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등 원청사들, 애니메이션 하청사 스튜디오 뿌리에 법적대응 시사
여성단체들 "게임사들, '페미니스트 마녀사냥' '여성혐오 몰이' 멈추라"
게임업계 내 극단적 페미니스트 성향 남혐 표현 즐비...'젠더갈등' 야기
국내 최대 게임사인 넥슨의 온라인게임 제작을 맡았던 외주사 직원이 게임 영상 곳곳에 남성을 혐오하는 취지의 표현을 담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가속화되고 있다. 젠더 갈등은 어느덧 우리나라 결혼·출산율 급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힐 만큼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등한 상황이다. 가뜩이나 출산율 0.7명대를 찍으며 국가적 위기 시그널이 감지되고 있지만 좀처럼 남녀갈등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중대 선거철을 맞아 남녀 갈라치기를 부추기고 있는 정치권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일각에선 래디컬 페미니즘 등 극단적 여성주의 사상이 그 시발점이 됐다는 진단도 나오는 가운데, 이번 넥슨 사태의 중심인 협력사 직원이 페미니스트 성향인 것으로 전해져 거대 뇌관을 또 다시 건드린 모양새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선 남녀가 어우러지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지만 최근 '남녀 평등'을 사이에 둔 성별 간 주도권 싸움이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편집자 주>
[뉴스캔=박진용 기자] 애니메이션 외주사가 제작한 영상에 남성 혐오를 상징하는 일명 '집게손가락'이 발견돼 파장이 일고 있다. 원청사인 게임사 넥슨은 논란이 일은 해당 영상을 즉각 비공개로 전환함과 동시에 진상 조사에 착수하는 등 즉각 대응에 나섰지만, 남성 혐오 표현이 불편하다는 여론이 쉽게 진화되지 않으면서 젠더 갈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문제의 발단은 영상(애니매이션) 전문 협력사인 스튜디오 '뿌리'가 제작한 '메이플스토리' 애니메이션 홍보 영상 곳곳에 페미니스트 커뮤니티인 '메갈리아'에서 남성 혐오 표현으로 사용되는 손가락 모양이 포착되면서다. 엄지와 검지를 오므린 손 모양은 남성의 특정 신체를 비하하는 의미로 해당 커뮤니티에서 상징적으로 통용돼 왔다.
![메이플스토리 '엔젤릭버스터 리마스터' 영상 속 논란의 집게손가락 장면. [이미지=유튜브 갈무리]](https://cdn.newscan.co.kr/news/photo/202312/301166_206429_833.jpg)
영상(엔젤릭버스터 리마스터) 삽화가 논란이 되자 네티즌들은 해당 영상을 제작한 애니메이터의 행적을 추적하기 시작했고, 결국 해당 애니메이터가 1년 전 남성들을 비하하는 내용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 글을 작성한 사실이 확인돼 메이플스토리 영상에 고의적으로 이러한 혐오 표현을 넣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에 넥슨은 관련 영상들을 즉시 비공개 전환하고 공식 사과문을 올렸다. 넥슨은 사과문을 통해 "해당 홍보물이 더는 노출되지 않도록 조치하고 최대한 빠르게 논란이 된 부분들을 상세히 조사하여 필요한 조치를 진행하겠다"라며 "홍보물 제작 과정에서 세심하게 검토하지 못해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스튜디오 뿌리가 하청 제작한 타 게임 영상에도 해당 표현이 발견됐고 넥슨은 내부 진상 조사에 나섰다. 논란이 터지자 넥슨 임직원들이 새벽에 비상 출근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현재까지 혐오 표현이 삽화된 것으로 보이는 게임은 넥슨의 '던전앤파이터', '블루 아카이브'를 비롯해 스마일게이트의 '에픽세븐', 카카오게임즈의 '이터널리턴', 네오위즈의 '브라운더스트2' 등 총 10개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해당 게임사들은 일제히 논란이 될 만한 영상들을 비공개 처리하고 하청사인 뿌리에 대해 법적 강경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이에 뿌리 측은 "(손가락 모양은) 동작과 동작 사이에서 이어지는 내용에 들어간 것뿐 의도하고 넣은 동작은 절대 아니"라며 "해당 스태프는 키 프레임을 작업하는 원화 애니메이터로, 모든 작업에 참여하나 동작 하나하나를 제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으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뒤이어 뿌리는 2차 사과문도 올렸으나 여론이 좋지 않자 이를 삭제했다.
남성 혐오 표현 논란으로 스튜디오 뿌리가 코너에 몰리자, 여성단체들이 나섰다. 이들은 게임사들의 강경 조치 기류에 "여성 혐오 몰이를 극대화하고 있다"며 게임사 사옥 앞에서 시위와 함께 기자회견을 갖는 등 집단 반발했다. 게임사들의 '페미니스트 마녀사냥'에 반대한다는 게 이들의 주된 논리다.
또 이날 여성단체가 집회 및 기자회견을 예고하자 온라인 커뮤니티에 집회 참가자들을 흉기로 위협하겠다는 협박성 글이 게시되는 등 젠더 갈등으로 확전 양상을 보였다. 현재 해당 협박 글에 대해선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이다.
◆ 게임업계에 뿌리깊은 젠더 갈등
게임업계에서의 젠더 갈등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페미니스트 온라인 커뮤니티인 메갈리아 유저와 반(反)페미니스트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일베) 유저가 첨예하게 갈등을 빚는 구도가 짙다는 분석이다. 이들 모두 남혐·여혐과 극단적 정치 사상으로 점철된 커뮤니티로 잘 알려진 만큼, 남녀 갈등의 발원지라고 보는 시각도 엄존한다.
지난 2016년에는 나딕게임즈가 개발한 '클로저스'에서도 유사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서비스사였던 넥슨은 당시 클로저스 제작에 참가한 한 여성 성우가 메갈리아를 지지한 이력이 있다는 논란이 일자 즉시 계약을 해지하고 성우 교체에 나서기도 했다.
이후 '소울워커', '데스티니 차일드', '소녀전선' 등 온라인 게임에서도 이같은 사례들이 이어지면서, 게임사가 허리를 숙이고 일러스트레이터 및 애니메이터가 교체되는 등의 불미스러운 일이 반복돼 왔다.
또 지난 7월에는 프로젝트 문이 제작한 '림버스 컴퍼니'의 일러스트레이터가 과거 페미니즘 집회인 혜화역 시위에 참가했고 남성들을 비하한 글을 작성한 이력이 있다며 게이머들 사이에 불만이 표출된 바도 있다. 유저들은 프로젝트 문 본사를 찾아가 해당 일러스트레이터의 퇴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뉴스캔>과의 통화에서 "비단 게임업계뿐만 아니라 어느 분야든 극단적 사상을 알게 모르게 주입하거나 성별간 갈등을 부추기는 일을 방치해선 안 된다"라며 "게임업계에서 이러한 논란이 계속 발생하는 것은 주로 삽화를 통해 극단적 사상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남혐이든 여혐이든 건강하지 못한 상호 비방성 사상이나 논리는 절대 게임업계에서 수용될 수 없다"고 못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