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포스코 등 기업계에서도 '집게 손가락' 男 혐오 표현 논란
'남녀 혐오', 사회적 문제화...정치권 젠더 갈등 정쟁화 지적도

국내 최대 게임사인 넥슨의 온라인게임 영상 제작을 맡았던 외주사 직원이 게임 영상 곳곳에 남성을 혐오하는 취지의 표현을 담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가속화되고 있다. 젠더 갈등은 어느덧 우리나라 결혼·출산율 급락의 주요 원인으로 꼽힐 만큼 심각한 사회문제로 비등한 상황이다. 가뜩이나 출산율 0.7명대를 찍으며 국가적 위기 시그널이 감지되고 있지만 좀처럼 남녀갈등은 사그라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중대 선거철을 맞아 남녀 갈라치기를 부추기고 있는 정치권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일각에선 래디컬 페미니즘 등 극단적 여성주의 사상이 그 시발점이 됐다는 진단도 나오는 가운데, 이번 넥슨 사태의 중심인 협력사 직원이 페미니스트 성향인 것으로 전해져 거대 뇌관을 또 다시 건드린 모양새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선 남녀가 어우러지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하지만 최근 '남녀 평등'을 사이에 둔 성별 간 주도권 싸움이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편집자 주>

남녀 상호 혐오가 사회적 문제로 비등하는 가운데, 최근 넥슨 게임 속 남성혐오 표현이 논란이 되자 또 다시 젠더갈등이 화두에 오른 모양새다. [사진=프리픽 제공]
남녀 상호 혐오가 사회적 문제로 비등하는 가운데, 최근 넥슨 게임 속 남성혐오 표현이 논란이 되자 또 다시 젠더갈등이 화두에 오른 모양새다. [사진=프리픽 제공]

[뉴스캔=박진용 기자] 넥슨 게임 홍보영상 등에 담긴 '집게 손가락' 논란이 젠더 갈등으로 비화하면서, 그간 음지에 있었던 성별 이슈가 수면 위로 떠오른 모습이다.

남녀 갈등 이슈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공론화가 쉽지 않은 측면이 있었다.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나 게임 등에서 일부 극단적 사상의 커뮤니티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남녀 간 음성적 파벌 싸움 형태를 띄는 정도였다. 

그러나 이번 넥슨 사태로 래디컬 페미니즘 등 극단적 이데올로기가 화두에 오르면서, 남녀 갈라치기를 조장하는 일부 극단적 사상에 대한 심층적 진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순히 온라인 커뮤니티뿐만 아니라 게임업계, 일반 기업계 등 사회 전반으로까지 이같은 젠더 혐오 이슈가 확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성별 혐오와 같은 극단적 이데올로기가 온라인 등을 통해 꾸역꾸역 전파되면서 남녀 간 상호 불신을 키우고, 이는 20·30세대 청년층의 연애와 결혼을 가로막는 현실장벽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 '집게 손'이 쏘아올린 젠더 혐오, 기업계도 파장


이제 젠더 갈등은 비단 온라인 커뮤니티나 게임업계의 전유물이 아닌 시대가 도래했다. '한남(韓男)·한녀(韓女)'와 같이 특정 성별을 집단화해 비꼬는 식의 표현들이 사회 깊숙이 자리매김한 데다, '집게 손가락'과 같이 특정 성별을 성희롱하는 성격의 표현도 사회 곳곳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기업계에서도 이같은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 우선 포스코의 경우 유튜브에 게시된 올 하반기 신입사원 채용 영상이 집게 손가락 논란에 휩싸였다. 채용 영상에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과거 래디컬 페미니스트 커뮤니티인 메갈리아의 상징인 '집게 손가락'과 유사한 동작을 취하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문제가 됐다. 

해당 영상에서는 이같은 장면이 수차례 이어졌고, 남성 시청자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었다. 이에 포스코 측은 해당 영상을 즉시 비공개로 전환했다.

'집게 손' 논란이 된 포스코 채용 광고 영상. [이미지=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집게 손' 논란이 된 포스코 채용 광고 영상. [이미지=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삼성전자에서도 최근 사내 게시판인 '나우톡' 로그인 이미지에 집게 손가락이 삽화돼 파장이 일었다. 여기에 사내 메신저인 '녹스'에서 집게 손가락으로 전화를 들고 있는 이모티콘이 사용되거나, 화장실에 집게 손가락으로 비상 버튼을 누르는 벽보가 붙어 남성 혐오가 아니냐는 내부 의혹이 불거졌다. 

문제의 이미지들은 모두 외부에서 차용한 것으로, 남성을 혐오하기 위한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규명되면서 현재 사용이 전면 철회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GS25나 BBQ 등 편의점·치킨 업계에서도 문제의 집게 손가락과 유사한 손 모양이 담긴 광고가 노출돼 남성들의 반발을 사는 일도 있었다.

이 밖에 정치권에서도 최근 여성혐오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최강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9일 같은 당 소속 민형배 의원의 북콘서트에 참여한 자리에서 현 정권이 '검찰 공화국'이 됐다는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의 말에 "(조지 오웰 소설) 동물농장에도 보면 '암컷'들이 나와서 설치고 이러는 건 잘 없다"고 했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를 겨냥했다는 해석이 잇따르며 '여성 혐오' 비판에 휩싸였다.  


◆ 젠더 혐오, 정치권 단골 소재...표심용 남녀 갈라치기 언제까지


이러한 젠더 혐오 논란은 중대 선거철을 앞둔 정치권의 단골 소재로 쓰이고 있어, 이 또한 정치권이 지양해야 할 문제로 손꼽힌다. 특정 성별을 지지하며 해당 집단의 표심을 얻어내기 위한 선거철 포퓰리즘이라는 지적이다.

지난 20대 대통령선거, 8회 지방선거 등 주요 선거철이면 여야는 저마다 청년층 성별 갈등을 소재로 삼아 표심 긁어모으기에 열중했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여야 정치권은 이번 넥슨 사태를 계기로 또 다시 젠더 갈등을 이슈화하는 모양새다. 

넥슨 사태의 경우 젠더 갈등이 아닌 원청사와 하청사 간 계약상 도의적·법적 책임을 규명하는 것이 본질이다. 그러나 최근 여야 정치인들의 입에서 넥슨 사태를 젠더 갈등으로 비화하는 발언들이 쏟아지는 모습이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게임 업계 페미니즘 사상 검열과 억지 남혐 마녀사냥이 도를 넘고 있다"며 "넥슨은 부당한 남혐 몰이에 사과하는 대신 노동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 조장을 단호히 제지했어야 한다"고 넥슨을 겨냥했다.

이상헌 민주당 의원은 "이번 '뿌리'(넥슨 하청사) 사태는 진영과 사상의 문제가 아니다. 하청업체 직원이 원청업체에 피해가 갈 만한 행동을 독단적으로 했다"면서도 "이 문제의 악질적인 점은 실수가 아니라 의도적이라는 데 있다"고 해당 애니메이터의 집게 손 표현을 문제 삼았다.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도 "개인이 페미니즘 활동하는 것 그 자체를 누가 억압할 수 있겠냐. 오히려 우리 사회 주류 제도권에선 환영받는 일"이라면서도 "문제는 이를 민간 영역의 일터로 갖고 들어왔을 때다. 일을 하러 왔으면 일을 해야지, 왜 업장에서 사회 운동을 하는가"라면서 대형 게임사 영상 곳곳에 논란의 '집게 손가락'이 등장한 데 대해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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