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부양을 위해 ‘쇼맨십’ 보여야 할 때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우리금융지주 제공]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우리금융지주 제공]

[뉴스캔=이동림 기자] 올해 상반기 금융회사들이 기대에 못 미친 실적 부진에 주가 하락세를 겪고 있지만, 수장(CEO)들이 주가 부양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주가 부진의 이유에는 소극적인 주주 환원책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지난달 기준으로 KB·신한·우리·하나 등 국내 4대 상장 금융지주 회장 중 자사주를 사들인 건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전부다.

범위를 은행권으로 확장해도 정상혁 신한은행장, 이승열 하나은행장 등 3명 뿐이다. 경영진이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투자자들에게 ‘자사주 매입’을 유도하면서 정작 본인들 지갑은 좀처럼 열지 않고 있다는 방증이다.

올해 3월 자리에 앉은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아직 자사주를 매입하지 않았다. 물론,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 등 여타 수장들도 짧게는 1년, 길게는 3년 넘게 자사주를 매입하지 않았다. 다만 윤 회장과 함 회장의 경우, 이미 각각 1만~2만주의 자사주를 갖고 있다. 4대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임종룡 회장만 자사주를 보유하지 않은 셈이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 측은 아직 임 회장의 자사주 매입 계획은 없다며 ‘임 회장이 취임한 지 154일 밖에 안 됐으니 좀 더 지켜봐 달라’는 입장이다. 다만 지난달 1000억원대 자사주를 매입해 소각하기로 했다면서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은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주가 부양을 위한 액션치곤 너무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비슷한 시기 취임한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취임 3개월 만인 6월 23일 자사주 5000주(약 1억7000만원 상당)를 매입해 보유한 자사주가 1만8937주로 늘어난 것과는 대비되는 행보다. 

손태승 전 회장과도 비교되는 모습이다. 앞서 손 전 회장은 재임 시기 ‘기업가치 제고’를 강조하며 자사주 매입에 적극적이었다. 주가가 과도하게 저평가됐다고 판단되면 어김없이 ‘구원투수’로 나서며 자사주 매입에 힘썼다. 

실제 그는 지주 체제 전환 이후인 2018년 말부터 총 16회에 걸쳐 꾸준히 자사주를 사들였다. 퇴임할 땐 발생주식 총수의 0.01%에 해당하는 8만3127주를 소유했다.

물론, 일각에선 CEO 자사주 매입이 주가 상승과 상관관계가 있다고 확답할 수는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경영진이 책임 의지를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주식시장에서 중요한 요소로 평가될 수는 있다. 

지금은 임종룡 회장이 주가 부양, 나아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쇼맨십’이라도 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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