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상속세, 과도한 할증 과세라는데 대해 국민 공감대 필요"
기재부 "유산취득세, 상속공제 확대 추진...다만 신중 기해야"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지난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의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이 지난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의 주요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뉴스캔=박진용 기자] 기획재정부는 지난 23일 2023년도 세법개정 후속 시행령 개정안을 공개했다. 여기에는 내국세 17개, 관세 4개 등 총 21개 개정안이 담겼다. 지난해 말 15개 세법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은 데 따른 후속 절차로, 기업들의 세 부담을 덜어줘 경제활력을 제고하고, 민생안정을 꾀한다는 게 골자다.  

정부에 따르면 이번 개정안에는 ▲기업 투자 활성화를 위한 국가전략기술 및 신성장·원천기술 범위 확대 ▲미분양 주택 양도세·종부세 중과 배제, 외국인 기술자 소득세 감면 확대 ▲원양어선·외항선원 및 해외건설근로자의 비과세 한도 확대 ▲출산 및 양육 지원을 위한 세액공제 적용범위 확대 ▲혼인 증여재산 공제 확대 및 가업상속공제 요건 완화 등 전방위적 감세안이 반영됐다.  

현 정부는 주식양도세 기준 완화를 시작으로 올 연초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혜택 확대 선언에도 나서면서 감세 정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나라살림연구소에 따르면 현 정부의 세제개편에 따른 감세효과는 오는 2028년까지 89조 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정부는 금투세 폐지로 1조5000억 원, ISA 세제 지원 확대로 3000억 원의 세수가 줄 것이란 관측도 내놨다.

특히 정부의 신년 세제개편안에서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단연 '상속세 완화'다. 윤석열 대통령이 국내 경제활력 제고의 발목을 잡고 있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며 그 첫걸음으로 상속세, 법인세 등에 대한 감세를 지목하면서다.

윤 대통령은 지난 17일 한국거래소 민생 토론회에서 "상속세가 과도한 할증 과세라고 하는 데 대해 국민적인 공감대가 필요하다"며 "소액 주주는 주가가 올라야 이득을 보지만, 대주주 입장에서는 주가가 너무 올라가면 상속세를 어마어마하게 물게 된다. 거기다 할증세까지 있다. 재벌, 대기업이 아니더라도 웬만한 상장 기업들이 가업을 승계한다든가 이런 경우에 주가가 올라가게 되면 가업 승계가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독일과 같은 강소기업이 별로 없는 것"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결국 주식시장 발전을 저해하는 과도한 세제는 우리 중산층과 서민에게 피해를 준다라고 하는 것을 우리 국민들께서 다 같이 인식하고 공유해야 이런 과도한 세제들을 개혁해나가면서 바로 이런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은 향후 국민 공감대 형성을 시작으로 상속세 완화에 적극 나서겠다는 의지로 읽히고 있다.


◆ 尹 "과도한 할증과세" 운 띄운 상속세, 개편논의 본격화되나 


'징벌적 이중과세', '부자세금'. 상속세를 바라보는 상반된 시각들이다. 이로 인해 지난 24년 동안 상속세 개편 여부에 대한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올 들어 상속세 개편 논의가 다시 불붙는 모양새다.

최근 윤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상속세는 과도한 할증 과세"라고 운을 띄우면서다. 또 앞서 재계를 떠들썩하게 했던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등 삼성 오너가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2조7000억 원 상당의 계열사 지분을 처분한 사례도 현행 상속세에 대한 시각을 환기시킨 바 있다.

재계와 중산층 사이에서는 현행 상속세의 경우 20여 년간 개편을 거치지 않은 탓에 물가 변동과 자산가치 상승이라는 시대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산가격이 오르면서 상속세 과세 범위가 중산층까지 미치고, 재계의 경우 상속 자산의 절반 이상을 세금으로 내다 보니 기업 경영승계에 걸림돌이 된다는 것이다.

 [일러스트=프리픽]
 [일러스트=프리픽]

다만 상속세 감면은 곧 부자감세라는 인식이 여전한 탓에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오는 만큼, 4월 총선 전 상속세 개편이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결국 사회적 합의라는 거대장벽을 넘어야 하는 셈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조세개혁추진단을 꾸린 이후 상속세 완화 논의를 지속해 왔다. '물려주는 재산'에 과세하는 현행 '유산세' 방식을 '물려받는 재산'에 세금을 매기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 골자다.

현행대로라면 10억 원을 자녀 2명이 상속받을 경우 10억 원에 세금을 매긴 뒤 2명이 이를 분할해 내야 하지만, 유산취득세가 적용되면 2명이 각각 상속받은 5억 원에 대해서만 과세하면 되기 때문에 누진세 체계에 따라 부담이 덜하다.

또 현행 과세표준 구간에 따르면 1억 원 이하는 세율 10%지만, 30억 원 초과는 세율 50%로 세 부담이 과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대기업의 경우 최대주주 할증 20%까지 합산되면 최고세율이 무려 60%에 이른다. 


"큰 틀서 상속세 개편 기조는 갖고가되, 사회적 공감대가 전제"


이와 관련한 기초공제, 배우자공제 등 상속세 인적공제 구간 역시 개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행은 기초공제 2억 원, 성인 자녀 1인당 5000만 원, 배우자 공제는 5억 원부터 최대 30억 원까지다. 

정부는 현행 유산세를 유산취득세로 개편할 경우 기업들의 경영 안전성을 높이고 중산층의 세 부담을 줄여줄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현행 상속세(실질 최고세율 기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2배 수준으로 24개 가입국 중 가장 높다. 현재 OECD 가입국 중 한국, 미국, 영국, 덴마크를 제외한 20개국이 유산취득세를 채택하고 있다. 

OECD 가입국 중 명목 최고세율로는 일본이 55%로 우리나라(50%)보다 높지만 대주주 주식 할증제를 감안하면 한국의 실질 최고세율은 60%에 이른다. 이에 재계는 현행 상속세는 이미 과세된 재산에 대해 상속 시 또 세금을 물리는 이중과세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최고세율 60% 부담에 경영권 승계에도 부담이 잇따른다고 호소한다. 경영권 불안은 곧 기업 경쟁력 하락으로 직결될 수 있어 경제활력 침체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게 재계 논리다.

이에 윤 대통령도 "대주주는 주가가 너무 올라가면 상속세를 어마어마하게 물게 된다. 다른 데 기업을 팔아야 하고, 기술도 승계되기 어렵다"고 동의한 바 있다.

이런 가운데 기재부는 지난 2022년 발주한 '상속세 유산취득 과세체계 도입을 위한 법제화 방안' 연구용역 완료를 앞둔 만큼 세제개편 세부안 마련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다만 감세에 따른 세수 부족 문제를 염려하는 시각도 있어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뉴스캔>과의 통화에서 "연구용역 결과는 2월 나올 예정이나 아직 기재부 차원에서는 구체안이 나온 바 없다"며 "유산취득세로의 전환이나 상속공제 확대 등 큰 틀에서의 개편 기조는 갖고가되, 사회적 공감대가 전제되어야 하는 문제라 구체적으로 세부안 마련 등에 대한 시기를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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