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내부통제 문제, 말뿐인 ‘개선 노력’

 [일러스트=배모니카 기자]
 [일러스트=배모니카 기자]

[뉴스캔=이동림 기자] 우리금융그룹 계열사 우리은행이 지난해 역대급 횡령 사고를 겪고도 내부에서 지속해서 횡령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 700억원 횡령, 올해 7월 9000만원 가상자산 투자 관련 횡령에 이어 최근 또다시 횡령 사건이 불거진 것. 사실상 내부통제가 마비된 건데, 업계에선 우리은행이 직원들의 ‘횡령 놀이터’가 됐다는 자조 섞인 비난이 나온다.

최근에는 우리은행원이 3~8월까지 고객 공과금 수천만원을 빼돌린 사실이 드러났다. 공과금은 국가나 공공단체가 국민에게 부과하는 세금, 요금 등을 말한다. 통상적으로 편의성과 안정성을 이유로 은행을 통해 내는 경우가 많다.

우리은행원은 고객이 낸 세금 납부액을 수납한 후에 납부 처리를 하지 않고 사적으로 유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모범을 보여야 할 은행에서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자주 발생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횡령의 대상이 은행 고객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공과금이고 자금 사용처가 은행원 개인 전세 대출로 밝혀지면서 은행 내부통제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윤리의식이 있는 것인지에 대한 서민들의 우려와 불신이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은행의 개선 노력이 헛구호에 그쳤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우리금융그룹은 앞서 지난달 윤리강령 준수 서약식을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임종룡 회장은 그룹의 걸림돌이 된 금융사고를 반면교사 삼아 윤리경영 문화를 전파해 달라고 계열사 최고책임자(CEO)들 모두에게 당부하고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임 회장은 당시 “윤리경영 정착을 중요 과제로 선정하고 임직원이 준수해야 할 윤리강령과 행동 기준 재정립을 지속해서 추진했다”고 자평했다. 이후 우리은행은 국제 경쟁력 강화 전략 발표회에서 ‘철저한 내부통제’를 미래 전략으로 제시했지만, 이번 사고로 공염불에 그치는 모습이다.

우리은행은 직원이 빼돌린 고객 돈도 되찾지 못하고 있다.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9월까지 우리은행의 임직원 횡령액은 734억3700만원에 이른다. 

이중 올해 들어 발생한 횡령은 1억9702만원 규모로 이번 사건을 비롯해 모두 환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약 7년간의 환수액은 1.4%에 그쳤다. 15개 시중은행 중 꼴찌다. 같은 기간 다른 시중은행의 횡령 사건 환수 비율을 보면 신한은행 94.6%, 국민은행 17.3%, 하나은행 63.9%, 농협은행 12.4% 등의 수준이다.

내부통제 문제로만 인식한 채 셀프준법 경영 문화 정착에만 집중했던 탓이다. 당국은 이 같은 문제에 따른 ‘묘책 찾기’에 신경을 쏟고 있다. 그 해법으로 철저한 관리 감독과 CEO까지 책임을 묻는 강력한 제재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이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국감장에서 내부통제 관리 소홀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준법감시인 자격 등 강화된 내부통제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화답했다. 당국이 ‘횡령 책임’을 개선하기 위해 어떤 결단을 할지 지켜볼 일이다.

저작권자 © 뉴스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