로 진통을 앓는 상황에서 DGB금융이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이슈를 해소하려면 금융당국과 우호적 관계를 가져가야 하는 만큼, 김 회장이 3연임을 시도하기엔 현실장벽이 높은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그간 지배구조 선진화 슬로건을 내걸었던 DGB금융이 김 회장의 연임을 강행할지, 차기 리더십을 발굴하는 데 주력할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DGB금융은 지난 2019년 회장 후보군에 대한 현미경 검증을 위해 국내 최초로 회장 임기 만료 6개월 전 승계절차에 착수하는 안을 정관에 적용했다. 통상 국내 5대 금융지주를 기준으로 평균 회장이 퇴임을 앞둔 경우 2개월 전부터 승계절차에 착수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행보인 셈이다. 승계절차가 길어지면 후보자에 대한 면밀한 검증이 이뤄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외압에 취약해지고 변수가 많아진다는 반대급부도 있다. 

결국 DGB금융이 그간의 지배구조 개혁 궤적과 금융당국의 압박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했을 때 김 회장의 연임을 강행하는 것은 무리수라고 판단할 공산이 높다는 분석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DGB로선 셀프 연임 논란도 부담이지만 대구은행 시중화가 더욱 시급한 과제"라며 "이복현 금감원장이 공개 석상에서 '연임 불가' 메시지를 냈음에도 이에 반하는 처사로 구태여 경영 리스크를 높일 이유가 없다. 이는 DGB에 애착이 깊은 김태오 회장도 원하는 바가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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